정적이 깃든 어둠은 은밀하며 더 냉정한 현실에 대한 은유로 다가오기도 하고 그것은 빛에
의해 흔들리는 환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어둠과 빛을 극단적으로 대비시켜 시각적인
강열함을 표현하면서, 어둠속에 희미하게 묻혀있는 흐릿한 사물과 풍경을 통해 감상자의
감정에 환각적이고 몽환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 불 켜진 가로등과 창에서 새어
나오는 빛은 전봇대나 간판들과 강하게 대비되어 인적인 끊긴 밤거리의 현실감을 더욱
극대화 시킨다. 낮에 무심코 지나치던 특징 없는 장소들 즉 공사장, 좁은 골목, 빌라들과
나무들, 그리고 공원의 벤취가 어둠속에서 빛과 조응하면서 전혀 새로운 풍경으로 다가온다.
누구나 마주쳤을 법한 흔한 풍경 그런 풍경에서 나는 우리시대의 초상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