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 작가명 : 이효연, 캔버스  유화 112x162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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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균형 잡힌 생각으로 자신을 들여다 보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난 때론 한 뼘의 틈도 흐트러지지 않는 객관적인 내가 되기를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그건 꿈일 뿐 매일매일의 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과 함께 이쪽저쪽으로 기울어지며 살고 있다.

거리를 걸으며, 책을 읽으며, 음악을 들으며 나는 종종 처음에 하려던 것을 잊고 길을 헤메이곤 한다. 그건 그 길 어디선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을 발견하였기 때문인데 그렇게 지도에서 이탈하거나 소설의 줄거리에서 벗어나기를 반복하다 보면 나는 이름 모를 낯선 도시를 걷고 있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럴 때 내 손에 들려 있던 작은 카메라 셔터가 눌려지고, 그 이미지들은 내 기억의 창고에 저장되고, 망각과 굴절이라는 시간의 터널을 지나 다른 의미를 지닌 추억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쌓인 기억의 파편들은 시간이 많이 지난 어느 날 발견되고 캔버스에 옮겨지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나의 주관적인 풍경이 완성된다. 나는 정말 나로부터, 나의 습관으로부터, 나의 생각으로부터 지독히도 벗어나보고 싶었다. 그러나 허우적거리면 거릴수록 물속으로 가라앉는 원리처럼 나는 나의 습관, 나의 시선, 나의 주관이 가득 들어간 그림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나는 한번도 나의 그림에 만족하지 못해왔다. 오히려 부끄러워서 다음을 기약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에 의해 현재가 이루어지고, 그 현재가 모여서 다가올 미래의 방향을 가늠한다. 그래서 기억이란 어쩌면 나만이 온전히 누릴 수 있는 한 사람을 위한 영화이며, 우리 모두가 가진 각자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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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평론
사유와 현장 – 시선에 이끌리다. 이효연 작가는 자신의 시선에 머물던 기억들을 매번 반복하여 꺼내 들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기억의 편린들을 사유하며, 그 당시의 현상과 현장을 음미한다. 그 음미하는 방식의 모태에는 자신의 삶과 정체가 중첩되어 사유思惟하고 회유思惟하는 방식이 존재한다. 과연, 지금의 삶이 무식, 무의식적으로 무엇을 현실화시키고, 무엇을 지나친 채 기억으로 회자되는가를 되묻는다. 작가는 사유와 회유의 방식으로 기억의 풍경을 담아내고, 그 지점에서 어떠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되는가를 ‘그림에서 그림으로 읽히게 하고 싶은 욕망’을 꿈꾼다. 그림이 작가의 손을 떠나 얼마만큼 자유로운 사유를 가능하게 할지를 모르지만, 그림 앞의 현장에 머물며 사유하고 전달되는 공감의 상황은 매우 중요하다. 화면의 내러티브와 등장하는 요소들이 모두 독백의 아우성이 아닌, 작가와 그림과 현장의 관계 앞에 함께 머물던 ‘지금’의 현장성을 강조하며, 현장성 뒤로 이어질 기억의 사유를 통한 시선의 교감과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림 속의 모든 요소들이 작가가 만든 장치라면, 그 장치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서로의 시선에 이끌리는 공감의 현장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작가의 그림으로 돌아가, 마치 방치된 궁전에서 뛰어 놀던 사심이 외부의 침입으로 소스라치게 놀라 미동조차 못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 작가의 모습인 동시에 관람객의 모습이 – 대치되어 있는 상태, 즉, 소통이 단절된 서로의 공간에 침입한 경직된 현장과 사유가 가능한 시선에 교차하는 기장된 공감의 상태라 하겠다. 서로 관여하지 않는 낯선 이의 시선에 포착되어 조우하는 모습들은 시선에 이끌려 사유하고 가늠해나갈 수 있는 현장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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