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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in 그림

번호 : 1
대한민국 미술계의 산증인 마산 동서화랑 - 송인식 관장
등록일 : 2012.10.17

1. 동서화랑은 어떤 의미인가요?

경남예술인들의 사랑방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느 지인 한 분은 경남 미술의 산 역사라는 분에 넘치는 평가를 해주시기도 하지만 저는 그저 모든 예술인들과 함께 어울려 즐기는 것이 좋았을 뿐입니다. 지금도 문학, 음악, 무용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든 예술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전시행사에는 여러 분야의 예술인들이 함께 해 주시고 계십니다.

2. 갤러리를 운영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50년 전 쯤 저는 처음 지역 언론계에 종사하는 문인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다양한 예술인들과 쉽게 교류하게 되었고 지역문화야말로 제가 끝까지 종사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여 여러 지인들의 권고로 화랑을 열게 되었고 동서화랑은 자연스럽게 지역예술인들이 모이게 되었고 작품발표의 장이 되었습니다. 미술가뿐 아니라, 시인, 춤꾼, 가수 등 모든 예술인들의 사랑방이었습니다.

김미희 부관장과 함께-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펼치시는 송인식관장님

3. 동서화랑은 경남지역에서 가장 역사가 있는 화장 중 하나라고 알고 있습니다. 화랑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정확히 1973년 8월31일에 마산 중앙동에서 개관을 하였습니다. 한 회, 두 회 전시를 하고, 작가들과 함께 만나며 지내온 세월이 이렇게 되었나 봅니다. 실은 화랑 나이, 제 나이 셈해본 지 오래되어서 잊고 있었습니다. 소감이랄 것도 없지만 매일 아침 새로운 날이 시작되는 것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기쁜 마음으로 새날을 맞이 하고 있을 뿐입니다. 한 때는 마산, 진주 등지에 동료화랑들이 함께 운영을 하며 서로 경쟁도 하고 격려도 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그 옛 동지들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젊은 후배님들이 새로운 이름으로 화랑을 열어 주셔서 이 또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역 문화와 예술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으니까요.

4. 많은 전시를 진행하셨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가와 전시가 있으시다면...

마산에서 40여년 화랑생활, 길다면 긴 세월이지만 제게는 그저 모든 것이 감사의 순간일 뿐입니다. 그 중에서도 1974년 파스텔 제1세대 작가인 故 강신석 작가 초대전, 1982년의 故 최운 작가 초대전, 동년에 故 문신 작가 초대전, 1984년 故 박생광 작가 초대전 등이 어제 일처럼 떠오릅니다.
그중 작가 문신은 참으로 끼와 재능, 열정으로 충만한 사람이었습니다. 서울 명동에 아네모네다방이 있다면 마산에는 외교구락부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많은 예인들이 모여 소위 파티를 자주 가졌었는데 문신선생은 변장술의 귀재였습니다. 여장을 어찌도 잘했는지 좌중의 인기를 늘 한 몸에 받곤 했었습니다. 1976년 문신 선생이 서울의 모화랑에서 전시를 했으나 부진한 성과였습니다. 이에 우리는 당시 마산한일은행 2층 전관을 특설 전시실로 꾸며 귀향전을 개최하여 100여 점의 작품 모두 오늘말로 하자면, Sold Out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크게 감동한 문신 선생은 고향이 내게 귀국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면서 만약 마산에서의 전시도 부진했다면 프랑스에서의 귀국이 더 늦어졌거나 아니면 귀국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고 회고하기도 하였습니다. 작가 문신과의 추억은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아름다움입니다. 아주 많이 그리운 친구입니다.

1973년 12월 마산동서화랑에서의 문신귀국전 당시

5. 지역 작가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동서미술상을 1990년도에 제정하였습니다. 저 개인의 사재 1억원을 출연하여 처음 시작하였습니다. 지역미술문화 발전과 지역작가들의 창작활동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매년 지역작가 한 분을 선정하여 상금 3백만 원과 수상 기념전시를 열어드리는 것입니다. 작년부터는 경남메세나협의회의 지원과 함께 매년 상금을 5백만 원으로 인상하게 되어 더욱 기쁩니다. 지역의 원로미술인과 미술계 인사들로 구성된 동서미술상 운영위원회에서 작가를 선정합니다. 1990년부터 1995년 작고하시기 전까지 문신 선생도 운영위원으로 함께 활동해 주셨습니다. 작가 선정 기준은 지역작가 중에서 열심히, 묵묵히 작업하시고 지역미술문화를 널리 알리고 세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을 품고 있는 분을 선정합니다. 그간의 수상자 분들 중에는 이제는 지역의 원로작가로 당당히 서게 되시고 대학의 교수로써 후학에 힘쓰시는 분도 여러분 계십니다. 더욱 감사한 것은 수상자 분들 모두 왕성한 활동으로 미술발전에 많은 힘을 실어 주고 계시며 올해는 21회 수상자를 모시게 된다는 것입니다.

6. 앞으로 계획된 일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화랑 경영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경영에 탁월한 사람이 아니어서 두서너 번 화랑을 그만 둘까하고 고심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주변의 어려운 작가들과 예인들의 격려로 지금까지 이끌어 오고 있습니다. 사명감이라고 하면 좀 부끄럽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에 대한 신의랄까 그들과 함께 시작 했으니 뭔가 흔적을 남겨야 한다는 신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화랑을 지금까지 지켜올 수 있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초심을 늘 되새기면서 사명감과 봉사정신으로 문화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매일 매일 감사하며 조용히 화랑을 열어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김영경 큐레이터

알파 갤러리 - 김효정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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