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인사동에 개관 후 2002년 새롭게 문을 연 하나아트 갤러리는 미술의 대중화와 보급을 위해 복합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꾸준한 전시기획을 통해 현 미술의 경향을 선보이고, 손 안의 예술이라 불리는 아트 상품 개발과 아트 컨설팅을 통해 생활 속에 예술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판화 전문화랑의 특성을 살려 작품성을 유지하면서도 저렴한 판화보급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하나아트 갤러리 1층은 작가문화상품으로 이루어진 아트샵과 2층의 갤러리, 판화 관람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미술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에게는 문턱을 낮추고, 컬렉터들에게는 전문성과 다양성을 겸비한 공간으로 인사동의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갤러리 공간을 벅어나 일년에 3~4차례 아트페어에 참가합니다. 갤러리 공간은 장소의 특스성으로 다양한 관람객보다는 고정 관람객과 구매 고객만을 만난다면, 아트페어는 보다 폭넓은 관람객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년 한 아트페어에 참여했을 때, 부모님과 아이 하나인 가족을 만났는데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직도 명품가방을 살 때는 자신에게 너그럽지만, 그림을 사기에는 까다로운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작품을 살때는 구입 당사자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사기 마련인데, 그 가족의 부모님들은 아이가 좋아하는 작품을 첫째 날 보시고 마지막 날 이이와 같이 와서 구입해 가셨습니다.

자연스럽게 미술을 대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 아이의 부모님과 같은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게 한 일이었습니다.

미술계에 종사하시는 많은 분들이 큐레이터는 농담으로 ‘노가다’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한 전시를 위해 작가 섭외를 시작으로 엽서, 포스터, 현수막 제작, 홍보메일, 우편발송, 전시장 작품 설치 등을 몇몇의 큰 미술관, 갤러리를 제외하고는 큐레이터 1인의 몫으로 일을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마무리 디스플레이가 끝나고 전시장에 걸린 작품을 보면 자식을 보는 심정으로 애틋함과 뿌듯함이 준비 기간 동안 힘든 몸과 마음의 피로를 씻겨 줍니다.

저에게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좋은 작가를 만나 최선을 다해 준비한 전시가 컬렉터들과 관람객들의 반응이 기대 이하의 냉담함을 보여 줄 때입니다. 특히 젊은 작가들이 패기있게 보여준 전시에 실망하고 움츠려들까봐 작가님과 작품에 대한 걱정과 미안함의 마음의 부담감이 큽니다.

시대와 작품을 아우르는 ‘통찰력’과 ‘깡’이라고 생각합니다. 철학, 문학, 예술 지식을 바탕으로 깨어있는 비판력 속에서 훈련되어진 ‘통찰력’과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으로 작품을 선정할 수 있는 고집과 체력을 끌고 나갈 수 있는 ‘깡’이 있어야 작품 선정과 전시 기획을 할 수 있으니까요.

또한 큐레이터의 중요한 자질 중 하나인 영어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미술관련 자료 대부분이 영어로 작성되어 있을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큐레이터들과 정보를 교환해야 하기 때문이죠. 또한 관람객이나 전시 작가 중에는 외국인도 많이 있으니까요.

학창시절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를 좋아했습니다. [작업실의 자코메티]라는 책을 읽게 된 계기가 자코메티의 작품에 열광하게 했는데, 제임스 로드의 초상화를 그리고 지우기를 18일동안 반복하며 실존에 대한 고민 그 자체였던 자코메티의 회의와 고통이 책에 삽입된 작품 이미지. 끝까지 완성하지 못한 작품 사진만으로도 고스란히 전달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후 뉴욕미술관(MOMA)에서 직접 작품을 대면했을때는 마음이 벅차 한동안 작품 앞에서 서성거리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그림들 속에서도 ‘그림을 위한 그림’이 아닌 작가의 솔직한 감정과 표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그림이었습니다. 비단 고뇌하는 그림만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즐거운 시선일 수도 있고요. 그렇게 작가 자신한테 솔직한 작품들을 보면 눈과 마음이 행복해집니다.

에디션 아트를 조망하는 전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미술계 안에서 사진장르의 확대로 많은 관람객들이 에디션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었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의 대다수 관람객들과 컬렉터들은 ‘하나밖에 없는 그림’에 대해 동경하고, 그것만이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판화, 사진, 디지털 페인팅 분야가 가지는 특수성이자 그림이 가지는 독점성을 해소시킬 수 있는 에디션 아트 전시를 기획하여 미술계의 영역 확대와, 컬렉터를 넘어 일반 미술 애호가들에게도 그림 소장의 기쁨을 선사하고자 합니다.

저작권관련 공부와 체계를 잡아가고자 합니다.

요즘 한국의 미술계는 소수의 컬렉터들과 문턱 높은 미술관과 갤러리, 부족한 작가지원에서 벗어나고자 많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반 관람객들을 미술관과 갤러리로 불러들이고자 다양한 행사와 전시기획을 선보이고, 젊은 작가들과 전업 작가들을 위한 많은 단체가 생겨 미술계에 활기를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전업작가 즉, 생계형 작가들은 작업을 이어나가기 힘들다고 합니다. 인기작가가 아니면, 부족한 경제적 사정으로 작품세계를 활발히 보여주지 못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기업과 예술과의 상호 교류가 활발해 비고 있으면, 작가 아트 상품 개발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작품에 대한 저작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음악, 문학 등 여태 장르만큼 미술계가 저작권에 대한 체계적인 기준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작권에 대한 체계가 확고하게 자리잡혀간다면 전업 작가들의 경제적 지원금 및 미술계의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