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젊은 세대 미술의 산실이 된 골드 스미스 컬리지의 학생이었던 허스트는 1988년 런던 남동부 도크랜드 지역의 한 오피스 빌딩에서 친구들과의 그룹전을 연다. 당시 이 지역은 재개발을 앞두고 철거작업이 진행중이었다. 화랑은 고사하고 예술과는 거리가 먼 이곳에서 연 전시의 제목은 바로 <프리즈 Freeze>다. 이는 yBa(young British artists)의 전신이 되었다.

프리즈는 `충격의 순간, 마음속에 간직된 것, 멈춰버린 장면` 의 의미를 부여했다. 수많은 창고전의 시조가 된 이 전시가 영국과 미국의 유수 딜러들의 눈길을 끌게 되면서 이 전시의 기획자이자 참여작가였던 허스트는 끊임없는 이슈를 만들며 미술계 거장으로 자리잡는다.

허스트의 작가로서의 성공은 영국 미술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찰스 사치(Charles Saachi)의 영향이 크다. 그가 허스트의 작품에 높은 상품성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허스트가 더 큰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고급문화 취향과 대중적 센세이셔널리즘 모두에 부응했기 때문이다. 사업가로서의 수완도 상당한 허스트는 영화, 뮤직비디오, tv 및 잡지광고, 출판, 각종 상업도안, 레스토랑 등의 사업에서도 성공을 거둔다.

 

 

 

작품 이야기로 돌아가 그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음의 경고, 죽음의 상징, 해골)로도 유명한데 1991년 첫 개인전에서 죽은 상어를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담고 모터를 움직이게 한 이 작품을 통해 `네가 죽을 수밖에 없음을 기억하라`는 경고한다.
동물의 사체를 오브제의 재료로 사용한 그는 악마의 자식(devil child)’,‘무서운 아이(enfant terrible)’, ‘컬트 조각가’, ‘잔혹한 현대작가’…라는 다양한 별명을 얻게 된다.

데미안 허스트는 모 일간지 인터뷰에서 일명 `상어` 작품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처음에는 상어를 그리려다가 진짜 상어를 사용했다. 이후 내 작품이 엄청나게 변화했다. 상어 이후 나는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이후 작품의 아이디어도 여기(상어)에서 나왔다.`

다소 충격적인 작품들로 인해 비판과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도로 대중에게 예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