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는 1907년 멕시코의 코요아칸에서 유태계 독일인 아버지 빌헬름 칼로(기예르모 칼로)와 스페인과 인디오의 혼혈(메스티조)인 어머니 마틸데 칼데론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녀가 세 살이 되던 해인 1910년 멕시코에서는 농민과 노동자들이 착취에 항거해 혁명이 일어났으며 칼로의 성장기는 이 혁명의 열기로 가득했다.

칼로는 6살때 소아마비를 앓아 오른쪽 다리가 불편했지만 영민하고 아름다운 소녀였다. 장차 의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던 그녀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것은 18살이 되던 1925년 9월의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하교길에 버스와 전차가 부딪히면서 치명상을 입게 된다. 강철봉이 옆구리를 뚫고 들어가 척추와 골반을 관통해 허벅지로 빠져 나왔고 소아마비로 불편했던 오른발은 짓이겨졌다. 살아있다는 것만도 기적이었다. 그녀는 9개월을 전신 깁스를 한 채 침대에 누워 있어야만 했다. 그녀는 이 사고로 ‘다친 것이 아니라 부서졌다’라고 표현했다.

 

 

두명의 프리다  1989년

 

단지 두 손만이 자유로웠던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림을 그리는 것 뿐이었고 거울에 비친 자신을 관찰하고 또 관찰하며 스스로의 모습을 그려가기 시작했다. 평생을 두고 자화상을 그렸던 이유이기도 하다. 수 차례의 수술 끝에 걸을 수 있게 되었지만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은 평생동안 그녀를 괴롭혔다.

이러한 육체적인 고통과 더불어 평생 그녀를 고통스럽게 만든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칼로의 남편 리베라였다. 그녀보다 21살 연상이었던 그는 이미 2번의 결혼 경험이 있었다. 당시 멕시코를 대표하는 천재화가의 반열에 올라있던 리베라의 아내로서 그의 그림을 위해 기꺼이 모델이 되었으며 영감을 주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여성편력을 가지고 있던 리베라는 결혼 후에도 외도를 멈추지 않았고 이로 인해 칼로는 질투와 분노를 넘어선 고독과 상실감을 평생 안고 살았다.

칼로는 리베라를 너무나 사랑했고 리베라 역시 그녀가 자신의 영혼의 동반자라고 여겼지만 칼로에게 리베라는 결코 자기 것이 되지 않는 남자였다. 더구나 칼로는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아이를 갖지 못했다. 몇차례의 유산은 절망감을 더해 주었고 이러한 여성으로써 누릴 수 없었던 행복에 대한 열망은 그림으로 승화되기 시작했다. 이로써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 냈다. 일부 유럽의 예술가들은 그녀의 그림을 당시 유행하던 초현실주의 걸작이라고 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그림이 어느 범주에도 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1940년대 말부터 건강이 악화되어 결국 오른쪽 다리를 잘라내야만 했고, 몇 차례의 척추 수술은 실패를 거듭했다. 칼로는 하루의 대부분을 누워서 지내야만 했으며 휠체어에 기대 간신히 앉아 있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후에도 그림은 포기하지 않고 그려나갔으며 사회적인 관심은 공산당 입당으로 이어지고 이러한 정치적인 성향은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1954년 7월 칼로는 ‘당신을 빨리 떠날 것 같다’면서 한달 남은 결혼 25주년 은혼식 선물을 리베라에게 먼저 주었다. 그날 새벽 칼로는 폐렴 증세의 악화로 47년의 짧은 생을 마쳤다. 일기 마지막에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이라고 쓰여 있었다고 한다. 칼로가 죽고 1년 후 리베라는 그녀가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 살았던 코요야칸의 ‘푸른집’을 나라에 기증했다. 그녀의 집은 이제 칼로를 기리는 미술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