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말기의 화가. 본관은 대원(大元). 자는 경유(景猷), 호는 오원(吾園)‧취명거사(醉瞑居士) 또는 문수산인(文岫山人)

 

 

첫사랑 소운의 초상화

 

장승업의 출생에 관해서는 알려진 사실이 거의 없으나, 장지연의 일사유사(逸士遺事)》에 그의 생애와 사람됨에 관한 기록이 비교적 자세하게 남아 있다. 장승업의 오원(吾園)이란 아호는 1세기 가량 앞선 조선최고의 화가 단원(檀園) 김홍도와 혜원(蕙園) 신윤복처럼 나도[吾] 원(園)이라는 것이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고아로 어렵게 자라 수표교 부근의 이응헌(李應憲)의 집에서 심부름하며 기거하였다. 이응헌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인 이상적(李尙迪)의 사위이자 중국 청나라를 왕래하던 역관으로 상당한 재력가였다. 이응헌은 중국의 명서화를 많이 소장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장승업은 원‧명 이래의 명인들의 서화를 접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는 장승업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어깨 너머로 그림을 감상하던 장승업을 어느날 우연히 붓을 쥐고 그림을 그렸는데, 걸작이 탄생했다고 한다. 이를 본 이응헌은 지필묵을 장만해 주며 그림에 전념하도록 도와 주었으며, 그의 천재적 재능을 아끼고 후원하게 되었다.

 

녹수선경
 

쌍구도

 

장승업은 조선 초기 몽유도원도를 그린 안견과 후기 김홍도와 함께 조선시대 3대 화가로 불린다. 그는 조선왕조가 쇠락해 가던 시기에 활동했던 작가이기 때문에 다른 작가들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장승업은 산수, 인물, 영모, 화훼, 기명절지 등 다양한 소재를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여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그의 작품은 흩어진 듯 짜임새 있는 구성과 개방된 공간, 힘차고 능숙한 필법, 강렬한 묵법과 섬세한 설채법의 뚜렷한 대조, 화면 전체에 넘치는 생동감 등이 특징이다. 그러나 기교적인 형태에 치중했으며, 중국 취향의 작품이 많다. 그렇지만 그는 천재적인 재능으로 당대 제일의 ‘신품(神品)’ 화가로 칭송받았다.

 

 

오동폐월

 

장승업의 명성은 궁궐에까지 알려져 감찰이라는 정6품 관직을 제수받고, 고종의 명령으로 궁궐에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술과 여자를 좋아하며 무엇에도 얽매이기를 싫어하는 방만한 성격에 구중궁궐은 그에게 맞지 않았다. 고종은 장승업에게 병풍 십수첩을 그리게 했으나, 하루 두어번, 술은 두세반만 마시게 하는등 엄중하게 관리했다. 때문에 세 번씩이나 궁을 빠져나와 황제의 노여움을 사 감옥에 갖혔으나 충정공(忠正公) 민영환(閔泳煥)의 진언으로 풀려났다. 사대부를 대신해 19세기 신흥 부유층으로 떠오른 중인 계층과 한성부 판윤이었던 변원규, 흥선대원군 이하응, 민영익, 오세창, 오경연 같은 문화계 인사들이 그를 후원했다.

 

청강리어
 

풍진삼협

 

장승업은 암울했던 19세기 후반에 시대를 밝히는 한줄기 빛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의 뛰어난 기량은 후진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그는 안중식, 조석진에게 영향을 주면서 조선 말기 회화의 전통을 현대 화단으로 잇게 하였다. 따라서 장승업은 한국 근대 회화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오원(吾園)은 40세가 지나도록 독신이었는데, 주위의 권유에 못 이겨 결혼을 하였으나 겨우 첫날밤을 치르고는 부인과 헤어져 평생 홀로 지냈다. 관직과 명성도 구속으로 여길만큼 세속적 권위와 명성에 연연하지 않았던 장승업은 그 후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며 보이는 그대로를 담아내다 1897년 55세로 사망했다. 그러나 장승업이 어디서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