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simir Severinovich Malevich

1878년 2월 11일(23) ~ 1935년 5월 15일

 

 

말레비치는 키예프 미술학교와 모스크바 미술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았다. 초기에는 인상파나 야수파 양식으로 그림을 그렸으나 1912년에 파리를 방문한 뒤로는 피카소와 입체파의 영향을 받았다. 그는 `잭 오브 다이아몬드`라는 단체의 일원으로서, 러시아 입체파 운동을 이끌었다.

 

 

 

 

 

 

1913년에 말레비치는 그가 절대주의라는 이름을 붙인 기하학 추상형식을 만들었다. 그는 예술가가 순수한 예술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예술에서 가치 있는 것이라 믿었다. 기초 기하학적 형체 중에서도 순수하다고 생각된 것은 사각형이었다. 1913년에서 1919년까지 그는 흑백과 하얀 바탕 위에 하얀 그림을 그렸다. 하얀 바탕 위에 붓으로 만들어낸 자국이 전부였다. 질감으로만 배경과 구분된다. 모든 구체적 대상이 사라진 화면 속에서 절대적 회화성을 추구한 그의 작품은 사각형이나 원 등의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와 소수 색에 의해 구성되었고 극도로 단순한 표현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화면에서 바탕의 흰색과 사각형의 검은 색은 혹은 하얀 바탕에 검은 원은 모든 색을 배제하고 마지막 남겨진 순수 정신적 절대성의 색이며, 미적 대상으로서의 색이 아니라, 유(有)와 무(無)의 가운데 놓인 정신세계와 통하는 색이라 할 수 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는 러시아 미술가들이 서유럽을 여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뿐만 아니라 파리에서 작업하면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 슈추킨 등에 의해 수집된 현대미술의 소장품들과 당시 러시아에서 조직된 전시회나 잡지 때문에 러시아 미술가들은 서유럽의 경향을 가까이 접할 수 있었다. 그 대표적인 인물로 카시미르 말레비치와 칸딘스키가 있다. 말레비치 최초의 그림에서는 정적인 효과를 지향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이후 유동적인 배열과 보다 명확한 공간감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리하여 대비적인 색채들과 다양한 크기의 중첩된 형태들이 흰색을 배경으로 등장하여서 빛으로 가득 찬 무한한 공간 속을 부유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말레비치는 원래 몬드리안의 신조형주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그림을 틀에 끼우지 않고 전시하고자 했다. 그러나 몬드리안이 그림을 벽에 평행하게 걸었으나 말레비치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앞으로 기울여지게 걸었다. 이는 그림의 공간이 무한한 공간, 즉 직접 접하고 있는 환경이 아닌 우주적 공간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암시한 것이다.

 

State Russian Museum, St.Petersburg
 

 

 

 

초기 절대주의 그림들에는 <날으는 비행기> 또는 <건축 중에 있는 집> 등의 제목을 붙였지만, 이후 이같이 물질세계를 의미하는 제목에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 그가 가시적인 형태를 부여하고자 한 실체는 비물질적인 것, 즉 ‘비대상성에 대한 감각’이었다. 러시아 혁명 때문에 형성된 새로운 사회가 물질적인 원리에 기반을 두는 경향이 점점 더 확고해짐에 따라 말레비치는 1922년 이후에는 절대주의 작품들을 러시아에서 전시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그 명성은 서유럽으로 퍼져 나가 1922년과 1923년에는 베를린에서, 1924년에는 베니스에서 열린 대규모 러시아 미술전에서 전시되었다. 이후 1927년 베를린에서는 개인전도 진행하게 된다. 이와 같이 추상미술의 가장 영향력 있는 선구자들인 들로네, 몬드리안. 말레비치 등은 입체주의를 완전한 비구상에 이르는 지침으로 이용하였다. 들로네의 미술은 빛, 색채, 동적인 것에 대한 서정적 감각을 주제로 한 것으로, 몬드리안의 그림은 보편적 실체, 대비적인 것들의 조우로서의 존재에 대한 동양적인 해석과 유사한 사상을 표현한 것이었다. 말레비치의 그림은 보편적 감성을 표상하는 형상을 보여주는데, 이는 절대적으로 종교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기술과학적 세계에 대한 반감을 암시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하적인, 형태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미술을 제시하였으며 입체주의를 이용한 미술가들은 다른 의도를 성취하기 위하여 이를 자유롭게 이용하였다.

 

 

 

 

몬드리안과 말레비치의 추상작품은 기본형에 의거하고 있으므로 지극히 현대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 두 미술가 모두는 신비주의적 사색에 이끌렸으며, 물질세계를 찬양하기보다 이에 대한 해답을 주고자 했다. 시각세계는 상상력에 의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심층세계를 가리고 있는 겉모습이라고 믿었던 그들의 신념은 고전철학에서 그 근거를 발견할 수 있다.

 

 

 

 

그는 1926년에 바이마르의 바우하우스를 방문했을 때 바실리 칸딘스키를 만나, 〈비구상의 세계 Die gegenstandslose Welt〉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이론에 대한 책을 출판했다. 나중에 소련 정치가들이 현대 미술을 탄압하기 시작하자, 말레비치와 그의 미술은 파멸의 운명을 맞았다. 그는 세상에서 잊혀진 채 가난속에서 죽었다.

말레비치는 추상적인 기하학적 요소로 이루어진 그림을 발표한 최초의 화가였다. 그는 미술에서 모든 관능과 묘사를 배제하고, 순수하며 지적인 구성 작품을 만들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의 유명한 〈흰색 위의 흰색 White on White〉(1918, 미국 뉴욕 시 현대미술관 소장)은 절대주의 이론에서 나온 논리적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