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업은 반려동물의 죽음과 영혼을 기리는 태도와 방식에 관한 것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반려동물은 과거의 어느 시점보다 각별한 의미와 가치의 비중을 차지한다. 현대 사회의 치열하고 고독한 삶의 환경 속에서 사람과 동물과의 정서적 유대는 더욱 깊어져 왔을 것이다. 사람의 가족이 된 동물은 오늘날 사람과 대등한 권리와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고 또 죽음을 맞는다.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했던 반려동물의 장례식을 치르고 추모하는 행위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이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 시선이 교차하면서 다양한 이슈를 생산해왔다. 이러한 의미에서 동시대의 반려동물 장례문화가 개인적 차원의 상실과 애도의 관점으로 축소되기 보다, 사회적이고 포괄적인 시선으로 다루어져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지난 1년간 나는 한국과 일본, 미국을 오가며 동물의 장례식과 화장터, 묘지와 납골당, 그리고 최근의 트렌드인 한국의 메모리얼스톤(엔젤스톤)과 미국의 반려동물 박제를 촬영했다. 제한된 시간으로 인해 더 많은 문화권을 다루지 못했지만, 100년이 넘는 동물묘지의 역사와 함께, 보편적인 추모의 형태와 다양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일본과 미국을 선택했다. 그리고 아직은 그 역사가 짧지만 최근 급격하게 그 수요가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사례를 관찰하면서 죽음이 처리되는 공간, 그리고 죽음을 기념하는 방식과 유형을 기록했다.
이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여러 반려동물의 이름들에서 사람이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태도와 상호간의 관계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전시의 제목인 Cloud Shadow Spirit (구름 그림자 영혼)은 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알게 된 반려동물의 이름을 선택해 나열한 것이다. 추상적이고 다소 의미심장해 보이는 이 단어들은 대중적으로 빈번히 사용되는 이름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느껴졌다. 솜털같이 여리고 순수한 Cloud(구름), 늘 그림자처럼 뒤를 따르던 Shadow(그림자), 교감하고 소통하던 존재 Spirit(영혼), 이처럼 나는 만난 적 없는 동물의 특징과 성격, 혹은 존재의 의미 등을 비석에 새겨진 그들의 이름을 통해 미루어 짐작해 본다. 사랑스러운 대상에게서 기대하는 즐거움과 행복, 어린이와 같은 순진함과 배신하지 않는 충성심, 고립되고 결핍된 자신에 대한 이해와 위로 등 반려동물에게 바라는 기대 혹은 가치를 수많은 이름들로부터 어렴풋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교감했던 동물에 대한 장례식과 추모는 맹목적인 사랑을 보여준 존재들에 대한 보상이자 책임의 표현이며, 자기 위안일 것이다. 다양한 이름이 새겨진 비석과 동물 동상, 원색적인 조화와 장난감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납골당은 마치 그 자체가 메시지인 듯,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과 함께 반려동물의 가치를 대면하게 한다. 동시에 박제와 같은 기념물에서처럼 애착의 대상에 대한 소유욕이 드러나기도 한다. 나는 이 사진들을 통해 무엇인가를 비판하거나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반려동물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직면할 수 밖에 없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통해 오늘날의 삶의 풍경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