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우주의 근본적인 원리인 도(道)는 전통 동양화에서 수묵을 통해 표현된다.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과정, 즉 유무순환(有無循環)의 구조자체만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라고 생각한다. 우주도 마찬가지로 이 구조 속에 있다.

태초의 빅뱅이 일어나기 전에 아마 또 다른 우주가 있었을 것이다. 이 우주가 소멸이 되면서 모든 에너지가 하나로 응축이 되어서 다시 태어난 게 현 우주인 것이다. 이전의 우주와 빅뱅 이후의 우주는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동시에 겪었고, 이 과정은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다. 이러한 생성과 소멸의 무한반복은 ∞ 로 기호화 된다. 이 기호의 겹쳐지는 가운데 부분은 생성과 소멸이 동시에 일어나는 지점이다. 한쪽 원 부분이 생성에서 소멸로 가는 우주이고 나머지 한쪽 원 부분이 소멸에서 다시 생성되어가는 우주이다. 즉, 생성과 소멸의 무한순환이 곧 우주이고 도(道)인 것이다.

나는 이러한 도(道)의 개념을 바탕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 내 작업은 지필묵의 전통적인 방법과는 다르다. 먼저 화첩에 스케치한 산을 바탕으로 목판에 산을 그리고 이 스케치를 따라 드릴로 구멍을 뚫는다. 뚫은 구멍에 이쑤시개와 성냥을 꽂고 이들을 불로 태워서 최종적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작업 과정 중에서 불은 기존의 이미지를 태워서 없애지만 작품 자체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 타는 도중에 생긴 그을음이 만들어 낸 우연의 효과가 새로운 이미지로 재탄생 하는 것이다. 그을음의 흔적은 현 상태 이전에 무엇인가가 있었다는 증거이다. 나는 현재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과거 무엇인가의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흔적 위에 서있고, 그 흔적을 통해 새로운 흔적을 만들어 나간다. 흔적은 과거이자 곧 미래의 진행형으로, 작업에서의 흔적들은 이러한 양면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또한 이미지의 생성과 소멸의 과정은 ∞의 교차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 교차점은 곧 중도를 의미한다. 중도라는 것은 양극적인 입장의 가운데가 아니라 항상 변하는 것의 중심을 자리잡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통 수묵에서 추구하는 것을 내 나름의 방법을 통해 작업으로 표현하였다.

내 작품에 전반적으로 등장하는 ‘산’이라는 소재는 전통 수묵화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소재이며, 나는 그 소재를 통해 전통 수묵의 맥락을 잇는다. ‘산’은 항상 그 자리에 가만히 있지만 변화를 멈추지 않는다. 특히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산은 계절마다 그 색이 바뀐다. 즉 생성과 소멸이라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몸소 실천하기 때문에, 산은 그 자체로 우주의 근본적 구조에 가장 적합한 존재라 할 수 있다. 동양에서는 산을 그릴 때 눈으로 본 산 뿐만 아니라 직접 산에 가서 산을 온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가슴에 담은 후 작품으로 남긴다. 이러한 태도는 앞서 말한 자연합일(自然合一)적 태도를 통해 도(道)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수묵화는 본래 사람이 속세적인 가치의 기준을 떠나서, 도(道)라는 절대불변의 입장에서 참다운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을 예술의 세계로 표현한 것이다. 수묵 산수화는 산 자체의 도(道)에 자유로운 인간의 이상향을 곁들인 예술 세계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생성과 소멸이라는 양면성을 분리하기 보다는 하나로 인지해야 할 것이다. 생성과 소멸이 무한히 순환하는 그 과정이야 말로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며, 우리가 가장 자연스러운 사람이 될 때 우리는 모든 기준과 생각들에게서 자유로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Artst’s Statement

Based on the traditional ink painting concept, I try to express ‘Tao’ through the ink on paper. Tao is the fundamental principle of the universe. Is there anything unchangeable in the world? I believe that the process which is constantly created and dissipated -the circulation structure of existence and non-existence itself- is the only truth that will never change. I believe the universe also exists in this structure, so another universe may have existed before the Big Bang occurred in the beginning. The current universe is considered to be the one that was born again after all energy of the previous one was condensed while it was dying out. Both the first universe and the universe after the Big Bang went through a simultaneous process of creation and extinction, and this process occur eternally. We can easily symbolize this unlimited repetition of creation and extinction as ‘∞’, and the layered point in the center of the sign(the crossing point) is the same point of creation and extinction. One of the circles means the universe that is going from creation to extinction, and the other circle is the universe that is created again from the extinction. In short, the circulation of existence and non-existence -the unlimited circulation- is the universe and Tao.

The ink painting painters in the past fulfilled their art spirit by expressing that human beings in the permanent stance would get real freedom by being united into one with Tao, regardless of superficial distinction or change in reality. Ink painting is the field that is trying to approach to the peak of Tao itself through these process. I worked on this painting with a stance of the essential aspects of the traditional ink painting. I did not use the traditional techniques for this work, though. Since I burned a toothpick and match on the wood block, it differs from the traditional way of using paper. At first, I sketched the mountain on the wood block using a drawing pad of mountain sketches, and then made a hole by using a drill. I stuck a toothpick and match in this hole. Finally I completed the work by burning these sticks in the wood block. In the middle of the working process, I tried to get rid of the existing image by light burns. Even though I burn and remove some part of the work, it does not mean that the painting itself disappeared. The accidental effect of soot during its burning results in a rebirth of new image. The trace of soot is the evidence that there was something before the present state of things. I suppose the present state of everything is traces of something. We are standing over the traces, and making new traces through the old one, so the trace for me is the past and also the progressive form of the future. Traces found in the work show both sides of these images. The process of creation and extinction of image demonstrates the universe structure in Tao. In the painting, I tried to show the point of intersection(the crossing point) of ∞. Consequently, I used different techniques from the traditional ink-painting skill, but the essential aspect has the same context of the traditional concept. You can also see this traditional context in the landscape which is an image of this picture.

The material, mountains, is the most painted in the traditional ink-painting. Why is that? Mountains stay there all the time, but they do not stop changing. Especially, in case of Korean mountains, there are clear distinctions between the four seasons. That’s why mountains keep changing colors at each season. Shortly, a mountain puts the process of creation and extinction into practice by itself. A mountain itself is the most appropriate one for the universe’s fundamental structure since it naturally follows creation and extinction. Moreover, in the Oriental art, painters do not just observe a mountain when they draw it. They go to a mountain in person. After feeling the mountain physically and mentally and keeping it in their minds, they painted it from the heart. This attitude is one of the attempts to get closer to Tao by being united with nature. Thus, ink-painting is the art field through which utopia is added to Tao of mountains.

We should consider the double-sidedness of creation and extinction as one, not separated, because that process is the most natural. When we are the one who is the most natural, we can be free from certain standards or thou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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