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 작가명 : 성태진, 나무  embossed works 62 x 122cm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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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평론
글. 소헌컨템포러리

성태진은 자신만의 특유의 그림 소재를 대중매체에서 찾아 한국적인 정서를 가지고 팝아트적 성향을 표출하는 작가이다. 최근 재조명받고 있는 만화영화 주인공 '태권V'를 소재로 「나의 일그러진 영웅」,「마징가의 역습」,「태권V의 귀환」등의 에피소드 형식으로서 작가는 자신의 삶을 투영하고 있다. 태권V는 작가에게 사회적 무관심 속에 버려진 유년기의 욕망과도 같지만 동시대에 풍자적이고 해학적으로 꼬집어내는 작품의 소재이기도 하다.
특이한 것은 목판에 태권V라는 추억속의 소재로 이미지를 양각으로 깎고 채색한다. ‘낙장불입’, ‘자력갱생’, ‘함께 있을 때 두려울 것이 없었다’, ‘오매불망’ 등 에피소드적인 작품제목도 그러려니와 현대인을 대역하고 있는 작품 속 캐릭터들은 한편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순수하기까지 한 천진난만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너무 진지해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그런 가운데 일그러진 사회를 비꼬기도 하며 전혀 엉뚱하고 거창한 구호로 신라시대 향가 ‘찬기파랑가’나, 이순신 장군의 한시 ‘한산도가’를 읊어대며 자못 경건하게 우리와 사회를 일깨운다. 그렇다고 그의 그림이 다른 이에게 교훈적 메세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추리닝이며 갑옷을 입은 성태진의 태권V는 악을 무찌르는 영웅과 반대로 지구를 지키는 일에서 실직당한 뒤 사회 부적응자로 떠도는 태권V다. 우리시대 희망 잃은 젊은이들 같다.
이름하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태권V... 영웅에서 실업자로 전락한 태권V가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해학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은 작가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태권V의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작가는 때로는 추리닝 차림으로 술에 취해 그리운 누군가를 오매불망(寤寐不忘)하며, 때로는 갑옷으로 무장한 비장한 모습으로 자력갱생(自力更生)을 외친다.

“어릴 때 태권V가 영웅이었어요.”라는 성태진 작가에게 태권V는 탐욕과 사회적 무관심 속에 버려진 현대인의 심리적 죽음이다. 현대사회의 이기적이며 냉소적인 인간상에 대한 비판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떠나 현실과 만화세계 사이의 간극을 정확히 경계 짓고 있는 이들에게 태권브이의 소외감을 생각하라고 한다. 또, 냉정해지는 현대인에게 감성을 되짚어보라고 주문한다. 일반인에게 있어 태권브이는 대개 우리의 친구 혹은 우직한 영웅으로 인식되지만 작가의 어린 시절 태권브이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의 차원을 넘어서 실존하고 있는 인물처럼 막연한 신비감을 지니고 있던 대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이 퇴색해 가면서 그 존재마저도 희미해져갔다. 이는 비단 작가 개인뿐만이 아닌 성인이 된 사람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결론적으로 성태진은 작품속에서 현대인의 심리를 대변하고자 하며, 우리 사회를 반영하려고 한다. 어느 부분은 성태진에게 있어서도 사회를 반영한다는 작가의 의도가 독단적으로 비쳐질 수 있으나, 인간은 사회에서 길들여지고 작가도 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내면에 비쳐진 사회의 모습을 작업을 통해서 표현하고 설명한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대중문화를 소재 삼되 그 안에 문제의식의 제기 등 다양한 해석을 제시하는 새로운 팝 아트의 의미를 우리에게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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