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 작가명 : Insane Park(인세인 박),  케이블 전선 121 x 68cm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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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이미지 깨기
작업의 가장 큰 화두는 기존의 이미지의 재구성이라 할 수 있다. 작업 하나하나는 각기
다른 의미나 의도를 가지고 작업한 것도 있고 유사한 내용을 가지고 작업한 것도 있다.
하지만 내 작업은 하나의 이미지 위에 다른 이미지를 넣으므로 인해 나타나는 이미지
간의 충돌과 모순된 이미지를 나타내고자 하였다.
어떤 상징적 이미지가 만들어지면 그것이 우리가 알고 있던 예술, 종교, 사회적 금기,
사회의 암묵적 약속 등을 나타내는 이미지(비너스, 부처, 예수, 1달러자리 지폐안의
워싱턴 등)와 그것과 상반대거나 기존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다른 이미지를 만나게
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이미지가 꼭 그것을 인식해야만 되는지, 혹은 어떤 이미지나
상징적 아이콘이 만들어 졌을 때 그것이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과정 속에서 강제되거나
교육되어진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하는 작업이다.
우리가 시각적으로 ‘아름답다’고 하거나 ‘추하다’고 하는 것들이나 진실이나 거짓에
대해서 진짜 우리가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강요 속에서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예술은 가장 진실에 가까운 눈을 가지기 위해 존재한다.


끝없는 회화
나의 작업은 한 화면에 여러 가지의 장면이 연출된다. 전체가 다 보이는 화면으로 시작
서 과정이 화면에서 변화되며 정지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다시 화면은 변화한다. 일반
예술은 현실의 반영이다. 캔버스나 판넬에 대상을 똑같이 나타내려 하거나 혹은 현실이
아닌 초현실을 표현했다 하더라도 관람자가 지금 보고 있는 장면과 5분 뒤의 장면은 같
을 수 밖에 없다.
현실은 시간성에 따라 계속 변할 수 밖 에 없는데 그림은 변하지 않는다. 현실을 반영한
것이지만 현실이 아닌 비현실이 되는 것이다. 꽃은 시들고 사람은 늙는다. 하지만
그림속의 꽃은 시들지 않고 사람도 또한 늙지 않는다. 관람자는 그림과 현실의 괴리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특히 평면회화(대부분의 시각적인 작업이나 행위도 마찬가지겠지만)에서 시간성을
표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나의 이번 작업들은 그 한계
를 조금이나마 뛰어넘었다고 볼 수 있겠다. 나의 작업들은 현실과 마찬가지로 계속
변화를 갖는다. 하나의 정지된 화면에 의한 불연속성을 파괴함으로써 관람자는 한
순간도 같은 장면을 만날 수 없다. 이것은 절대로 불연속성을 가지지 못하는 현실을
나타낸다. 내 작업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사회적 문제나 현상들을 다루고
있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미술은 현실을 반영하는 행위나 결과물이고 또 현실을 반영
할 수 밖 에 없다. 나의 작업은 그 현실과 가장 많이 닮아있다.

작업의 재료
나의 작업의 재료는 열판에 혼합재료이다. 혼합재료에는 시온안료(thermocolor)가
주가 된다. 시온안료란 열 변화안료 또는 측온안료, 카멜레온 안료로 불리며 온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안료를 말한다. 온도가 바뀜에 따라 색이 사라졌다가 다시 원래의
온도가 되면 원래의 색이 나타나는 성질은 가지고 있는 안료이다. 보통온도는 -15도
부터 70도 사이에서 정할 수 있다. 원하는 용도 온도에 따라 제품을 그 온도에서 바뀌
는 것을 선택하여 쓸 수 있다. 이를 응용한 제품은 간이 온도계가 있으며 뜨거운 물을
부으면 색이 변하는 컵 등 다양한 팬시용품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가
시온안료를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국내의 한 맥주회사가 온도계가 달린
맥주라 하여 맥주가 가장 맛있는 온도인 7도에서 파란 라벨이 나타나게 한 것으로
다른 음료의 회사도 시온안료를 이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내 작업은 이런 시온안료와 투명잉크(pvc)를 섞어 만든 잉크로 실크스크린을 하여
열판(열이나는 판넬) 위에 찍는 작업이다. 열판에는 기존의 아크릴릭 물감이나 페인트로
고정된 이미지를 만들고 그 위에 시온안료로 작업하므로 인해 성질이 다른 두 가지의
이미지가 나타나게 된다. 물론 그 과정 또한 나타나게 된다. 열판은 타이머로 작동하게
하여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열이 들어오고 나가게 됨으로써 이에 반응하는 시온안료가
투명하게 되었다가 다시 원래의 색을 갖게 되는 식의 모양을 갖게 된다.
이에 미술작업에 새로운 재료를 사용함으로 인해 평면작업에서의 시간성을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박영덕 Insane Park _ 미디어의 습격(신한갤러리)
현대사회는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수용시켜왔다. 물론 이로 인해 긍정적인 부분들도 많이 나타났지만 이와는
반대로 부정적인 부분 또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현대인들은 자기 자신의 능동적인 상상력의 활동에
의해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는 외부에서 만들어낸 인공적이고 가공된 이미
지를 받아들이는 것에 훨씬 익숙하다. 시간을 들이고 사고라는 노동을 하지 않고도 넘쳐
나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를 단지 선택함으로 인해인간이 가지는 특권인 사고라는 활동을
손쉽게 포기해버리게 된다. 이처럼 미디어가 가공한 이미지를 선택한 양식과 취향이
동일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평온한 세계가 되어버린 이 세계는 육체에서부터 정신에
이르기 까지 물질적, 상징적 창조의 개인적 특권이 아닌 공허함만이 가득 차 있는 현대
사회를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이 이미지, 상상력과 분리된 노동의 세계에 살고 있는 현대
인들은 자신의 존재가 상징적 차원에서 비워지고 있음을 경험할 수 밖에 없다. 즉,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존재는 닫혀있고, 의미 없는 이미지(혹은 텍스트)의 체계에
귀속되는 것이다.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을 현대인들은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미디어가 가공시킨 이미지만을 생각하게 됨으로써 이를 받아들이는 현대인들은 주체성을
잃고 단편적인 사고만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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