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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노마드 - 섬의 시간

전시기간: : 2010.09.07 ~ 2010.11.09
참여작가: :; 고권 , 오승용, 한승엽, 허문희

고권 , 오승용 , 한승엽 , 허문희
전시구분: : 국내 , 단체전
전시장소: : 이중섭미술관 기획전시실
: 제주 서귀포시 정방동 532-1번지 (이중섭로 27-3)
관람료: : 일반 : 천원, 청소년 및 군인 : 500원, 어린이 : 300원
관람시간: : 오전 9시 ~ 오후 6시
: 7-9월 : 오전 9시 ~ 오후 8시
: (관람종료 30분전 매표마감)
오프닝: : 2010.09.07 09시 00분
휴관일: : 월 1월 1일, 설날, 추석
문의전화: : 064-733-3555
홈페이지: : jslee.seogwipo.go.kr

전시개요: <꿈꾸는 노마드(nomade)- 섬의 시간>전은 섬/공간에서 존재/시간의 변화를 찾아보고자 기획되었다. 섬이라는 공간·지리적 특성에 기초하여 섬을 찾아온 화가, 섬에 사는 화가, 섬을 떠난 화가의 시선을 통해 시간(현 존재)과 공간(현실 공간)의 관계를 미학적으로 풀어나가게 된다.

이번 <꿈꾸는 노마드(nomade)- 섬의 시간>전에는 고권, 오승용, 이두원, 한승엽, 허문희 등 다섯 명의 젊은 화가들이 참여하였다.

고권의 의식은 초현실주의의 세계에 닿아있다. 현실에서 채집되거나 차용된 주제는 형상의 왜곡으로 나타난다. 그런 점에서 흥미로운 비현실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물론 의식이나 무의식은 현실에 닿아있다. 의식은 현실에 직접 개입한다는 점이, 무의식은 현실에 간접적으로 닿아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의식의 상상력은 무의식의 근원에 닿으려고 애쓰는 의식이다. 꿈이 조각나는 것은 바로 의식의 파편들이 무의식의 실제 구성물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아이러니컬한 일인가. 의식으로 닿을 수 없는 무의식의 저장물이 현실에서 생성되는 의식의 파편들이라니. 고권은 의식을 매우 유희적으로 사고하고 있다. 일종의 상상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비록 꿈에서처럼 조각난 사물의 집합으로 보여주는 주제 의식은, 리얼리티는 있으되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조장하는 것으로 치환된다.

오승용은 잠녀를 모티프로 하여 작업하고 있다. 그의 잠녀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전적인 잠녀가 아니라 패러디 된 잠녀이다. 때로 그의 잠녀는 인어공주로 모색되기도 하고, 바다 생물의 지배를 받는 여성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과거와 같이 생업을 중심에 두고 사고하기 보다는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발랄한 잠녀를 사고한다. 현실의 잠녀들이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 용왕에게 기원하고 이어도를 설정하듯, 오승용은 젊고, 당당하면서도 활기에 찬 잠녀의 상을 구현하고 있다. 그러나 고전적 의미의 해체는 리얼리티와 충돌하고 있다.

이두원은 그야말로 종횡무진 그리는 화가이다.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을 자유자재로 합성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현실에 존재하는 것을 합성하여 충격적인 개념으로 표출하는 것을 혼성모방(混成模倣)이라고 한다. 혼성모방에는 서로 다른 종류들의 결합을 시도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이것을 이종교배(異種交配)라고 한다. 그가 행하는 혼성모방과 이종교배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작품의 흥미를 위해서 동화적인 요소를 도입한다. 어설픈 듯한 표현, 어눌한 구성력, 존재하지 않은 것이지만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 사물들. 바다, 땅, 하늘을 구별하지 않고 표현하는 공간 개념들, 세계 곳곳에서 찾아낸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탁월함이 있다. 이두원의 작품은 유토피아를 꿈꾸는 현대인들을 어느새 환상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그림, 예술적 상상력이 풍부한 그의 작품들은 자유롭다. 그는 자유를 꿈꾸기 전에 이미 자유를 누리고 있다.

한승엽은 말 그림 연작을 내보인다. 말은 전통적인 노마드와 매우 밀접하다. 초원의 노마드들이 바로 ‘동물 되기’에서 처음 시도하는 것이 ‘말 되기’이다. 초원에서 말과의 소통은 어릴 적부터 시작된다. 아이들은 걸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자신과 똑같은 어린 말과 함께 생활한다. 말은 식구가 되고 친구가 된다. 아이는 말의 마음을 알고, 말은 아이의 생각을 안다. 말 되기는 유목민의 생존 방식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제주는 섬이지만 초지(草地)가 있으면서도 바다가 경계가 되기 때문에 말 키우기에 매우 적합하다. 한승엽은 말의 습성, 동작, 행동을 관찰하면서 말의 생태에 다가서고 있다. 그는 말의 우수(憂愁)를 표현할 줄 알고, 동물들 간 자연 친화력을 강조하고 있다. 말이 있는 풍경은 말을 위한 풍경이 된다. 풍경은 말에 의해 완성되고 스스로 놓여진 상태의 풍경이 아니라 말의 심상(心象)에 비친 풍경들이다. 그 심상은 곧 한승엽의 심상과 교차되고 있다. 자연 속에서 말이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말에게 자연은 한승엽의 사회로 투사된다.

허문희는 여행자의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떠나기 위해서 머무르는 시간을 소중하게 다룬다. 일상의 잡동사니들은 존재에 필요한 도구들이다. 집에서 초원을 꿈꾸고, 초원에서 다음의 머물 곳을 그린다. 개, 토끼, 고양이, 얼룩말들은 허문희 의식에 잠자는 친구들이다. 그들은 단지 상징적 표상이지만 여행을 위해서 필요한 즐거운 동행자들이다.
그에게 종이배는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기표가 된다. 충동의 바다에 띄우는 종이배, 하늘에서 내려진 전구, 암초의 섬들은 의식의 흐름을 좇아가는 그의 꿈의 여행의 표상들이다. 꿈은 꾼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꿈을 만들뿐이다. 현실에는 허구적인 요소가 많다. 하지만 허구에도 현실적인 요소가 많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는 상상의 여행을 위해서 비현실 속에 현실의 집을 짓는다. 그가 그린 집은 진짜 집이 아니고, 가방은 진짜 가방이 아니지만, 그에게만은 그 집과 가방, 그리고 화면에 등장하는 동물과 사물들이야말로 진짜인 것이다. 그러나 꿈이 깨면 그 사물들도 사라질 것이기에 허문희는 꿈을 깨지 않는다.

-전은자, 이중섭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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