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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1
빈센트 반 고흐 - 별이 빛나는 밤
등록일 : 2013.07.02

별이 빛나는 밤

김남은(신한갤러리 큐레이터)

의사이자 호모인 무츠키, 알코올중독자인 아내 쇼코, 무츠키의 호모 애인 곤.

평범하지 않은, 그렇다고 해서 이상하거나 특별하지도 않은 세 사람의 관계를 그린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에는 무츠키가 곤으로부터 받았던 프로포즈를 이야기하는 구절이 있다. 곤은 왜 사랑한다는 말 대신 수많은 별들이 아로새겨져 있는 풍경을 그렸을까? 그것은 분명 ‘말’ 보다 더 강한 ‘이미지(그림)’였을 것이다.

한 일주일 정도 지나 그림은 완성되었는데 일부러 내 방까지 와서 그렸으니까 틀림없이 무슨 특별한 그림일거라고 어쩌면 나의 초상을 그렸을지도 모른다고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그냥 그게 밤하늘을 그린 그림이잖아. 어둠 속에 수많은 별들이 아로새겨져 있는 그냥 그런 그림이었어. 나는 그 그림이 고통스러운 러브레터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가까이 있었으니까 말이지. 그림 속의 밤하늘은 정말 깊고 조용했었어.

에쿠니 가오리, 『반짝반짝 빛나는』 중에서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캔버스에 유채, 73.7x92.1cm, 1889

뉴욕현대미술관 소장

고흐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은 그가 생레미 요양원에 있을 때 그린 것이다. 고갱과의 불화 이후 귀를 자른 고흐는 마음의 안정을 위해 요양원에 가기로 결심한다. 이 곳에서 고흐는 자신만의 특유한 필치가 담긴 밤 풍경을 그렸다. 대담한 선들이 꿈틀거리며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은 그림은 당시 불안하고 고독해하던 고흐의 감정이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다. 요양원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생레미의 마을 풍경은 고요하지만, 그 위로는 커다란 별들이 소용돌이 치고 있고 하늘로 치솟은 사이프러스는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다. 하지만 별이 빛나는 밤의 실제 풍경은 전혀 고흐의 그림과 닮지 않았다. 고흐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그린 것이 아니라, 기억 속의 밤하늘 혹은 상상의 밤하늘을 그렸기 때문이다. 평소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그리고자 했던 고흐의 시도는 <론 강에 비치는 별빛>, <밤의 카페 테라스>에서도 나타난다. 하지만 <별이 빛나는 밤>에서 보여지는 의지야말로 ‘화가 고흐’의 모습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병이 깊어지는 힘든 상황에서도 그림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끝까지 그리기에 몰두하고 고민하는 고흐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결국 말로는 다 할 수 없었던 고흐의 내적 고백일 수도 있다.

언제쯤이면 늘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별이 빛나는 하늘을 그릴 수 있을까…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1888년 6월,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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