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 길게 늘어지며 흔들리는 독창적인 글씨체로 자신에게 친숙한 단어, 먹을거리의 이름이나 찬송가 가사 중 단어를 반복적으로 적는다. 그림일기장, 전단지, 학습지, 집 안 벽지 등 역시 자신에게 친숙한 화면 위에 기존의 인쇄 디자인을 무시하며 길고 촘촘한 텍스트 층을 쌓아 나가는데, 글자의 일정 부분이 한없이 늘어지며 발생하는 불안한 떨림은 청각적 효과를 자아내기까지 한다.
특히 “잠시 세상에 내가 살면서”라는 문구가 무수히 반복되며 겹치는 타이포그래피에서는 작은 방에서 그 문구를 한없이 되새기고 또 되새기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