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가짜 우물>은 3개의 층이 병렬로 연결하여 여러 기억들을 같은 시간 안에 배치한 거대한 비정형 캔버스 작업이다. 재개발 공사현장을 연상시키는 상층부에는 오브제들이 어지러이 놓여진 가운데 바닥에 덮인 방수포 중앙으로 물이 고여 있다. 중간층은 한 무리의 돼지들이 죽음을 상기시키는 장례식 화환에 둘러 쌓여 있으며, 가장 하단부에는 아버지가 아이를 안고 물 속을 고요하게 떠다닌다. 전반적으로 어둡고 우울함이 배어 있는 이 작품은, 상단에서 하단으로 시선이 이동함에 따라 아픈 상처와 기억으로 얼룩진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구조를 띈다. 전시장 바닥에 놓여진 구조물 <(불)가능한 장면>은 ‘사각 死角’의 개념을 구현한 양면화로, 우리가 마주하는 삶의 이면에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볼 수 없거나 보이지 않는 진실이 있음을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옆면에 덧댄 좁고 긴 목재판은 경주마가 옆이나 뒤를 보지 못하도록 씌우는 차안대(遮眼帶)를 상기시키는데, 이 목재 판과 어슷하게 비틀어 세워진 그림은 관람자가 작품을 정면에서 똑바로 볼 수 없도록 시선을 왜곡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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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이진주는 삶과 현실에 대한 집요한 관찰을 토대로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기억의 편린이나 일상의 상징적 오브제들을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려내며, 현실에 기반하면서도 낯설고 생경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한없이 연약하면서도 아슬아슬 균형을 이루며 버티는 존재들로 채워진, 작가가 바라보는 모호하고 불분명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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