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로 변형될 수 없는 최소의 조형요소를 바탕으로 작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반복의 단계를 거치면서 사고의 방향을 거듭 바꾸고, 우연을 통해 예측하지 못했던 표현의 새로운 통로를 찾는다.’
작업노트, 2014
통인동에 위치한 작업실 공간은 50년 된 한옥이다.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잘리고 다닥다닥 덧대어져 본래의 마당은 상가가 되었고, 창문은 뒷집 벽과 마주하게 된 이상한 구조다. 나는 늘 빛이 부족한 이곳에서 지붕에 구멍을 뚫어 쏟아지는 빛을 보는 상상을 하곤 한다.
“The Polka-dot Garden”은 빛과 색을 모티브로 시간과 공간, 사람과 자연, 패션과 그래픽의 병합을 시도하는 작업이다. 작업실 내의 다락공간을 정원이라는 가상의 공간으로 상상하면서 9개월여 동안 원형의 패턴을 하나하나 벽에 그리는 작업을 시작으로, 인공의 빛을 더하고 패션과 영상을 추가하면서 매체들 사이의 교차된 편집을 시도했다.
빛에 대한 결핍에서 시작한 이번 작업은, 빛과 색의 혹은 매체와 매체 사이의 선택과 조합에 따라 본래의 모습이 다르게 보이는 시각적인 변화와 착시를 이용하여 일상의 익숙한 모습들을 새롭게 보고자 했다. 원래의 형태를 변형하거나 훼손하지 않고 규정된 틀을 유지하면서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본질적인 것과 그것에 잠재된 조형적 가능성을 실험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동안 해왔던 평면적인 그래픽 작업에서 나아가 입체적이고 다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자 했다. 그래픽에서 패션으로, 패션에서 미디어와 공간으로, 공간에서 다시 사진과 인쇄물로 그리고 전시를 통해 다시 공간으로, 50년동안 지속적으로 변화되었을 나의 작업실처럼 선택과 재조합의 과정을 거쳐 일상의 시간과 공간에 상상의 이미지를 덧대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