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어렸을 때부터 나는 내 친구들과 친구의 엄마를 보면 집에 있는 우리 엄마와는 너무 다르게 보였다. 친구들의 엄마는 살갑고 사랑이 넘치고 말 그대로 '엄마'하면 떠오르는 그런 느낌이었다. 뭔가 그런 느낌이 부러웠다. 우리엄마는 뭔지 모르게 다르다. 다른 집처럼 평범한 엄마와 딸의 모습은 뭔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또 엄마의 사랑을 전혀 느끼지 못한 건 아니다. 나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넘친다는 걸 알긴 아니까. 나는 아주 개인적인 나의 이야기를 그날그날 일기장에 끄적이듯이 이미지와 텍스트를 가지고 그것들을 기록하고 내가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을 담아내면서 이 작업을 하게 되었다.
나는 엄마가 나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높은 기대치나 어떠한 기준 속에서 항상 그것에 맞춰 살아왔다. 하지만 커가면서 엄마가 생각하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나와 엄마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압박감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느꼈다. 내 삶에 내가 주최 되어 사는 것이 아니라 엄마를 위해 맞춰 살고 있는 내가 너무 싫었고 엄마가 싫었다.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싫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엄마가 어느 순간 내 곁을 떠날 것 같은 불안감과 복잡함이 항상 나에겐 있었다. 이런 갈등 속에서 엄마가 나에게 하는 말이나 그런 말을 할 때 짓는 표정이 상처가 되었던 적이 많았다. 마치 말에 수백 개의 바늘이 달려 가슴을 쿡쿡 쑤시는 것 같았다. 그런 말들이 반복되고 반복되다 보니 지금 내 머리 속에는 무의식 적으로 박혀있다. 어떠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내 머리와 가슴에 무의식적으로 박혀있는 엄마의 칼날 같은 말들과 그 상황들이 매치될 때가 많다. 처음에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가지고 그것들을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엄마와 나의, 일반적이면서 일반적이지 않은 엄마와 딸의 관계 속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들을 날것의 느낌으로 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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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평론

그동안 3차례 지혜를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혜의 사진들을 처음 접했을 때의 신선함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엄마와 딸 간의 불편한 관계가 묘한 관찰과 시선에 의해 자연스럽게, 그러나 대단히 불편하게 와 닫았다. 그것은 참으로 매력적인 솔직함 이었다.

우리의 첫 대화는 지혜의 작품 '지혜엄마'가 왜 훌륭한 작품인지 지혜에게 이해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멋진 작품 뒤에 따르는 지속성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 하였다. 지혜의 작품이 우연에 의한 것이었다면, 그 후속 작업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누군가 자신이 상상하는 것 보다 더 큰 성과를 한 작품에서 거둔다면, 그 작품을 정말 잘 이해하고 분석하지 않으면 그 작품의 그늘에 가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지혜와 엄마간의 관계 또한 항상 변하기 때문에 같은 반복이 가지는 의미의 퇴색도 간과할 수 없었다. 지혜 자신도 작년 작품 이후 큰 변화를 못 가지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듯했다. 딸로써의 사진과 어린 작가로써의 사진을 어찌 구분 할 수 있단 말인가? 특별히 작품이 그것에 관한 것이라면 더욱더.

다음 만남은 양현미술상 시상식과 함께 했다. 시상식에서 브라질 수상작가 '리바니 노이언슈원더' 작품 강연을 같이 들었다. 지혜 본인은 그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해 얼마만큼 관심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내 옆에서 경청을 했다. 머지와 같은 비물질적인 소재를 이용해 개념을 표현하는 작가를 보고 자신의 엄마와의 감정을 사진으로 표현해 내는 지혜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마지막 만남에서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동안 만들어온 비디오와 전시장 도면을 가지고 왔다. 전시는 구획을 나눠 3 작가가 하는데, 전시 디스플레이는 단순히 공간을 나눠 보여주는 것이 전시가 아닌 것을 모르는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전시 경험이 없는 탓이리라. 빛이 필요한 사진과 어둠이 필요한 영상 상영에 대한 공간의 실질적 사용법과 사진 디스플레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사진으로 만든 엄마와의 기록과 영상이 가지는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 나눴고, 영상작품의 가능성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스냅 형식의 사진과 스냅 형식의 영상이라는 것이 다른 관점을 가진다는 것에 대해 주의해 주었다.

지혜는 대단히 용기 있는 사진작가가 될 것이다.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것인데, 이미 지혜는 그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금번 튜터링을 통해 모든 것은 변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 이라는 것을 지혜가 느끼길 바란다. 엄마와의 관계도, 나에게 닥친 절실함도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것이고 그것이 영속적이지 않기 때문에 가치를 가진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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