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그림을 시작한 이후로 줄곧 자화상을 그렸고, 내 자신에 대한 묘사와 표현이 비교적 편해졌다고 느꼈던 작년부터는 정물을 주제로 한 작품들의 비중을 늘렸다. 기법자체가 ‘회화적인’ 그림을 그리려는 시도는 항상 해왔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꼼꼼함 때문에 결국엔 사진처럼 다듬어진 사실적 묘사의 작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현재로서는 깊은 의미나 메시지를 작품에 담기보다는, 그리고자 하는 주제를 정확하게 관찰하고 캔버스로 옮기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자화상과 정물, 두 경우 모두 직접 촬영한 사진을 참고하여 작업을 한다. 주로 흰 배경에서 사물을 촬영하고 컴퓨터로 옮긴 뒤 일종의 합성 작업을 통해 최종적으로 캔버스로 옮기게 될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 과정은 모두다 철저하게 계산되고 만들어진, 어찌 보면 허상이자 허구라 표현될 수 있다. 화면 구상에서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이 시각적인 안정감을 갖추는 것인 만큼 상상으로 만들어낸 공간 속 사물의 배치와 밝고 어두움의 대비는 매 작품마다 비슷한 듯 다르다.
아직까진 ‘그림이 아니라 사진 같다’ 라는 말을 듣는 것이 좋다. 시간이 지나 더 많은 경험이 쌓였을 때 깊은 뜻이 담겨있는 그림을 그려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시장에 들어와서 작품들의 의미에 지나치게 치중하거나 억지해석을 하기보다는, 나의 의도대로 시각적인 자극을 통해 유쾌한 경험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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