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철주의 이상화된 조형세계에 대하여-
글. 김상철(미술평론)평론 中--발췌
비록 전통적인 재료에서 탈피한 새로운 조형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의 작업에서는 전통적인 동양회화의 다양한 요소들을 어렵지 않게 감지해 낼 수 있다. 일단 산수, 혹은 자연이라는 소재에 대한 접근방식도 그러하지만 특히 재료의 특성상 일정한 시간적 제약에 따라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작업 방식 역시 그러하다. 그것은 묘사하고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느낌과 감각을 드러내는 것으로, 그리는 것(畵)이 아니라 표현하는 것(寫)에 가까운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은근하고 침잠된 행위의 흔적들은 하나하나가 조형의 요소로 작용하지만, 결국 상호 작용을 통하여 하나의 틀로 수렴되게 된다. 그것은 마치 작가의 호흡을 반영하듯 일정한 운율과 리듬을 지닌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앞뒤를 나누거나 원근을 구분하지 않고 철저하게 평면성을 지향한다. 특정한 색조로 개괄되어 표현되어지는 거대한 평면의 전개는 바로 그의 관심이 보여 지는 실체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드러냄으로써 절로 표출되어지는 또 다른 것에 있음을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형상의 표현을 통해 정신적인 것을 표출해 낸다는 이형사신(以形寫神)의 그것과 같이, 작가는 오히려 표현되어진 것 이면에 내재되어 있는 보다 풍부한 공명의 공간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여백과 같이 무한한 해석과 변주가 가능한 것일 뿐 아니라 스스로 작용하며 또 다른 의미와 가치를 형성해 내는 적극적인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