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 작가명 : 차승언,  면, 폴리에스테르, 염료 41 x 28cm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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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평론
전시장 벽에 걸린 차승언의 작품에는 캔버스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팽팽하게 당겨져 완벽한 밑칠이 이루어진 다음 이미지가 얹혀 지는 일반적인 형식과는 거리가 있다. 올이 숭숭 빠져나간 바탕 면 뒤로 캔버스를 지탱하는 나무틀이 보이고, 그려졌다기보다는 짜여 진 이미지는 성긴 바탕 면과 함께 중력을 받아 축 늘어져 있곤 한다. 바탕과 하나가 되어 늘어진 이미지는 관객이 만지면 형태를 변화시킬 것이다. 캔버스 천 뒤의 나무 프레임 모양대로 염색한 후 직조 한 작품 [프레임]은 프레임 자체를 부각시킨다.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저 건너편의 무엇인가를 투명하게 바라보게 하는 창이 아니라, 그 자체를 주목하게 한다. 남들에게는 하얀 종이와 다를 바 없는 중성적인 캔버스가 작가에게는 평직, 능직, 수자직 등으로 짜여 진 천으로 보인 것이다. 참조대상이 사라진 현대회화에서 그토록 중요시되었던 ‘마띠에르’같은 물질성에 대한 실험을 차승언은 캔버스를 직접 짜는 방식으로 풀어 나갔다. 바탕을 이루는 실이 선이 되어 운동하는 경향은 평면 뿐 아니라 설치나 행위로도 확장되었다. 작품, 몸, 시공간을 관철하는 짜기라는 행위에는 이 모두를 텍스트로 간주함으로서 가능하다. 바탕과 이미지가 일체화되어 있는 차승언의 작품에서는 재현이 아니라, 텍스트가 만들어지고 상호 엮어져 가며 만들어 내는 생성이 강조된다. 텍스트는 궁극적인 본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구축하는 과정에 방점이 찍혀진다.

차승언이 현대미술에 추가하여 변형시킨 이질적 언어는 실이라는 선적 요소이다. 선적 요소는 베틀이나 캔버스를 넘어서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 작가는 그림을 이루는 기본 요소들을 떼어내 놀이하고 실험한다. 현대미술에서 이러한 실험은 여러 방식으로 이루어졌지만, 이 전시에서는 베틀이 그 시험대라는 점이 특이하다. 이질적인 것을 섞어 짜나가는 작품은 무척이나 불안정해 보이지만, 그것은 순수와 응용을 나누는 본질적인 언어는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언어의 보편성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과 착종된 지배적인 언어들 간의 경합이 있을 뿐이다. 다양한 언어를 호출할 수 있는 판으로서의 베틀은 중심과 주변을 나누는 이원론을 통과하여 진정 다원적인 우주로 향한 좌표축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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