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작업노트_2012

내가 바라보는 사회문제가 결코 다른 이의 이야기가 아닌 나와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불편한 진실은 내 작업의 소재가 되었다.

작업의 과정은 먼저 미디어매체를 통해 사건사고의 이미지를 얻고 여기에 개인적인 기억과 경험을 보태거나 약간의 변형과 첨가를 통해 동화적인 이미지로 만들어간다. 사건의 리얼리티를 표현하기보다 초현실적이고 동화적인 현실로 다시 바꿔놓는 이유가 동화가 인간 보편의 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인간성의 미묘함과 여러 가지 삶을 은유적으로, 서정적이거나 잔혹하게, 판타지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동화라는 형식을 취하여 전체적인 풍경을 만들고 그 안에서 세상의 언저리에 있는 전쟁, 죽음, 상처, 여린 존재의 삶을 소재로 삼았다. 풍경 안에 존재하는 작은 아이콘들(나체의 여자, 동물 등)을 통해 스토리를 형성하고 결과적으로 동화적 현실로 만들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동화적 이미지 말고도 만장기를 통한 새로운 문자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죽은 이를 기리며 염원하는 글을 적어 형형색색의 천에 글자를 적고 화려한 행렬의식을 행하던 만장기에서 애도의 마음을 읽게 되었다. 그래서 내 작업에서 보여왔던 사회적 약자의 삶을 애도하기 위한 도구로써 색동과 문자도를 차용하게 되었다. 문자도는 생명의 탄생과 소멸이 한 점에서 시작되어 다시 점으로 사라지는 것에 착안하여 글자를 얼룩자국처럼 변형했다. 글자의 형태는 예리한 사람이 아니라면 정확히 읽을 수는 없는데 내용을 해석하기 보다 애도를 위한 도구로 쓰인 만장과만장기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었다.
그래서 색동의 천에 얼룩글자를 써서 새롭게 만장을 만들어보았다.
또 한 평면을 병풍으로 옮겨 파노라마 전개와 설치의 기능으로 확장해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병풍의 형태와 기능을 이용하여 개념적으로나 표현적으로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자아로써의 거울과 사회풍경으로써의 창이라는 의미로 색동커튼과 병풍을 이용하여 외면과 내면의 경계, 아름다움과 슬픔의 아이러니에 대해 표현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내 자신도 언젠가 타자(他者)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그래서 내 작업은 예쁘고 화려해보이지만 때론 어둡고 슬픈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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