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이 캄캄하다. 어두움의 연속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와 같이 표현하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 역시 이와 같은 현실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내가 직시하고자 하는 어둠은 막연한 어둠이 아닌, 빛을 보기 위한 발판 역할로서의 어둠이길 기대한다.
어둠 속에서 미미한 작은 빛에 집중 되듯이, 수많은 화려한 빛에 현혹되기보다는 궁극적이며 원천적인 빛, 즉, ‘진리’의 빛을 찾기 위해 어둠 속에 마음과 몸을 움튼다.
피조물.. 즉, 대자연 안에 속한 미세 존재임을 인식하며 겸허히 진리의 빛에 시선을 옮기고자 한다.
알 수 없는 본능적 믿음으로 시작하는 하나의 진리는 곧 삶의 방향성을 설정해주며 존재의 이유를 끊임없이 느끼게끔 한다. 따라서 나의 작업은 소박한 삶 속에서의 진리 탐구, 그 안의 깨달음, 그리고 심적 변화와 같은 감성, 혹은 영성을 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현재,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가시밭길, 수많은 갈림길 속에서 하나의 빛을 찾아 머뭇거리며 서 있다.”
오늘의 삶 속에서 찾고자 하는 나의 진리적 탐구는 ‘나’란 존재의 의미와 바람직한 삶의 방향, 형태를 정립하고자 하는 자세에서 시작한다. 즉, 끊임없는 존재의 고찰을 통해 현실의 상황과 대면하고 이상적인 삶을 꿈꾸며 진리적 해답을 찾고 정의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시각화 하는 것이 이번 작업의 큰 틀이라 할 수 있다.
존재의 의미를 깨닫기 위한 하나의 일상적 행위로 ‘올려다보는 것’에 주목하는데, 이는 다르게 표현하면 나의 ‘작음’을 깨닫는 행위라 하겠다.
짐작하기조차 힘든 광활한 우주 속, 티끌과도 같은 지구라는 행성 안에, 흔히 말하는 코딱지만한 크기의 대한민국 땅덩어리 안에, 수많은 생명적 움트임 가운데, 나의 작은 꼼지락을 깨닫는 순간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안락함을 통해, 나의 존재를 정의한다.
‘나는 이처럼 작은 존재다.’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새삼 깨닫는 이 소박한 진리는 끊임없는 경쟁, 치열한 전장과 같은 근시안적(myopia) 현실에서 벗어나, 보다 상위의 가치를 상기시킨다. 이는 다시 평안과 위로 속에 이끄는 작은 불빛, 현실에서의 작은 소망을 가시화 하여 보여준다..
20대 후반. 이 시기의 많은 이들이 현실과 이상(혹은 비전)의 갈림길에서 갈등한다. 흔히 현실의 어둠을 인식하고 두려워한다. 두려움은 진리를 가로막는 벽과 같다. 나 역시 이 벽 앞에서 어리바리 할 때가 많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러한 벽과 마주하게 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다. 이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모든 것의 우선순위, 즉 진리적 가치를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 치고 있다.
어둠은 빛을 등지고 앞서서 걷고자 할 때 깊어진다. 빛보다 ‘나’를 낮추고 한 발짝 물러서서 그 빛에 시선을 옮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