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영택 (경기대학교 예술대학 교수, 미술평론)
나무와 풀과 바람, 새와 여러 생명체들이 수군대는 소리, 햇살과 안개와 비, 눈 등을 보고 접한 감동과 설레임을 그림문자로 표기하고 기술하는 이 그림은 마치 이야기그림이나 상징언어들로 새롭게 태어난 시와 같다.
자연과 생명체들을 보면서 자연스레 건져올린, 자기 마음으로 추려놓은 몇 개의 상징기호들을 가지고 마냥 유희하듯 그림을 그린 것이다. 그것은 산과 나무, 새와 물고기, 꽃과 풀, 구름과 비, 모락거리는 열기나 꿈틀거리는 대지, 말랑거리는 생명체들, 다양한 기후와 시간대, 현란한 빛들의 산란이 작가의 눈과 마음에 발자국처럼, 바람처럼 남기고 간 것들에 안타까운 지표화다.
작가는 자연 속에서 자연의 비밀과 신비스러움과 놀라움을 자신의 손으로 거느리고자 한다.
물감과 붓을 들어 보고 느낀 자연을 도상으로 단순화하고 그 벅찬 감동은 색채의 열락으로 만개시키고자 한다.
그것은 구체적인 자연세계의 도상화이면서 동시에 추상이고 기호화다. 모든 상징이나 기호란 실제를 대신해서 그것을 연상시키고 추억하는 대체물로서의 생애를 산다. 이미지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은 실제는 아니지만 실제처럼 다가오는 것, 기이하고 수상쩍은 그러나 단지 허망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그 무엇이다. 그것이 이미지이고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