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 작가명 : 한은희, 지류  수묵담채 96 x 68cm 2008
  • 작품을 클릭하시면 큰 화면으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작가노트
나는 한 겨울이 지난 후 따스한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겨울의 끝자락에 꼭 산을
찾는다. 두터운 얼음 밑에서 들리는 물소리는 참으로 정겹다. 이 세상 어떤 언어보다도
마음 깊숙한 곳을 가장 사랑스럽게 두드린다. 그 소리를 듣고 사방을 둘러보면 틀림없이
물 버들이 노르스름한 얼굴을 뾰족이 내미는 것을 볼 수 있다. 조금 더 올라가보면 폭포 밑
자락의 물 힘에 얼음이 녹아 둥글게 바가지 모양으로 얼음이 녹아 있고, 그 밑에는 참으로
아름답고 깨끗한 진 초록색의 潭(못 담)이 속살을 들어내고 있었다.
어제저녁 흩뿌렸던 싸락눈이 지나가는 옆 광에 비추어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이 반짝이고
있었다.나의 작업의 목표는 사람이 태초에 가졌던 마음과 비슷한 색깔을 찾는데 있었다.
심산유곡의 맑은 물은 세상 만물의 생산성의 원천이라고 생각했고, 가장 순수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여서 정화 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현재의 색을 만들기 위하여 칠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색을 얇은 화선지를 통해
배접지에까지 깊게 침투 시키어서, 위의 종이의 색을 받혀 주기 위해서 칠하는 것이다.
엷은 물감으로 바위와 바위 사이에 계속 물을 담고 말리고, 또 문지르고를 반복한다.
한 백 번도 훌쩍 넘게 칠하고 말리고, 문지르고를 반복하면 젖었을 때의 색깔이 말라도
그와 비슷하게 될 때 가 거의 목적지에 가까워진 때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때는 화선지가 모든 물감의 색을 받아 드리고 붓이 화선지에 척척 들러붙는다.
이때를 잘 표착해야 한다. 그처럼 말을 안 듣던 색이 착한 어린아이처럼 말을 잘 듣는다.
그림 그리는 동안에는오직 인내만을 필요로 했는데, 내 의도대로 색이 만들어지니,
아마도 하나님이 그림 그리는 동안 한 번의 즐거움을 선사 해주는 것 같이 느껴진다.
북청 색으로 물의 깊이도 내고, 땅 색으로 얕은 물도 표현한다.
물속에 살짝 잠긴 돌의 깊이도 그때 완성한다.

세상사는 이치가 색깔을 칠하는 데에도 나타난다. 조금 더 깊은 색을 얻어야겠다고,
욕심을 부려 더 색을 들어가면, 화선지 위에 얹혀진 물감들이 서로 반란을 일으킨다.
서로 얼룩이 지고 검고 탁하며 정말 보기 흉하게 일그러진다. 다시 물에 적시면,
그때는 깊고 진하고 맑은 색이 나오는데, 말리면 다시 보기 흉한 괴물처럼 변해 버리는
것이다. 어느 때에 손을 떼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작업하는 동안 엷은 색을
끝없는 반복을 할 때,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이번 그림은 지난 번 상 갤러리 전시와 색깔, 설악의 물을 그렸다는 것은 일치한다.
그러나 색을 내는 방법이나 그림을 그리려는 마음의 자세도 차이가 있었다. 지난번에는
산수화에 풍경화적인 접근에서 시작되어 풍경적 조화로써의 물빛을 표현했다.

작품의 명제도 작가가 느끼는 유토피아를 동양적인 표현으로 “영원으로의 꿈”이라고
이야기했다. 일종의 공간적 개념이었다.이번 설악의 沼 (못 소)의 표현은 지난 10년간
그려온 설악의 마지막 전시회이고 내 나름대로 내설악 시리즈의 완결판이라고 생각했다.
나만의 색, 나만의 기법연구에 온 힘을 쏟았다. 외적인 접근이 아니라 철저히 내 자신의
내면적 표현에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설악의 고요한 潭(담)의 비취색 초록 빛은
마음의 본질을 생각게 한다는 뜻에서 이번 작품전을 “마음”이라고 명제를 붙여 보았다.

티 없이 맑은 초록빛 潭(못 담)은 밑바닥에는 빠른 속도로 물이 돌면서 아래로 흘려 보낸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물은, 그저 고요히 멈추어 있을 뿐, 아무런 동요도 집착도 없다.
그 고요함에 평상심을 갖게 하여 잔잔한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물속 깊은 바닥의 붉은
자갈을 치고 나오는 빛 속에서 산 정산에서 느끼는 희열을 무수히 반짝이는 별의 신비함
을 느낄 수 있었다.
설악의 沼 (못 소)에 봄이 와서 서서히 녹아가며 들어내는 초록의 물빛처럼 우리 마음도
그와 같았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접기

'한은희' 작가의 다른작품
같은 키워드의 작품
키워드 : 마음, 한지, 산
공유하기

MYA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