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 작가명 : 금몬당,  한지 10장, 프린트 천, 안료, 핸드컷팅 46 x 64cm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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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시대의 물줄기가 다양한 문화의 뿌리를 적시면서 흘러왔고 흘러간다. 미술가에게 숨길 수 없는 한가지 사실은 시각적 이미지의 표출이다. 그것은 철학적 바탕에서 혹은 실험이라는 살풀이를 통해서 한바탕 양식과 표출이라는 의식이 진행되었다. 물줄기는 흐르고 흘러 막다른 물탱크에 갇히기도 하지만 드디어 대중이라는 큰 대하에 이르자 물질적 기술적 변화에 힘입어 요동치게 된다.
미술가에게 이미지와 형태표출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각적 이미지가 범람하는 지금은 더 요구조건이 많다. 그 첫번째가 독창적 미학적 DNA를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에 의미와 시대적 가치도 함께 따라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너무 많지만 말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것이 일방적인 것보다는 보는 이를 즐겁게 할 때 그 호응이 크게 될 것이다. 새로운 접근은 그에 따른 사유방식이 있을 것이고 그것은 작가의 인식적 전환과 사유에 의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 이제 미술가도 때에 따라 기업가처럼 고민해야 하며 그들의 전략 또는 미술의 영역에서 호흡하고 있다. 대중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에서 함께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들은 한지를 도려내는 작업을 하면서도 계속애서 젼화는 불가피했다. 작품과 겹치는 방법은 서로 다른 레이어가 겹치게 해서 하나의 작품이 되게 한다. 그러다보니 한 작품을 완성하는데 그에 따른 여러 개의 레이어가 필요해?다. 3~4장의 다른 레이어가 겹칠 때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지만 같은 레이어일 경우에는 10장이 되기도 한다. 더 이상 겹칠 경우 오랜 작업의 수공적 시간의 소모가 너무 커진다. 컬러에서는 싱싱한 비타민이 느껴지는 채소처럼 생동하는 밝고 화려해서 즐겁고도 신나는 분위기를 드러낸다. 내용은 기존의 스토리에 대한 방법에서 동화적 상상과 시적 은유에서 비롯된다. 내용의 폭도 거대 담론 보다는 조그만한 일상의 한순간이나 잔잔한 영감에서 시작하여 보는 이에게 즐거움과 유쾌함을 자아내려 한다.
작가는 다양한 문화적 양상을 다 수용할 수 없고 하나의 충만을 드러내어도 지질층처럼 내포되리라 본다. 작품의 전개 양상에서 캐릭터가 등장한다. <깻잎토끼>,<뽈라>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작가의 대리물이고 모든 생각을 드러내게 된다. 깻잎토끼에서 한국성을 의미하는 채소로 여기서는 하이팅을 상징하며 그들의 활약상을 작품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때론 작가의 팬클럽처럼 작가를 대변하고 홍보하며 그들의 일상이 될 것이다. 뽈라 역시 기존에는 없는 만들어낸 캐릭터로 비현실적 판타지, 놀이의 세계를 횡단하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낸다. <하트>를 보게 되면 중심에 두 송이의 꽃이 피어있다. 이 꽃은 보상와란 꽃으로 극락에서 피는 꽃이다. 사랑을 나누는 순간이 극락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는 흔히 지나치기 쉬운 일상을 한순간 사소한 컵 속의 얼굴 모양을 포착하였다. 의미의 근본을 매순간 느껴본다. 시리즈는 대중패션잡지의 표지디자인 형태를 차용한다. 평범한 사람을 모델로 변화시키며, 의 경우 피겨 퀸의 이미지를 옛 황후의 모습으로 재현시켰다. vouge의 표지디자인과 거의 똑같은 연출 방법을 따르고 있으며 부수내용은 직접 고안한 것이다. 대중문화와 미디어의 영향을 그대로 흡수하는 표현방식으로 현실을 반영했다. 전체작업은 팝적 문맥에서 유쾌한 상상을 드러내는데 이는 쉽게 관객과 호흡할 수 있는 길의 선택이다. 작가는 세분화 되어야 하고 다양화 되어야 하지만 딱히 정답도 없다. 즐거움의 형태가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 하는 연장선상에서 보통은 타자로 만들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타자를 없애려 한다. 대중은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자기정서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대문이다. 상상의 세계 속에서 캐릭터가 활동하고 그 대륙에서 일어나는 또 다른 현실, 활력이 솟구치는 비타민 판타지를 선보이게 된다. 이는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 잠자는 잠재적 상상을 깨우는 시각적 게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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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평론
글. 감윤조(예술의 전당 전시부장)

시대적 환경은 예술적 결과물과 긴밀한 연계를 지닌다. 특히 미술가에게 있어서 동 시대의 문화적, 사회적 여건이 작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하겠다. 눈앞에 펼쳐진 사실을 회피하지만 않는다면 이를 십분 활용하는 이도 곧 미술가들이다. 다만 무엇을 바라보고자 하는가, 어떻게 인식하는가가 관건이다. 그래서 동일한 사실도 그 접근방법에 따라 각기 상이한 모습을 얻게 될 것이다. 이 점에서 금몬당이 바라보고자 한 것은 대중 이미지의 세계다. 오늘날과 같은 소비사회에서 대중적 아이콘은 시각적으로 회피할 수 없는 도상들이다. 온갖 이미지들이 대중의 품속으로 파고든다. 각종 캐릭터가 등장하고 갖가지 도상들이 우리의 망막 에 잡힌다. 우리가 그 이미지의 기억을 강요받는 일도 익숙해졌다. 금몬당이 이러한 시대적 특성을 가진 소재에 흥미를 가진 것도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직시한 까닭이다. 결국 그가 바라보고 이해하고자 한 것은 시대적 표상을 다루는 일이다. 그의 작업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무대화하였다. 시각적 효과와 연출적인 특성을 고려한 그의 한지와 격자 레이어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되고 있다.

요컨대 그의 작업은 한지의 겹과 층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그는 칼날로 한지를 정성스럽게 오려내어 공간을 만든다. 여기에 다시 색상이 다른 한지를 새롭게 올린다. 이러 식으로 그는 수 겹의 틈을 만든다. 이렇게 생성된 작은 틈새를 통해 자신 만의 색채와 형태를 보여주게 된다. 적게는 세 겹에서 많게는 열 겹까지 쌓아올리는데, 바탕색이 오려진 종이틈새로 우러나오는 효과를 노리게 된다. 그의 작업은 이른바 종이놀이 행위와 같다.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다. 특히 그는 종이가 가지는 특성에 주목한다. 종이를 오리고 잘라내는 일은 실상 노동에 해당되는 일이다. 한지 상호 간의 관계도 잘 고려해야 하여 재단해야 한다. 바탕색채와 문양이 의도하는 대로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홈을 파낼 때 아래에 위치한 한지의 홈도 비쳐져야 한다. 그래야만 색채와 색채가 상호 절충되고 어울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세밀한 효과를 노리는 작업경향은 최근의 미술의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바로 손작업에 대한 관심이다. 곧 미술가 특유의 장인적인 성향을 가진 작업으로의 회귀를 말한다. 즉, 붓의 몇 획만으로 우주의 철학을 이야기하려 하기보다는 작업 속에 스며든 시간과 노동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

금몬당의 작업이 때로는 종이공예적인 특성과 유사하게 비춰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그가 조각을 전공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공간감을 이해하고 있는 작가는 이미 평면 너머에 있는 종이를 바라본다. 곧 좁은 틈새의 공간감도 중요하다. 아울러 색종이가 만들어내는 ‘감춤’과 ‘드러남’의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그의 작업에서는 한지 사이사이의 면과 면이 겹쳐지고 숨겨지는 점을 유의 깊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의 작업은 크게 보면 두 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우선 대중사회의 아이콘들을 다룬다는 점이다. 김연아나 지의 표지 모델은 가장 시사적인 인물이자 대중잡지라는 점에서 시대적 상징성을 가질만하다. 더욱이 여기에는 바코드(Bar Code)가 등장한다. 문자와 숫자로 표기된 이 코드는 정보처리의 속도와 관련되어 있다. 결국 어떠한 대상도 시대적 흐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을 말해준다. 또한 가급적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되어야 한다는 점도 전제된다. 작가는 이 점에서 각각의 인물들이 하나의 코드로 기능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바코드는 곧 상표의 종류를 지시하기도 하는데, 이 점에서 자본의 속성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에 따라 이 모델들은 분류상 상품의 영역이요, 소비의 대상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캐릭터적인 주인공들을 등장시킨다는 것이다. <미키마우스>시리즈는 대표적 상징물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작가는 <깻잎 토끼>나 <뽈라> 등의 캐릭터를 만들기에 이른다. 이러한 캐릭터의 특징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미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 <하트> 등에서는 동화적인 요소가 강한 편이다. 내러티브한 요소도 과감히 도입한다. 이러한 캐릭터들은 작가의 설정에 따라 모종의 이야기를 꾸며나가게 된다.

방법적 측면에서 볼 때, 우선 시각적 일루젼이라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그가 도려낸 종이의 틈은 픽셀과 같은 구조로 다가온다. 이러한 특성을 보이는 작품으로는 , , 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오봉도> 등의 작업에서도 마찬가지라 하겠다. 여기에는 공통적으로 핸드 컷팅이라는 테크닉과 종이의 오버 랩 되는 현상을 추구한다. 그 작은 틈으로부터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만든다. 그는 이러한 형상을 해석함에 있어서 의미를 확산시키려 하기보다는 담담히 이 시대의 이미지를 수렴하고자 한다. 심각하게 접근하는 대신 가급적 누구나 인식할 수 있는 대중적인 이미지를 다룬다. 이러한 작업들의 공통점은 원색의 사용이다. 일반적인 물감으로부터는 가져올 수 없는 색채를 작가는 안료에서 발견했다. 눈이 시릴 정도로 화려한 색이다. 이를 통해 이미지의 메아리와 시각적 울림을 동시에 드러내고자 하였다.
그의 작업은 작가 스스로 말하듯이 ‘현실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 또 다른 상상의 세계’를 그려낸 것이다. 그러나 그 비현실적인 것이 이제 가장 익숙한 현실이 되었다. <바나나 속의 토마토>는 그의 작품 명제이자 본 전시의 메인타이틀이다. 그의 작품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는 용어이기도 하다. 그의 작업은 사물의 내부를 열었을 때 기대와는 다른 문맥으로 우리를 이끈다. 크고 작은 격자의 틀 안팎을 바라볼 때 레이어에서 발생하는 색채의 진동에 귀 기울이게 한다. 금몬당의 격자는 이야기꺼리로 가득한 저장고와 같다. 더욱이 작은 틈새 하나하나는 유희적 행위를 반영하는 창이 되고 있다. 마술적인 세상으로 관객을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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