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소개: PEEP! 
송원아트센터는 2014년 7월 24일부터 8월 24일까지 제4회
Peep! 을 개최한다. Peep! 은 미술계에 최근 등장한 역량 있는 신진작가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동시대 미술의 현주소를 점검한다는 취지의 프로젝트로서, 2007 년 처음 개최된 이래 2009년 제2회, 2013년 제3회를 거쳐 이번에 네 번째를 맞는다. 그간의 전시에서와 마 찬가지로, 올해의 Peep! 역시 앞으로가 크게 기대되는 패기 있는 작가들을 조명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권동현, 김기범, 김한울, 김혜리, 백경호, 우찬송, 홍지훈 등의 7명이다.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나 이인 그들은 작가로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으며, 비교적 짧은 각자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오히려 그 덕분에, 기존 예술계의 낡고 현학적인 어법을 넘어서는 신선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이런 작가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제4회 Peep! 의 제목이자 테마는 편력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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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의도:
편력 (Errantry) 
편력 이라 지은 이 전시의 제목은 세르반테스가 그 행적을 기록한 위대한 편력기사 돈키호테에 대한 오마주 다. 이번 전시는 송원아트센터에서 2007년부터 열어 온 Peep ! 의 네 번째 프로젝트로서 기획되었다. Peep ! 은 신진 작가들을 조명하고 동시대 미술계에 젊은 피를 수혈한다는 취지의 프로젝트다. 젊다든가, 신진이라든가 하는 수식어는 특히 미술계에서는 쓸 때마다 적용 범위가 애매한 말이기는 하지만, 일단 이번 전시의 출연 진은 학부를 갓 졸업한 이들까지 포함하는 여지없이 젊은 작가들이다. 다만 나이가 어리고 경력이 짧은 것 만을 기준으로 한 젊다는 말에는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편력’은 이 전시가 그들의 작업에 주목한 이유를 나타낸 말이기도 하며, 자아와 제도의 틀 밖으로 나가 자명한 세계를 휘젓는 모험을 가리킨다.       소설론을 통해 주제를 잡은 편력 이 주목하는 가치는 불확실성의 깊이다. 밀란 쿤데라는 세르반테스의 소설이 남긴 유산을 신이라는 지고의 심판관이 사라진 세계, 상대적 진실들로 가득한 애매한 세계를 직시하 는 힘으로 이해했다. 이런 세계는 돈키호테가 시골 마을을 뛰쳐나가 온갖 소동을 빚으면서 그 모습을 드러 낸다. 여기에 대해 할 얘기는 많이 있겠지만, 그중 중요한 한 가지는 소설이 그려 내는 ‘밖’이다. 산문은 가장 길고 복잡한 이야기를 담는 형식이다. 그 속에서 주인공은 단지 내면에 머무는 게 아니라, 외부에 존재하는 배경, 사건, 인물들과 마주한다. 그리고 외부 현실이 일단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복잡해지기 시작하면, 그 혼란은 내적 갈등에 비할 바가 아니다. 자신의 서재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면 돈키호테의 광기는 낭만적 인 꿈에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모험을 떠나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의 이상은 우스꽝스런 꼴을 보이고 갖은 고생에 만신창이가 된다. 거꾸로 다른 이들의 현실에도 그의 고상한 광기보다 우월한 어떤 진실도 없 음이 드러날 때, 서로가 어긋나는 그 모험 속에서 세계는 희극적인 혼란에 빠져든다. 이 전시는 그런 근본적 불확실성, 그리고 그 전제가 되는 밖에 초점을 맞춘다.  편력 의 작가들은 ‘예술 밖’이라는 특징을 공유한다. 그들의 작업은 예술가의 자아, 혹은 예술 제도라는 보호막 밖에 실재하는 현실의 무게를 선명히 드러낸다. 그것은 작가가 좌우할 수 없는 심상치 않은 대상일 수도 있고, 예술의 고상한 취지가 먹히지 않는 복잡하고 넓은 세계의 단편일 수도 있다. 예술과 현실의 이런 공존은 부조리, 희극, 또는 모순의 광경을 빚는다. 다만 이 작가들은 그런 광경을 강 건너에서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가운데 참여하고 있다. 여기서 예술은 불확실한 현실에 처한 작고 유한한 존재인 한편, 조용한 물을 휘젓고 불확실성에 깊이를 더하는 장본이기도 하다. 이 깊이는 비가시적인 것을 가리킨다거나, 주체를 비판한다거나, 무슨 질서를 해체하고 이분법 너머의 감각을 제시한다는 등 판에 박은 비평적 수사나 추상적인 논리에 기대지 않는다. 편력 의 작업들 속에 나타나는 낯익은 존재들 간의 경험적인 관계는 논리나 감각보다 더 모순을 설득력 있게 포착하며, 또한 그 구체적 내용으로 인해 역으로 보편성을 얻는다. 다른 한 편, 그 속으로 관철되는 작가들 각자의 편력은 자명한 현실에 혼란을 가한다는 점에서, 또한 그 혼란을 직접 감당하는 미적 정체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비범한 의미를 갖는다.  
(황대원, 독립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