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 회화를 선보이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신세대 여성들의 귀여운 상상전.

두 작가의 회화는 공통적으로 스토리텔링의 화자로서 동물과 인간의 복합체적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의 세계를 상기시킬법한 그녀들의 회화는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가득 차보이는 한편 비판적인 시각의 날카로움도 포착된다.

유년기의 기억과 호기심의 발로로써 시각적 언어의 형식을 구사하는 그녀들은 세상살이의 고민과 갈등마저도 순수함이 묻어있다.

이본 교토 출신의 와다치즈(Wada Chizu)는 미술을 독학하였으며 회화의 표현에 있어 일본의 애니메이션적인 성향이 다분하다. 그녀의 회화는 마치 귀여운 동물들의 피크닉을 표현한 듯 평화롭게 느껴지지만 사악한 존재의 은유적 캐릭터가 등장하는 오싹함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와다차즈의 회화에서 소녀를 죽음의 세계로 인도하는 저승사도들은 삶을 강탈하는 무자비함이 귀여운 동물들로 갘쪽같이 위장되어 보여지기도 한다. 그 은유된 환상적 회화가 소름 끼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 삶에 대한 격렬한 애착과 격려로 보여지는 마술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에 비해 이화여대 회화과를 전공한 전현선의 회화는 구체적이고 자상한 해설자로서 내레이터역할을 하는 그녀만의 재연된 캐릭터가 존재한다. 페미니즘적 경향의 오브제들이 잇달아 복선들을 제시하기도 하며 점과 선들로 이루어지는 형상들의 스펙터클한 화면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화면의 오브제 배치와 캐릭터들의 자상한 표정, 전현선은 이야기의 전개를 흥미진진하게 진행하는 드라마의 연출자로서의 기질을 발휘한다.

이처럼 그녀들의 회화는 모두 우리 주변의 익숙한 오브제들과 창조된 캐릭터들의 의인화된 연출로써 환타지 스토리텔링 회화의 아우라를 만족시키고 있다. 식탁 보, 엄마의 옷, 동생의 머리 끈, 아이스크림 콘, 그리고 고양이, 강아지, 새, 늑대를 닮은 주인공들이 환상을 구체화시킨다.

몽롱하고 어렴풋한 환상적 화면구성의 와다치즈의 회화와 달리, 전현선의 회화는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표현과 솔직한 색감에 담백함을 담고 있다. 점, 선의 터치를 반복하는 그녀의 회화는 마치 주술처럼 특정 형식과 간절함이 배어 나오는 느낌이다.

 

김현주 갤러리 대표 김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