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현대미술의 가상폐기와 가상의 구제

전시기간: : 2013.02.20 ~ 2013.02.26
참여작가: :; 서기문

서기문
전시구분: : 국내 , 개인전
전시장소: : 갤러리고도
: 서울 종로구 수송동 12번지 (율곡로 24)
관람료: : 무료
관람시간: : 3~10월 : 오전 11시 ~ 오후 6시 30분
: 11~2월 : 오전 11시 ~ 오후 5시
오프닝: : 2013.02.20
휴관일: : 이외 시간은 전화예약 후 방문 가능. 전시중 휴관없음
문의전화: : 02-720-2223
홈페이지: : www.gallerygodo.com

전시개요: 현대미술의 가상폐기와 가상의 구제
The Abolition of Semblance(Schein) in Contemporary Art and Restoration of Semblance

현대미술의 위기를 '가상의 위기'로 보았던 아도르노의 통찰을 예리하면서도 정당한데에 있다. 실제 현실은 홀로 자기 건강성을 확보하지 못한다. 비평적 견제 추인 가상적 존재가 필요하다. 예술작업은 실제 현실에서는 존재하지도, 보이지도, 유용하지도 않는 어떤 것을 가상화하는 것으로, 예술에서 제작과정이 중요한 건 이 보이지 않는 가상을 보여주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즉 예술작품은 보통 무에서 유의 창조로, 무형적인 구상이 제작과정을 거쳐 작품으로 성립되는 것이다.
뒤샹(Duchamw)의 '변기오브제'는 미술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실험중 하나였다. 기존 미술질서에 저항하는 반미학적 행위에 대하여 그동안 의미부여는 충분했다. 그러나 '조형행위의 거부내지 파괴'가 지니는 심각한 폐해에 대해서는 누구 하나 충분히 성찰하지 못했다. 미술작품인 가상(Schein)의 성립조건은 부정현실에 대한 미메시스적 표현과 구성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미술작품의 그 기본 요건이었던 표현과 구성을 적극적으로 생략, 폐기해버리므로서 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어떤 것도 미술이 될 수 있는'미술의 다원주의(Pluralism)를 열어놓는 단초를 제공해놓는다. 그리고 그것은 곧바로 예술마저도 교환시키고 소비시키는 문화산업의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놓는 것이기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오브제미술의 조형행위 폐기는 다원주의라는 시대의 조류에 부응하면서 현대미술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만드는 것의 수고를 피하고 기성품을 가지고 의미부여만 해도 되는 오브제미술은 다원주의에서 가장 쉽게 부상할 수 있는 미술의 가장 새롭고 편리한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 다원주의는 이미 모든 분야에서 엄연한 하나의 사실이 되었고, 미술의 다원주의 역시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임에 분명하다. 서구 근대이성에 대한 근원적 반성으로 시작된 포스트모더니즘은 다원주의를 열어놓는 핵심 요인 중 하나이면서 나아가 그것을 공고히 하는 미학체계이기도 했다. 근대 이성이 추구하는 '보편과 통합, 총체성'의 그 지배적 사유체계를 해체하고 '특수와 개별, 차이, 타자성'등을 존중하고 그것들의 구제를 끝없이 추구하기 때문에 그것은 결국 '다원주의'와 만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성의 총체화 과정에서 억압되고 소외된 개체 고유성과 다양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여거 가지 미덕에도 불구하고 미술의 다원주의는 무엇보다도 그 '어떤 것도 미술이 될 수 있음을 허가하면서' 미술에 있어 '기준 철폐'라는 심각한 문제점을 남겼다. 모든 것을 무한히 허용하고 긍정하기 때문에 다원주의에서는 '비판' 또한 종말을 맞는다. 현대미술은 무한한 자유를 얻는 대신, 진정한 미술과 사이비 미술을 가르는 미술의 기준을 잃었다. 기준부재와 비판불능은 결국엔 자유와 해방을 보장하기 보다도, 하버마스 (J, Habermas)의 지적대로 그것은 '무정부적'이 되며, 이런 이유로 다원주의는 다시 새로운 '전체주의'를 향하게 된다.
미술에서 기준이 사라지면서 좋은 미술과 나쁜 미술, 혹은 진짜와 가짜 등을 재단하고 판단하는 최종 심급기관은 이제 아트월드(Art world)로 넘어간다. 작가, 평론가, 미술관 및 화랑, 미술전문기자, 컬럭터 등등의 미술관계자들이 미술작품을 판단하는 절대적 영향을 갖는 그룹이고, 이들이 곧 아트월드를 형성한다. 이 세계에선 기준이 없기 때문에 필요와 이해관계 속에서 담합이 가능하다. 당연히 미술정치가 판을 치고 시스템이 강화된다. 작품성만 높다고 평가받는 시대는 지났다. 견고한 화랑이나 미술관 시스템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작가에게 ㄴ어떤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무가치한 작업들이 얼마든지 득세할 수 있는 구조 속에서 시각문화는 혼란이 가중되고 미술은 난맥상을 헤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후기자본주의의 문화산업은 기준부재와 비판불능이 야기한 현대미술의 무정부적 혼란상을 고스란히 흡수하여 이용한다. 조본주의와 문화산업은 이윤이 남는 곳이면 어느 곳은 막론하고 파고들어 정복하고 시장화해버리기 때문이다.
이익을 쫒는 아트월드는 기꺼이 문화산업에 흡수되고 미술은 이제 미술의 기준이 아닌 경제원리에 의해 돌아간다. 즉 미술은 시장에 맡겨지고 '수요 공급의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필요한 만큼 찍어내고 생산해내는 미술, 이 세계에서 예술은 내용과 형식, 표현과 구성의 변증법에서 벗어나게 되고, 부정현실을 부정하는 진정한 예술의 사명 또한 종말을 맞으면서 미술작품은 상품으로 본성을 바꾼다. 물론 문화산업이 예술의 성전환을 공공연하게 공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미술상품을 고가화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예술이라는 숭고한 관념과 환상'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마케팅한다. 다원주의가 진실로 다양성을 보장하는가? 고유 개별성을 보장하는가? 모든 건 시장으로 흡수되어 획일화되고 교환가능한 상품 하나로 겹질될 뿐이다.
아도르노는 예술의 가상이 폐기되므로써 '예술'자체가 부정되는 사태를 무엇보다 우려했다. 아닌 게 아니라 가상폐기와 더불어 예술상품은 전면화되었고 문화산업은 버젓이 예술의 행세를 대신하고 있다. 미메시스적 표현과 합리적 구성을 거쳐 예쑬의 가상은 이루어지는데, 바로 이 가상이 폐기될 때 예술의 상업주의는 이미 예고되었는지 모른다. 아도르노의 '부정미학 Negative aesthetics'은 문화산업이 강제하는 획일성과 동일성을 비판하면서 물신화 상품화로 인해 비인간화되고 있는 세계에 있어, 그들의 주체를 구제하는 유일한 희망으로서 다시 예술을 제시한다. 물론 미학의 중심과제는 가상의 구제다. 어떠한 예술작품도 가상을 통하지 않고, 즉 자체의 형태 속에서 말고 달리 사상내용을 가질 수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술의 위기는 언제나 있어왔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전면화도니 적은 없었다. 예술이 문화산업에 종속되면서 미학적 변증법은 중단되었다. 이는 특수한 것들을 대변하면서 교환불가능하며 분류불가능한 것들의 마지막 영지며 보루였던 예술마저 현실의 지배적 원리인 교환원리에, 동일성원리에 기꺼이 헌납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인간이 포기해서는 안되고 숭고한 정신활동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이다.
가상구제만이 방법의 전부일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도르노의 '가상'개념이 완벽하다는 보장도 없다. 중요한 것은 기준이 해체된 미술의 영역에 다시 건강한 기준을 제시해내는 일이다. 이 일은 중요성 만큼이나 어려움 또한 대단히 크다. 그럼에도 미술인 모두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누구나 공감하고 합의할 수 밖에 없는 그 최소한의 기준을 찾는 일은 꼭 필요하며 시습하다. 어쩌면 예술의 기준은 영원히 충족시킬 수 없으며 영원히 미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준을 찾아내는 일을 시작하면서 최소한, 중단된 미학적 변증법만큼은 재개해볼 수 있지 않을까.

'현대미술의 가상폐기와 가상의 구제' 전시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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