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LT2013
- 전시개요
- <BELT2013>은 참신하고 역량 있는 젊은 사진, 판화, 영상 작가 발굴을 위한 (사) 한국판화사진진흥협회의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인사동과 청담동 지역을 하나의 띠로 묶는다는 기본 취지를 바탕으로 매년 작가들을 선정하여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다.청담동 지역에서 열리는 올 해 <BELT2013>은 2013년 1월 4일부터 1월 11일까지 청담동 일대 총 7개 갤러리에서 진행된다.원화랑 |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101-5번지유현상(사진) / 이은열(사진) / 조은호(사진)---------------------------------------------------------------------------갤러리엠 |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101-5 2층한지민(판화)---------------------------------------------------------------------------유아트스페이스 |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101-6권오신(판화) / 강민정(판화)---------------------------------------------------------------------------JJ중정갤러리 |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118- 17 네이쳐포엠빌딩 #305나광호(판화)---------------------------------------------------------------------------갤러리2 |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118-17 네이쳐포엠빌딩 #315고진영(사진)---------------------------------------------------------------------------박영덕 갤러리 |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81-10윤아미(사진)---------------------------------------------------------------------------청화랑 |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7-21박희수(사진)「BELT2013」전시 서문
현재 미술계에서는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수의 공모전이 개최되고 있다. 각 공모전 마다 상금과 전시를 지원하거나 레지던시 참여 기회를 주기도 한다. 공모전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치열한 미술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좋은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BELT는 1996년 판화 분야의 신진작가 양성을 목적으로 시작되어 16회째 이어지고 있는 전통을 지닌 공모전으로 2008년 사진 분야, 2012년 미디어 분야까지 공모 영역을 확장하였다. BELT 공모전의 장점 중 하나는 선발된 작가들에게 개인전 개최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본격적인 작가활동을 위한 중요한 토대를 마련해준다는데 있다.
미술계에서는 시기에 따라 특정 장르가 부각되거나 쇠퇴하는 현상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멀게는 19세기 사진의 등장과 함께 대두되었던 회화 종말론이나 미디어, 설치의 확산으로 인한 전통 장르의 쇠퇴 등이 그것이었다. 특히나 디지털 인쇄 기술의 발달로 인해 판화 분야는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현대판화사를 간략히 살펴보면 1958년 한국판화가협회가 창립되어 이항성, 최영림, 박수근, 한묵 등 당대의 중요한 작가들의 참여했고, 1968년에는 한국현대판화가협회가 창립되었다. 1970년 서울국제판화비엔날레가 개최되었으며, 1980년 시작된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는 현재까지 개최되고 있다. 1980년대는 민중미술 계열에서는 시각적 강렬함과 메시지를 함께 전달할 수 있는 목판화가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1990년대 다원화된 예술 경향의 전성기를 지나 2000년대를 지나면서 판화가들의 활동은 더욱 위축되었고, 젊은 판화가들을 미술계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특히 전업 판화가는 거의 멸종 단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기간에 걸친 기술적인 숙련이 필요하며, 표현 방식과 크기의 한계를 지닌 판화는 복수 제작(에디션)이라는 장점을 공유하고 있는 사진의 약진과는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사진의 경우 이제 전통적인 사진 촬영 기법과 프린트의 질적 가치를 무색케 하는 다양한 형식, 특히 컴퓨터 후 보정의 힘, 그리고 여러 매체와의 다양한 교합 가능성 등을 통해 현대미술의 강력한 표현수단으로 떠올랐다. 이에 반해 판화는 여전히 매체 중심적이며, 프레스를 이용하는 방식 또한 과거와 크게 차이가 없다. 필자가 최근 보았던 전시에서 판화작품으로 착각했던 작품이 컴퓨터 프린트였다는 사실은 이제 수공적 스타일의 전통 판화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영리하게 판화를 이용하고 대중화 시킨 작가라면 단연 앤디 워홀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실크스크린을 자신의 팝 스타일 이미지를 확장시키는 핵심적인 매체로 사용한 점은 팝 아티스트로서의 위상에 걸 맞는 유연성을 보여준 것이었다. 현대미술에서 화가, 조각가, 판화가 같은 전공별 구분은 거의 무의미하게 되었다. 이젠 작가라는 타이틀 속에 모든 장르와 경향이 통합되고 있다. 현재 판화 매체의 표현 방식은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젊은 작가들은 판화 매체의 표현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표현 방식의 확장을 위해 다른 장르와의 적극적인 결합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판화의 특성을 다른 작가들이 갖지 못한 나만의 무기로 삼아 보다 창조적이며, 도전적인 실험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BELT 공모전 심사에서 가장 파격적인 부분은 최종 심사 위원이 본인 한 사람으로 지정된 것이었다. 처음 단독 심사를 제안 받았을 때 꽤나 부담스러웠다. 이런 저런 심사에 참여해봤지만 어디에서도 단독 심사를 한 적은 없었다. 공모를 통해 특정한 작가를 선발하는 이런 식의 선발전은 한마디로 ‘공평한’ 심사 과정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 여러 전문가가 공통으로 인정하는 ‘확실한’ 가능성을 보여준 작가를 뽑길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의 시각도 꽤나 주관적이기 때문에, 종종 의견일치라는 이상적인 방향은 실종 되곤 한다. 때로는 자기주장과 시각이 확실한 몇몇에 의해 딸려가며, ‘좋은가 보네’라는 식의 수동적인 결론을 내리거나, 논쟁을 피하기 위해 심사위원이 각각 한 표(또는 점수)를 매겨서 합산하는 방식을 취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점수 방식도 허점은 있게 마련, 호불호가 확실한 작품보다 일견 두루두루 보통 점수를 받은 작품들이 총합에서 앞 설 때도 있는 것이다. 결국 작품성, 심사위원의 성향, 점수 합계의 우연성 등 복합적인 변수가 종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심사다.
어쨌든 단독으로 작가를 선정하는 예상치 못한 부담의 즐거움(?)을 누리게 된 나는 지극히 주관적인 안목이지만 최대한 꼼꼼하게 포트폴리오를 심사하여 사진 6명, 판화 4명의 작가를 선정하였다. 선정 후에 개최될 갤러리 전시를 감안하여 작품의 독창성, 표현의 완성도와 함께 대중성도 고려하였다. 사진과 판화 부문에 비해 올해 처음 포함된 미디어 부문 경우 아쉽게도 지원자 수가 너무 적었기에 선정 작가를 뽑을 수 없었다.
사진 부문의 유현상과 고진영은 온갖 충격적인 사건으로 도배되고 있는 매스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무감각해진 우리들의 마비된 감각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탄탄한 사진 작업을 선보였다. 35개국의 TV 뉴스 채널을 각각 한 장의 사진으로 압축시킨 유현상의 작업은 흥미로운 개념이 돋보였고, 고진영의 사진은 비슷한 형식의 연출 사진 작업들 중에서도 뛰어난 완성도와 향후 전개 가능성에 무게를 두어 선정하였다. 한 밤중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쌍둥이 자아와의 퍼포먼스 사진을 보여준 윤아미는 환상 동화 속 이미지처럼 비밀스러운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고, 한 밤중 대자연 속 스튜디오에서 빛나는 트리로 장식하고 촬영한 이은열의 사진을 자연이 신비로운 속살이 드러난 이미지 자체로 매력적이었다. 현대 사회의 이미지가 축적되어있는 잡지의 속 페이지에 감춰진 이미지들을 발굴하듯 선택하여 오려낸 후 책 표지를 찍은 박희수의 작업, 도시 속 건축 공간에 감춰진 구조물을 기하학적 평면 추상형태로 포착한 조은호의 사진은 젊은 작가들의 아이디어, 열정과 부지런함이 돋보이는 작업이었다.
판화 부문의 나광호는 자동 기술적으로 그려낸 다양한 형태의 패턴들을 판화 뿐 아니라 설치 작품 또는 공공미술의 영역까지 확대시킨 점이 돋보였고, 생명 유지장치인 ‘심장’을 주제로 다양한 이미지의 밝고 경쾌한 그래픽으로 변형시킨 강민정의 판화는 대중적인 디지털 프린트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환상 소설의 삽화처럼 거대한 상상의 세계를 꼼꼼하게 묘사한 석판화 작업의 권오신, 정교한 리노컷으로 완성시킨 매력적인 새 인간 캐릭터를 보여준 한지민은 판화는 인쇄 매체의 삽화 전통을 지닌 판화의 정통적인(orthodox) 측면을 잘 보여준 작업이었다.
이번 심사를 통해 선발된 10명의 작가는 위에서 언급했든 심사위원 1인의 안목으로 선정되었다. 다른 심사 위원이었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현대미술을 보는 눈이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저 바람이라면 이번에 선정된 작가들이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성장하여 나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길 바랄뿐이다.이추영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 'BELT2013' 전시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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