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작가를 처음 만난 곳은 갤러리 THE K였는데, 마침 김영진 작가의 첫 개인전 오픈날이었다. 찰스장 작가를 따라 용인대 후배인 김영진 작가의 전시를 보러 간 것이다. 동그란 안경을 끼고 사춘기 소년처럼 수줍은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는 작가는 순수하고 여린 20대 청년의 모습이었다. 

 

작품의 제목이 <이야기가 있는 풍경>이다. 어떤 이야기가 있는 것일까.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우리는 작품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보게 될까.
김영진 작가는 미술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체육교사를 희망하며 운동을 헀다. 초등학교 때부터 해온 운동에 슬럼프가 오기 시작하던 고등학교 2학년 4월 무렵 친구를 따라갔던 미술학원에서 그의 미술인생이 시작되었다. 이런 걸 운명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조용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였기 때문에 운동을 했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거칠고 빠른 말투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그의 말에서 오히려 운동을 통해 습득된 성실함이 도움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성실함뿐만 아니라 위계질서가 분명한 운동을 접하면서 몸에 밴 습관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운동하는 것과 작업하는 것 둘 다 체력소모 측면에서 볼때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그만큼 작업하는 것도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작업시간을 정해놓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작가도 있을 것이나, 작업 외 신경써야 하는 부분들까지 챙기자면 그만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낮에 해야 하는 일들을 처리해 놓고 나서 늦은 밤까지 작업을 해야 전시에 맞춰 작품을 해 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대중과 소통한다. 바꾸어 말하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작가의 생각과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 또, 무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영진 작가의 작품 속에서 보여지는 작가의 내면은 어떠할까. 만개한 꽃으로 장식된 산이지만 푸른색과 핑크색 계열을 사용함으로써 생동하는 자연의 풍경이라기보다는 고요하고 애잔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내는 것은 추억과 그리움이 그의 작품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서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 행복했던 추억, 아팠던 기억, 힘들었던 경험은 작가의 내면을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김영진 작가를 만난 지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첫 개인전 이후 다양한 전시 경험을 통해 작가도 작품도 크게 성장했고,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작업실도 서울로 옮겼다. 많은 것이 변했지만, 그의 고운 심성은 변하지 않았다. 메일을 주고받으며 보내는 안부 인사와 가끔 하는 전화통화는 그의 겸손하고 다정한 심성을 느끼고 때로는 감동을 받는다. 아름다운 추억들이 있기에 살아가는 것을 감사히 여길 수 있고 사랑을 받고 기쁨을 느껴 보았던 사람이기에 다른 이에게도 그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이러한 감동이 작품에도 고스란히 담겨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모든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날이 언젠가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