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 인터뷰 날짜 : 2010.11.10
  • 인터뷰어 : 나비
  • 글 작성자 :
  • 적막함이 자리한 말없는 풍경. 꿈 속의 장면인가, 지금 눈 앞에 펄쳐지는 풍경인가. 한 템포 쉬어가도록, 침묵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그런 그림. 그래서인지 이효연 작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정호승 시인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Afternoon in Rome_oil on canvas_227.3x181.8cm_2009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그것을 항상 느끼거나 혹은 모르고 지나가기도 하고, 때로는 깊숙한 고독 속으로 침잠(沈潛)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누구나 안고 있는 것이 외로움 인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작품에 우수에 잠긴 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그림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공허와도 같은 외로움이 엿보인다. 무조건 쓸쓸한 것만도 아니다. 때로는 오후의 따뜻함, 여행지의 신선함, 행복한 사색에 젖게 만드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녀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풍경’이 주를 이룬다. 처음부터 풍경을 그려야겠다는 생각 한 것은 아니었지만 관심이 가는 걸 그리다 보니 그게 풍경이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그림에 등장하는 풍경은 대부분 실재를 바탕으로 한 상상의 공간이다. 사진을 토대로 그리는 풍경, 거기에는 생략과 왜곡이 있고 서로 다른 풍경을 겹쳐 그리기도 한다. 드물긴 하지만 가끔은 상상만으로 그리는 풍경도 있다고. 그녀는 이 모든 것들을 항상 화려하고 강렬한 이미지가 아닌 조용하고 차분한 이미지로 풀어나가고 있다.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공간에서 살면서 자신을 지켜보고 싶었다는 이효연 작가는 한동안 스웨덴에서 미술공부를 했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쓰면서,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 틈에서 '나'라는 존재를 찾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철저한 이방인으로써의 삶, 그것이 작업에 미친 영향이라면 아마도 인간 본연의 감성에 더욱 깊이 있게 다가갈 수 있게 해주지 않았을까 싶다. 그녀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기쁨, 슬픔, 고독, 연민, 우울과 같은 인간 본연의 감성들 말이다.

    “인간 본연의 마음 상태를 표현하다 보면 어느덧 그림은 차분한 무채색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색감이나 구도 같은 조형적 측면만 들여다보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사람이 느끼는 많은 감정에 관심이 많아서 인간이 느끼는 다양한 마음의 변화를 쫓아가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좀 더 강렬한 색채도 써보고 싶습니다.”

    이토록 ‘그리기(painting)’에 빠져있는 이효연 작가 앞에서 회화에 대한 이야기를 아니할 수 없다. 회화란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이고 본능적인 매체라는 생각에 (회화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실험적인 작업들이 부각되고 있는 요즘이지만 다른 매체들이 시도할 수 없는 근본적인 것을 회화가 채워주기 때문에 회화의 본질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그리기(painting)’란 어떤 의미일까?

    “제가 가진 생각을 풀어내기에 가장 적절한 매체라고 생각이 됩니다.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찍은 사진을 다시 캔버스에 옮기는 것은 사진이 해결할 수 없는 어떤 지점들을 그림으로써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화의 매력은 그것이 사람의 몸을 통해 구현된다는 것이고, 생각하는 바를 가장 빠르게 옮겨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어렸을 적에는 사실적으로 잘 그린 그림에 매력을 많이 느꼈는데, 요즘에 와서는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을 좋아합니다.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게 만드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Venice biennale_oil on canvas_91x116.7cm_2009

    회화 역시 뉴미디어와 함께 발전해 갈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가 좋아하는 예술가는 자신의 작업과 닮은 구석이 많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러시아의 거장 일리아 레핀(Ilya Repin), 인간 본연의 감성을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하는 마를렌 뒤마(Marlene Dumas)이다. 스타일이 다른 화가들 같지만 근본적으로 모두 인간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녀가 추구하는 그림과 많이 닮은 것 같다.
    그 동안 쉬지 않고 전시를 계속 해온 탓에 당분간은 지금까지의 작업을 본질적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효연 작가. 앞으로는 드로잉을 병행하면서, 사람과 풍경을 그리되 표현 기법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한다. 그녀는 앞으로 인간의 어떠한 감성에 마음을 기울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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