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 인터뷰 날짜 : 2010.08.28
  • 인터뷰어 : 김연숙
  • 글 작성자 : 나비
  • 양평과 베를린에 작업실을 두고 유럽을 오가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금동원 작가. 그녀의 작업을 이해하려면 그녀가 제시하는 명제, 작가의 작품세계를 전달하는 명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 명제가 4분기로 나누어져 있는데 최근작인 <사유의 숲>은 그 중 4번째 분기에 해당한다. 유럽 활동을 많이 할 당시인 초창기에는 <붓의 흐름을 따라서>라는 명제가 붙었고 그 다음은 <흐르지 않는 시간>이라 하여 시간과 순간의 영원성을 통해 우주의 원형성을 무의식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했었다. 이후 천혜의 자원이 있는, 강가로 작업실을 옮겨 자연 가까이에서 호흡하게 되면서 <아름다움의 시원>이라는 명제를 택했다. 한강의 발원지이기도 한 북한강, 남한강 그리고 양수리에서 올라간 강 부분에 작업실이 있었기 때문에 시작의 근원이라는 의미의 ‘시원’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땅(큰 공간)에서 작업 하기를 원해 양평으로 작업실을 마련하면서부터 <사유의 숲>이 진행된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의 작업실은 강가의 작업실이 숲 속으로 옮겨진 셈이다. 250년 된 느티나무가 있다는 그녀의 작업실. 늘상 병풍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작업을 하다 보니 ‘아름다움의 시원’에서 ‘사유의 숲’으로 자연스럽게 넘어온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인지 그녀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온통 푸르지만은 않은 형형 색색의 숲 속에는 사색의 시간, 즉 사유가 풍성하다. 아마도 ‘사유의 숲’은 작가가 생각하는 모든 사물과 형상들,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세계가 담겨있으리라. 그러한 사유가 하나 둘씩 모여 숲을 이루었으니 그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지극하겠는가.




    사유의 숲-구름이야기  91.0 x 72.7cm  acrylic on canvas  2008

    금동원 작가는 베를린이나 파리, 미국 등에서 활동 하면서 동양철학과 함께 아시안적인 고유한 생각을 융의 심리학을 중심으로 풀어나갔다. 때문에 그녀의 작품에는 원형성 혹은 무의식적인 예술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엿보인다. 그러나 그녀의 작업을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색’과 ‘형상’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그녀의 초창기 작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녀가 미술을 시작하면서 매료되었던 부분은 ‘색채’라고 한다. 지금도 그녀의 작업을 보면 처음과 변함없이 생명력 넘치도록 생동하는 색채의 매력을 느낄 수가 있다.

    “저는 살아 숨쉬는 듯한 색채에 매료 당해요. 색이 살아 숨쉬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작가
    의 표현 방법이 엄청난 에너지와 생명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작가는 그 과정에서 안정감을 찾고 디테일한 표현을 함으로써 관람자에게 파동을 줄 수 있답니다. 그래서 저는 컬러풀하지만 품위 있고 격조 높은 색채에 접근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제 작품에는 운율성이 있어 화면 안에서 파동을 치죠. 색채가 파동을 치는데 하나의 걸림돌이라도 있으면 생채기가 나잖아요. 그런 생채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지요. 형상도, 색채도, 상징도, 그것이 적절하게 소화되어야만 한답니다.”


    또한 그녀의 작업에서는 형상과 상징 역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그녀는 ‘보이는 것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느낀 것을 새로운 형상으로 표현하되, 우주의 모든 섭리를 품고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언급한다.

    “많은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고서 왜 물고기가 나무 위에 있냐고 물어봐요. 물고기가 꼭 강이나 바다에서만 사는 것은 아니잖아요. 생각하기에 따라서 나무 위에 살 수도 있고 하늘 위에서도 떠다닐 수 있죠. 결국은 우리의 마음 어디에서나 살 수 있는 것이지요. 그것이 바로 우주의 힘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한 것들이 혼융되어 있는 세계, 즉 아름다운 형상성이죠.”


    금동원 작가의 작품에서는 시각적인 시어가 많이 느껴진다. 사람들이 시를 읽듯이 그녀의 그림 안에서 함축된 자연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을 단순 명료하게 표현하면서 시적인 언어로 회화성을 전달하고 있는 그녀의 숲에서 말이다.
    그녀는 예술가는 시각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써 보고 듣고 느낀 가운데 얻은 성숙한 감정인 ‘작품’을 정직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토록 ‘자연’을 그러내면서 예술가의 역할, 정직한 그 역할을 해나가고 있는 것이리라.



    사유의 숲 - 나무, 꽃이 되어 시가 되어  72.7 x 60.6cm  acrylic on canvas  2010

    “예술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때문에 표현 방법이 어떻든 간에 모든 작품이 그 나름대로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지닌다고 봅니다. 그런 작품들이 우리에게 아름다운 생각과 꿈을 품을 수 있게 해주죠. 또한 예술작품이야말로 아름다운 심성을 전해주는,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돈이 많다고 쉽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할 수 없는 것이 예술인 것 같아요. 그 부분을 대신해 주는 사람이 바로 예술가일 테고요. 그 중에서도 화가와 시인과 같은 많은 예술가들이 심성을 일깨워주고 있지요. 그 아름다운 심성이 승화되어 세상이 더 밝게 빛나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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