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 인터뷰 날짜 : 2009.10.05
  • 인터뷰어 : 나비
  • 글 작성자 :
  • 동양과 서양, 고전과 현대 등 이분법적인 구조들을 뒤섞어 새롭게 편성하는 작가, 홍지연. 고전적인 명작 이미지와 대중적인 캐릭터를 혼합하는 작업을 해왔던 그녀는 최근 몇 년간 민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의 전통사회 속에서 민화가 지니고 있던 화려함과 대중성이 감성적인 회화작품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원색을 통한 강렬함과 다양한 이미지들이 중첩된 그녀의 작품에는 삶에 대한 열정과 소소한 일상이 숨겨져 있다. 그녀가 표현하고 있는 ‘한국적인 것에 대한 그리움’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stuffed memory (bird)  61 x 91cm  acrylic on canvas  2008

    `아버지가 건축 일을 하셔서 유년기는 거의 해외에서 보냈어요. 다문화를 겪었다는 것이 제게 좋은 영향을 끼쳤고 그로 인해 외부환경에 대한 흡수력이 빠른 것 같아요. 제가 여러 가지 자극을 받아들이는 것에 있어서 굉장히 예민하고 적극적이다 보니 그림도 굉장히 많이 변해요. 제가 변하는 만큼 그림도 변하는데 그게 곧 저의 일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제가 어렸을 때 경험하지 못한 한국적인 것들을 소재로 작업하고 있어요. 한국적인 것이 사실 저한테는 이국적인 것이거든요. 제 작품은 대부분 저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그러다 보니 유년기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봤어요. 그중에 제가 많이 못 누려 본 것이 ‘한국적인 것에 대한 그리움’이더라고요. 그래서 민화적인 소재로 작업을 하게 됐어요.”

    홍지연의 작품은 민화의 형식이 캔버스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수 놓아진다. 강렬하고 화려하게. 이 모든 것이 원색에서 느껴지는 가시적인 효과이다. 있는 그대로의 원색, 그 순수함들이 모여 도발적이고 강한 색채로 병치된 작품, 그것이 바로 홍지연의 감각이다.

    민화를 주요 모티브로 작업하면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가 꽃이다. 캔버스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꽃들은 생화보다는 조화처럼 보인다. 진짜처럼 보여야 할 진짜가 가짜처럼 보이고 오히려 이 가짜가 진짜를 대신하는 의외의 상황이 연출된다. 그녀의 작품에서 육지와 바다 혹은 하늘과 땅의 경계는 허물어진 듯 하다. 공간의 구분 없이 다양한 생물들이 출현하고 하늘에는 보름달, 반달, 초승달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한마디로 작품 곳곳에 일상의 조각들이 공공연한 암호가 되어
    드러나 있는 것이다. 민화를 차용했지만 전통을 벗어난 그림. 그 안에 섞여 있는 암호화된 이미지들은 작가의 개인적인 기억이 아닐까?

    그녀의 작품에는 종종 숫자와 문자들이 등장한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일반적인 숫자를 꽃으로 표현하여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꽃으로 쓰여진 상징물은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과 연관된 기억을 떠올리게 함으로써 지극히 개인적인 숫자가 되고 만다. 이것은 숫자뿐만 아니라 한자와 같은 문자에도 적용되며 각종 엠블럼 등을 통해서도 새롭게 보여진다. 눈사람이 꽃사람이 되듯이. 꽃사람이 숫자 ‘8’처럼 보이듯이. 이러한 상징들은 모두 개인적이지만 그래서 더 다양성
    을 지니게 된다.



    the stuffing  90 x 90cm  acrylic on canvas  2008

    홍지연, 그녀는 늘 열린사고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서 다양성과 변화를 추구해 왔다. 지금껏 선보였던 작품들도 항상 그녀만의 감각으로 새롭게 탄생한 것들이었다. 지금은 또 어떠한 감각을 캔버스에 녹여내고 있을까? 전통을 벗었던 그녀의 민화는 계속 유효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옷으로 갈아입을 것인지 사뭇 궁금해진다.
    “앞으로의 작업은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들이랑 맥락은 같은데 조금 변형된 작업이 반정도 나올 것 같아요. 제가 제시하는 형태가 아니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형태가 굴곡돼 보이거나, 의미도 다양하게 해석 가능한 그런 작품이 되겠죠. 색채 면에서는 비슷할 텐데 민화가 가지고 있는 개념을 도입한다던가, 민화에서 소재를 가져온다던가 하는 것은 싹 사라질 것 같아요. 그래서 민화는 또 아듀~하고 홍지연만 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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