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 인터뷰 날짜 : 2010.10.18
  • 인터뷰어 : 김연숙
  • 글 작성자 : 김연숙
  • 사람은 누구나 상황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에 매료되고 그에 따라 여러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다소 어두운 밤시간대에 만들어 내기 쉽고 인간의 신체 싸이클 또한 어둠이 지는 밤시간대에 그 정신적, 신체적 경험을 하게 된다. 때문에 감정에 휩쓸려 저지르는 일의 대부분은 고요한 어둠속에서 벌어진다. 냉정한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어둠의 기운은 어디에서 오는걸까.
    예전 인간이 어둠을 다스리지 못했던 시절 어둠속에서 벌어졌던 나쁜 일들이 부각되어 어둠의 기운이라는 것이 대부분 나쁜 표현으로 쓰이기는 하나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어둠의 기운은 좋고 나쁜 것의 경계를 두지 않고 혼돈스러운 감정이 매개체를 의미하고자 한다. 같은 풍경 같은 장소일지라도 어둠이 깔리면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불빛으로 밝혀지고 이에 따라 아름답기도 혹은 요란스런 장소가 된다. 이처럼 어두움은 더이상 두려움이나 암울함 혹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낯선 6월  162 x 259cm  oil on canvas  2008

    홍원석 작가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아버지 두분다 택시를 운전하시면서 자연스럽게 어두운 밤거리를 구경할 수 있는 일이 다른 어린이들보다 잦았다고 한다. 이 어린 아이의 눈에 비친 화려한 밤풍경은 성인이 되어서도 잊지 못할 아름답고 황홀한 추억으로 남았다. 그래서 일까. 작가의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자연스레 밤풍경으로 한정되었다.

    ‘유년시절 택시 운전을 하시는 아버지와 할아버지 때문에 밤시간 퇴근길에 택시를 타곤 했어요. 그럼 항상 파랗고 어두운 밤풍경이었어요. 그렇게 밤풍경의 아름다운 기억과 소중한 경험들이 많이 있었는데 성장하면서 아름다웠던 그때의 밤풍경이 현실에서는 막막한 밤풍경으로 보이더라구요. 유년시절의 밤풍경과 현재의 막막한 밤풍경이 묘한 괴리감으로 다가와서 제 작업의 대부분이 기억속에 어떤 경험 속에 드러나는 파란 밤풍경으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

    홍원석 작가는 만화를 그리고 싶어 그림을 시작했는데 그림을 시작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부모님의 반대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정신질환의 흉내를 내 부모님의 설득 시켰을 정도로 의지가 확고했다. ‘그리지 않으면 미칠지도 모른다.’라는 극단적인 표현. 누구도 그의 하고자 하는 열정을 식힐 수는 없었다. 그 자신 조차도 멈출수가 없는 그리고 싶은 욕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작업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작품 속 이야기들은 자동차들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들로 가족들이 겪었던 구구절절한 추억들과 아름다운 기억들, 또 작가가 앰블런스 운전병 생활, 대리운전 경험들이다. 그렇지만 사실적인 묘사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라는 작품과 관객을 잇는 매개체를 통해 이를 황당한 공간 속에 던져놓음으로써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든다. 또한 자동차 안에 사람을 그리지 않음으로써 관람자의 무의식적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처음의 시작의 작가의 상상속 이야기들로 시작을 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관람자의 공감을 얻고 이에 상상력을 추가시킴으로써 작품이 완성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작가는 현재의 작업은 반 이상이 자신의 일기들로 구성이 되지만 작가로써 또 예술가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가 되면 사회적인 문제현상들에 대해서도 말하고자 한다.

    다양한 경험속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작업의 소재가 자동차이다 보니 이동과정에서 모티브를 얻는 경우가 많아 일상이 작업과 분리될 수가 없다. 길을 다니면서, 운전을 하면서, 영화를 보다가, 지난 기억을 떠올리다보면 모든 것이 작업과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어서 작가의 머리속에서 작업은 떠날 수가 없다. 일상속에서 일상에서 벗어난 상상력을 발휘하고 이로써 일탈적 행위를 하는 작가의 이야기들은 재미있고 흥미롭다.




    낯선 축제  130 x 160cm  oil on canvas  2008

    앞으로 ‘홍원석’이라는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활동할 수 있을 만큼의 성장을 하고야 말겠다는 그는 그림을 시작했을 때의 의지만큼이나 강한 자신감과 열정으로 끊임없는 도전을 하고 있다. 이 패기 넘치는 작가를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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