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 인터뷰 날짜 : 2010.09.17
  • 인터뷰어 : 김연숙
  • 글 작성자 : 김연숙
  • 이제혁 작가를 표현하자면 ‘남자’ 말 그대로 남자다운 향기가 물씬 풍기는 사람이다. 걸음걸이나 말투 심지어 그의 작품도 그러하다. 조금은 거칠고 강한 색감의 사용과 위트 넘치는 주제로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 잡는 그의 작품은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삶의 애환과 내면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황홀한 연주  50F  oil on canvas(finger painting)  2010

    ‘종종 분노하고 흥분된 감정에 사로잡혀 있을때 작업을 시작하게 되요. 작품을 꾸준히 하는 스타일을 아니고 분노, 폭발된 감정을 즉흥적으로 표현할때가 있지요. 저의 삶이 일기장처럼 나오더라구요.’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시절 아버지의 교통사고로 인해 집안의 우환이 닥쳤다. 10여년이 넘는 시간을 침대에 누워만 계셔야 했던 아버지를 돌보았던 작가는 남다른 20대의 시간을 보내며 그 에너지를 작품에 담아냈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집에서 호출이 오면 달려가야 했던 그였다. 작가에게 아버지는 애증의 대상으로 많은 작품 속에서 표현되었다.

    그렇게 아버지를 돌봐드려야 했기에 평범한 직장인이 될 수는 없었다고 말하는 그의 말 속에 가슴 따듯한 가족의 정이 담겨져 있다. 자신의 삶을 희생해서라도 돌보아야 할 가족이 있다는 것, 그것은 행복이지만 고통인 그러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작품을 통해 이런 감정을 쏟아내고 다스렸다.

    그림을 통해서 젊은 날의 열정을 토로했고 삶속에 부정하고만 싶었던 자신의 현실을 담아 냈던 작품은 상상할 수 없이 강렬하고 폭발적 에너지를 품어낸다. 꿈틀대는 듯한 근육의 표현, 다소 과장된 인물의 묘사, 노골적인 상황묘사로 작가는 인간의 삶에 대한 애착심리와 억눌린 감정을 핑거 페인팅을 통해 손끝으로 전달하고 있다. 핑거 페인팅은 그의 작품에서 빠질수 없는 표현의 한 방법이다. 그때그때 느끼는 감정을 순간적으로 전달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손가락 끝에서 나오는 기운이 작품 속에 녹아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섬세한 표현에 있어서는 붓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작가의 손끝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현재의 상황에서도 소재를 찾지만 고대 신화나 벽화 안에서도 소재를 찾아서 작품 속에 나열하는 등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저랑 같이 있으면 재미 있는 일이 많아요. 그림을 시작한 이유도 행복하기 위해서에요. 나의 꿈이 있다면 내 그림을 보는 사람이 감동을 느끼는 거지요. 대중에게 다 이해시킬수 없지만 그림을 임하는 자세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천사들의 합창  100F  oil on canvas  2008

    인간미 넘치는 이제혁 작가는 솔직한 그림만이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아픈 경험 또한 자신의 정신적 성장에 좋은 자양분이 되었다고 말하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지난 여름 아버지를 보내고 이제는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고 작품에 열중하고 있는 이제혁 작가의 작품 세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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