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 인터뷰 날짜 : 2010.07.01
  • 인터뷰어 : 김연숙
  • 글 작성자 : 정진아
  • 올해 갤러리 도올에서 하게 된 노희정 작가의 개인전 『ICE CREAM』은 그녀가 도울 작가 공모전에 포트폴리오 제출하여 초대전을 갖게 된 것이 계기이다. 우리에게 아이스크림은 친숙하지만 다이어트의 순간에는 갈등을 가져오는 것이기도 하고 인스턴트 음식의 대명사 이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에 대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생각과 고정관념들을 통해 그녀는 현대인이 욕망, 욕심이 쉽게 채워지고 버려지는 감정적인 소비에 대한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주제와 모순되어 보이지만, 전시명 ‘아이스크림’에는 자칫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작품의 주제를 제목을 가볍게 정함으로써 좀 더 다가가기 쉽게 하려는 의도가 내포되어있다. 비관적이고 회의적인 문제를 어둡게만 풀어나가다 보면 너무 무거워지기 때문에 이를 상쇄시킬 수 있는 요소로 살짝 틀어서 문제를 풀어나가려고 한 것이다. 처음 접근할 때는 예쁘고 밝은 이미지여서 다가가기 쉽고, 보면 볼수록 의도한 주제에 자연스레 파고들게 하는 흡입력을 이끌어 낸 것이다.



    ICE CREAM #101  68 x 100cm  Archival Pigment Print, Diasec  2009

    작품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베어브릭 인형은 장난감과 같지만 일반적인 장난감에 비해 표정이 없기 때문일까, 귀엽지만 조금 우울한 느낌이 난다. 그렇기 때문에 우울함, 불안감을 표현하는 데에 적합한 오브제라고도 볼 수 있다. 노 작가는 베어브릭을 작품에 등장시켜 ‘물질적 풍요 속의 감성적 빈곤’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등장하는 베어브릭의 색이 금색인 이유는 ‘황금만능주의’와 같은 보석, 물질에 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데 사실 이 베어브릭은 금색이지만 가짜이기 때문에 ‘거짓’을 상징하기도 한다. 허상을 좇아 질주하고, 물질 속에 매몰되어 있는 현대인의 심리를 조금 가볍게 다가갈 수 있도록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해주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노희정 작가의 예술에 대한 시작은 운명과도 같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얼굴 그리기를 하다가 선생님께서 집에 전화하셔서 미술을 시켜보라고 권유했다고 하는 일화가 있는 것만 보아도 노 작가는 미술에 대한 재능을 타고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둘째 언니 역시 미술 전공 했으며 아버지가 종이관련 일을 하셔서 그 당시에는 구하기 힘든 종이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재능에 환경까지 뒷받침 된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녀의 경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술을 계속적으로 해 온 것만은 아니다.

    첫 번째로 예고 입시에 실패한 후 미술을 그만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공부만 하다 보니 미술에 대한 열정이 살아났다는 그녀는 고2 여름에 다시 미술을 시작하게 되었고 서양화로 석사까지 마쳤다. 이후 98년에 개인전까지 하게 되었는데 두 번째로 미술을 손에서 놓게 된 때가 이때라고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회의감 등으로 작업을 잠시 접게 된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잘해야겠다는 부담감, 욕심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것 같다고 한다. 우리들이 그렇듯이 그녀 역시 자꾸 남이 정해놓은 성공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게 되고 억지로 자신을 맞추려 노력 하다 보니 본질을 흐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심리적인 극복 후에 작업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은 작업 그 자체를 즐기며 이에 감사하고 있다. 두 번이나 떠났다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처럼 다시 돌아온 그녀, 어쩌면 사진과 미술은 그녀의 운명이 아니었을까.

    특이한 점은 서양화를 전공했음에도 사진을 주 작업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시작한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 때부터 사진 반에서 활동을 해왔고 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면서도 사진 반 활동과 매체작업을 많이 했기 때문에 사진작업은 그녀에게 있어 자연스러웠다. 전공은 아니지만 미술을 하면서 사진을 이용해서 촬영의 결과물을 변형하거나 필름으로 꼴라쥬를 하는 식의 작업을 많이 해왔다. 그리고 어느새 뒤돌아 보니 사진을 제외한 작업이 거의 없었고, 다른 작업들 역시 사진의 재구성이 많았다. 사진만의 결과물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그녀 자신도 모르게 사진을 다루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2006년, 친구에게서 사진작업이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작업을 재발견 하게 된 노 작가는 이를 계기로 사진과 밀접한 관련이 가득한 자신의 작업들을 되짚어보게 되었고 사진매체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The Edge #01  80 x 117cm  Archival Pigment Print  2008

    사진과 서양화 외에도 매체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웹사이트를 다루는 데에도 재주를 가지고 있다. 90년대 초반 컴퓨터가 등장했을 때 부모님을 졸라서 산 뒤 포토샵, 일러스트, 플래쉬 등 그래픽 프로그램을 배웠다는 일화도 있다. 또한 패션과 음악 같은 분야 역시 작업에 자극이 되고 영감을 주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녀는 개인전 이후 앞으로는 지난 전시와 비슷한 주제로 오브제가 약간 바뀌면서, 희망적이고 치유에 관한 여유로운 느낌의 작업을 할 계획이다. 작업할 수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고 예술을 운명처럼 생각하는 노희정 작가의 다음 작품 역시, 대중적이나 깊은 생각을 안겨주는 형태로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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