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작가

작가 인터뷰

아트놈
그림 그리는 놈
2009.10.01

인터뷰 날짜 : 2008.11.06
인터뷰어 : 최희경
글 작성자 : 나비

2005년, 양머리 모자를 쓰고 수염을 기른 귀여운 놈이 탄생했다. 그림 그리는 놈, 아트놈.
(작품을 놓고 성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예술적이지는 않지만 작가가 굳이 ‘놈’을 붙인 이유가 있기에 밝혀두고자 한다.) 본명 강현하. 이름도 이름이지만 사랑스럽고 귀여운 작품 덕분에 관객들은 종종 작가가 ‘여성’일거라는 추측을 한다. 작품과 작가를 매치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자, 급기야 그는 ‘아트 하는 남자다’ 라는 의미로 ‘아트놈’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만들었다. 청순하고 아리따운 20대 여성일거라는 오해를 피해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 이름은 곧 캐릭터가 되었다. 어느 날 동대문시장에서 양머리 모자를 써 보았는데 그 모양이 너무 귀엽고 괜찮아서 작가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일상의 우연 속에서 태어난 아트놈은 작가 자신이면서 동시에 그가 창조한 ‘캐릭터’인 셈이다. 일러스트로 변형된 ‘자화상’이라고나 할까?
그는 ‘아트놈’이 자신과 같은 현대의 아저씨들을 상징한다고도 했다. 이 시대 ‘아저씨’들의 표준, 배 나오고 평범한 대한민국 대표 아저씨들 말이다. 그래서 이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의 작품에는 아트놈 외에 ‘가지’와 ‘모타루’라는 캐릭터도 등장한다. 귀여운 토끼소녀 ‘가지’는 그의 부인을 캐릭터화 한 것이다. ‘가지’라는 캐릭터는 소녀의 이미지 캐릭터로 부인을 만나기 이전에도 있었던 캐릭터이지만 그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토끼띠인 그녀를 생각하면서 토끼소녀로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말썽꾸러기 강아지 ‘모타루’는 익살스럽지만 미워할 수 없는 깜찍함을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사랑스러운 악동이다. 이렇게 셋이 만들어가는 작품 속의 그들은 어쩔 때는 친구 같기도 하고 어쩔 때는 연인 같기도 하다. 이러한 가족적인 이미지의 캐릭터라서 더욱 따뜻함이 느껴진다.

무릉도원에서의 대결 260.6 x 162.2cm(100호 두개) Acrylic on canvas 2008

그의 작품에 이렇게 캐릭터들이 등장하게 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미술을 전공하다가 캐릭터를 개발하는 회사에서 일하다 다시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선,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 아트놈. 캐릭터디자인 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 하면서 기업, 관공서, 게임, 애니메이션 등 많은 캐릭터를 개발 하면서 다양한 캐릭터와 일러스트 작업을 한 그다. ‘캐릭터’라는 것은 그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소중한 존재였기에 그들을 예술의 경계로 끌어들이는데 전혀 망설임이 없었던 듯 하다. 비록 상업디자인으로 시작했
지만 그의 뛰어난 감각과 독특한 감성은 순수 작업에 대한 열망으로도 그대로 표출된 것이다. 또한 그의 경력은 작업시간을 단축시켜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의 작업속도는 상대적으로 빠른 편이다. 하루 12시간 이상 작업하는 노력도 있지만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미리 칼라 등을 수정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곧 본 작업에 들어가면 수정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더 완벽한 작업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10년 이상 컴퓨터로 작업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빠르고 정교하게 작품을 완성할 수 있는 능숙함을 지니게 되었다.

아트놈은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을 작품의 소재로 사용하면서 자신의 전공이기도 한 한국화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캐릭터와 민화의 만남. 조선조 민화가 옛 대중들을 위한 그림이었다면 캐릭터는 현대 대중을 위한 그림이다. 그는 민화 속에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를 배치하여 전통과 현대, 산수와 인물이라는 대립적인 요소들을 조화롭게 표현하고 있다. 민화의 대중성과 도안성에 상상의 캐릭터가 만나 오묘한 어울림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친숙함과 편안함을 가미하여 한 편의 희극을 보는 듯한 재치와 유머를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우울함과 슬픔에도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의 그림은 마치 동화책을 펼쳐 놓은 듯 하다. 그는 어린 시절 모두가 꿈꾸지만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이렇듯 현실보다는 이상을 노래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서정적인데다가 환상적이여서 마치 꿈 속을 떠다니는 것만 같다. 작가는 가지와 모타루가 살고 있는 몽환적인 공간을 확장시키며 우리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현실에 존재할 것 같으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를 통해 누구나 꿈꾸는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천상천하유아독존 193.9 x 130.3cm Acrylic on canvas 2008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물질적 풍요가 아닌 사랑과 자연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창조한 사랑스러운 캐릭터들과 함께 이 메시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아트놈. Artnom의 m을 거꾸로하면 w, 즉 Artnow가 된다. 어쩌면 작가는 이러한 비밀을 숨겨두고 자신의 캐릭터를 창조해 낸 것이 아닐까? 아트놈, 가지, 모타루와 함께 환상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동반자가 되어 보라. 바로 ‘지금’.

“민화의 단순한 차용을 넘어 아트놈의 민화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캐릭터의 세상은 또 다른 살아 숨 쉬는 세상과도 같습니다.
내가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세상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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