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작가

작가 인터뷰

82.25
당신의 가치를 생각합니다
2010.06.09

인터뷰 날짜 : 2010.03.19
인터뷰어 : 나비
글 작성자 : 나비

“올 겨울에 너무 추워서 화장실도 얼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오프닝 날, 다같이 하이탑을 맞출까 해요.”
“오늘 지붕킥(지붕 뚫고 하이킥) 마지막 방송인데 인터뷰는 몇 시에 끝날까요?”
“첫 번째 질문(팀 이름이 왜 ‘82.25’인지)의 답은 비밀이에요.”
‘프로젝트 그룹 82.25(이하 82.25)’의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이야기가 쏟아진다. 4명이다 보니 여기 저기서 이야기가 튀어 나오고, 웃음도 끊이지가 않는다. 아현동의 시장골목에 자리한 82.25의 작업실은 한 쪽은 사무실과 같은 각자의 공간으로, 또 한 쪽은 작업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전시 준비가 한창인지라 작업실 바닥에는 합판과 화분, 그리고 공구들이 차례차례 놓여있었다. 잠깐, 정리를 좀 해보자. 강지윤, 위정희, 이상주, 장근희. 이렇게 네 사람이 모여서 팀을 만들었다. 프로젝트 그룹이란 건 알겠다. 그렇다면82.25란 무슨 뜻일까. 82도 아니고 83도 아니다. 그렇다고 82.5도 아닌 82.25다. 그러니 다들 그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궁금할 수 밖에.
“이거 말해주면 조금 유치한데(웃음)… 다 82년생인데 이분(강지윤)이 83년생 이예요. 팀 이름을 정할 때 고민 고민하다가 80년대의 시대상을 닮은, 그런 정서를 공유하는 우리의 생년월일이 비슷해서 그렇게 지었어요. 하지만 팀 이름보다는, 우리의 시각들이 같은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에 지니고 있는 공통점들이 모여서 팀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건물+화분 70x45x145cm 혼합재료 2010

그들의 모임은 스터디 그룹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도시의 시대문화를 공부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관심사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고 작업의 방향이 그룹의 성격으로 이어져나갔다. 드로잉과 회화 위주로 작업했던 그들은 설치작업으로 전향하여 신한갤러리에서의 전시를 앞두고 있었다. 인사동의 ‘헛’에서 전시를 한 적이 있지만 화이트큐브의 공간에서 선보이는 전시는 처음인지라 그들 스스로도 기대하는 바가 큰 듯 했다. 82.25의 작업은 나무, 박스, 골판지, 전단지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 도시구조, 개발, 공사현장 등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박스로 만든 아파트 ‘프리미엄 시티(Premium City)’와 모델하우스 ‘스윗홈(Sweet Home)’이 큰 틀을 이루고 여기에 도시의 개발현장이나 증축공사 현장을 담은 영상작업과 드로잉작업이 합쳐진다. 겉과 속이 다른, ~인 척하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82.25의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전시명도 참 의미심장하다. ‘당신의 가치를 생각하는 고품격 프리미엄’.

“고품격 프리미엄, 좀 재미있지 않나요? 이상한 외래어들의 조합이잖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쫓고 있는 지향점들 이기도 하죠. 그 지향점들에 대한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자 했어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 이 사회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많이 생각하게 되요. 지금은 자본주의 시대라서 당연시 여겨지는 물질적인 행복들이 있잖아요. 그걸 대표하는 것이 아파트더라고요. 그 도시의 대표적인 건물이 아파트이고 자연스럽게 그것을 사고파는 모델하우스라는 공간이 생겨나게 됐고요. 한국에 살고 있지만 모델하우스의 외관들은 그리스 신전과 같은 고전적인 형태를 닮아있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 해요. 사람들을 마치 그런 곳에 살고 있는 것처럼 현혹당하죠. 아파트를 소유하면 고품격이 되는 듯한 허영을 모델하우스를 통해서 드러내고 싶었어요.”
어쩌면 그들은 도시의 외관으로 대표되는 욕망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고품격’과 ‘프리미엄’과 같은 욕망이 빗어낸 형상들이며, 주변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은 난 개발의 결과물들이다. 도시계획과 부동산의 원리에 의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건물들이 만들어낸, 그 형태들의 가치는 과연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82.25는 이러한 의문을 제기하며 그들이 바라본 도시를 재해석 하고 있는 것이다.

현수막 각 400x40cm, 280x35cm pvc, 면테이프 2010

여성 4명이 제작하기에는 버거워 보이는 작업들도 있어서 몇 가지 애로사항을 물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농담조로 이렇게 말한다. 남자 한 명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무래도 82.25모두의 출발이 이런 분야가 아니었듯이 기술적으로 힘에 부치는 작업들이 종종 있나 보다. 전시가 끝나면 창고 행이 되 버리는 작품들의 아쉬운 운명과, 머리 속의 생각과 결과물의 괴리에서 오는 공간의 어려움도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점을 말하는 82.25는 왜이리 씩씩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서로가 공구욕심이 많아서 (공구를 구입하기 위해)을지로에 다녀올 때마다 병에 걸린다는 그녀들, 작품과는 달리 귀여운 구석이 있다. 공구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위시리스트를 한없이 쏟아놓으니 말이다.

“나사가 아름다워.”
“대패하나 사고 싶은데……”
“나는 홈파는 거 사고 싶다.”
“절단기를 언제 사지?”

MYA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