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작가

작가 인터뷰

박대조
순수의 눈동자에 비친 세상
2010.05.28

인터뷰 날짜 : 2010.03.12
인터뷰어 : 김연숙
글 작성자 : 나비

눈은 마음의 창이라 했던가. 눈은 한 사람의 영혼과 가치관이 담겨 있다. 한마디로 눈은 그 사람의 인품이자 인격인 셈이다. 이에 박대조 역시 눈을 그린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눈을, 그것도 순수한 아이들의 눈을 통해 바라본 세상을 그린다. 그렇다면 왜 어린아이일까. 장자의 철학에 심취해 있던 그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무위자연(無爲自然)한 존재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고 한다. 자연 그대로의 순수한 인간... 보채고 싶으면 보채고, 울고 싶으면 울고, 웃고 싶으면 웃는... 그것이 바로 어린아이였다고 한다. 그렇게 어린아이들을 매개체로 하여 가장 순수한 영혼의 눈으로 어른들의 삶을 바라보면서 그 리얼리티를 재현하고 있다. 아이의 눈을 통해 어른들의 삶을 투영시키고 있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아이들의 눈동자 안에는 불편한 현실들이 가득하다. 공격적이고 암울한, 그런 현실들 말이다. 전쟁, 테러,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표현해 보고자 하는 박대조. 그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향을 표현하고자 하는 그런 예술가이다. 연설가는 말로써 진리를 표현을 하고, 수필가는 글로써 표현하듯이 화가는 이미지로 표현을 하는 것이라면서…

아이들을 모델로 작업을 하다 보면 힘든 일도 이만 저만이 아닐 텐데 그는 이 특별한 노하우를 가리켜 ‘기다림의 미학’이라 부르며 또 다른 철학을 제시했다.
“예술은 기다림이에요. 인생이 그렇듯이 기다림의 연속인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를 아이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기다리다 보면 표정의 변화와 감성의 변화를 읽을 수 있어요. 그건 기다림이기도 하지만 교감이기도 해요. 커뮤니케이션, 소통이고요. 그때 비로소 그 아이가 지니고 있는 어떠한 감성이 나오는 거죠.”

여신 100 x 183cm giclee print 2010

초등학교 때 문인화를 전공하셨던 선생님께서 방과후 그림을 가르쳐 주셨던 것을 계기로 미술을 시작하게 된 그는 동양화의 매력을 `먹`에서 찾는다. ‘먹’은 곧 현이며 현은 검을 현(玄)이다. 검을 현 속에는 깊이 있는 색깔들이 있기에 현은 곧 우주라고 본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그는 그 ‘현(玄)’의 깊은 매력에 빠져서 지금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현재의 작품에서는 한국화를 전공한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루기 힘든 소재도 물론이거니와 사진과 회화, 조각과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활동에 큰 전환기를 맞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제가 산수화를 그렸을 때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기법적인 부분에서 생각을 많이 해 봤죠. 그러던 중 음각으로 돌에 산수화를 그려봤어요. 산수화를 화선지에 그리는 것 보다 더해지는 깊이감과 무게감이 느껴지더라고요. 아! 이거다 싶었죠. 그래서 고가(高價)의 포토폴리오를 만들어서 혈혈단신 뉴욕으로 떠났어요. 첼시에 있는 여러 갤러리를 돌아다녔는데 반응이 시큰둥한 거에요. 신선하지 않다 이거죠. 벽도 너무 높았고 자존심도 상했어요. 그래서 포토폴리오를 다 버리고 뉴욕이 어떤 곳인지 즐기기 시작했어요. 그때, 문화적인 충격을 느꼈어요. 바위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죠. 그때부터 이제 과연 무엇을 해야 될까, 그림으로써 무엇을 표현해야 될까 고민하다가 산수화의 이미지보다 인물을 표현하는 것이 낫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림을 그리는 동양적인 기법이 베어 있었기 때문에 이미지만 바꿔서 재현을 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뉴욕의 세계적인 작가들을 접하고 온 것이 그런 계기가 되었죠.”

젊은 날을 회상하는 그의 이야기는 듣기만해도 건강한 패기가 느껴진다. 그러한 집념이 오늘날의 그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듯 하다. 그런 그였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작업을 꾸준히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특히나 그가 ‘돌’이라는 소재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관람자는 결과물만 보기 때문에 그 과정이나 재료, 화법들이 금방 생겨난 것이라 여길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에게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고 인고의 시간이 존재한다. 그는 자신의 삶 자체가 돌과 함께였다면서 화가가 캔버스에 익숙해 있듯이 그 역시 캔버스인 돌에 익숙해 있는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그는 돌에 대한 남다른 철학이 있다.
“돌이 몇 천년, 몇 만년을 땅 속에 있다가 이렇게 사람의 손에 의해 들어나면서 아름다움을 발해요. 그것만으로도 사실 충분해요. 전 아직까지 욕심이 있어요. 거기(돌)에 또 내 이야기 를 늘려가고자 하니까 전 아직 ~ing입니다. 지구에 의해서 달리는 하나의 매개체, 그 매개체가 나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들이에요. 여기 오기까지의 시행착오는 엄청났지만요.”

The heart of child 60 x 60cm 황옥에 음각 후 채색+배면조명+Changing color adaptation 2009

인간의 시간을 자연에 새겨놓은 화석처럼 굳은 의지를 지닌 박대조.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된 인고의 시간을 거쳐 자신만의 예술철학을 펼쳐 나가는 그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그의 작업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철학적인 사유의 깊이 때문에 조용한 삶의 연속일 것 같았으나 개인적인 시간을 누릴 여유도 없을 만큼 연말까지 전시 일정이 꽉 차 있었다. 3월에 열리는 뉴욕아트엑스포의 단독 부스전을 시작으로 다양한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10월에는 국내 개인전과 홍콩에서의 개인전이 있을 예정이다. 그의 롤 모델(role model)은 앤디워홀(Andy Warhol), 좋아하는 작가로는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를 꼽았다. ‘아트팩토리’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앤디워홀 처럼, 그가 추구하는 ‘뉴 폼’(New Form), 그만의 ‘새로운 장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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