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작가

작가 인터뷰

마리킴
Eyedoll Show
2010.05.28

인터뷰 날짜 : 2010.02.25
인터뷰어 : 나비
글 작성자 : 나비

마리킴의 작업은 ‘얼굴’ 혹은 ‘눈’으로 대표된다. 전신을 묘사한 작품들도 많은데 유독 ‘얼굴’ 작업으로 각인되는 이유는 한번 보면 잊기 힘들 정도로 작품 속의 두 눈이 압도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그녀는 왜 눈으로 말하는 방법을 택한 것일까.

Dinner on a shopping day 130 x 90cm Ultrachrome ink printed on paper 2009

“제 얼굴을 그려야겠다, 그런 건 아니었는데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웃음) 처음에 눈을 그리게 된 계기는 눈이 마음의 창이기 때문이었어요. 어떨 때는 마음이 굉장히 요동이 치고 힘들 때가 있는데 ‘아닌 척’을 해야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눈을 자세히 보면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어요. 이 사람이 화났다. 기쁘다, 슬프다 그런 감정들이 눈에는 투영 되거든요. 그런 컨셉으로, 눈이 말해주고 있는 사람의 감정상태, 특히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심리상태를 끌어내고 싶었어요. 사람의 겉모습을 떠나 각자의 내면에는 더 예쁠 수도 있고, 더 추할 수도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비비드 톤의 색감으로 인해 시각적으로도 강렬함을 주는 마리킴의 작품에는 항상 여성이 등장한다. 그것도 소녀가 대다수이다. 그러나 어째 분위기가 공포스럽고 잔혹동화 같다. 보통 ‘소녀’라는 이미지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순수함’이나 ‘아름다움’은 결코 아니다.
“제 석사 논문이 ‘뒤틀린 순수성(Twisted Innocence)’이었는데, 저는 양면성이 존재하는 사실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영화를 보다 보면 연쇄살인마들은 항상 착해 보이는 사람들이 범인일 때가 많잖아요. 오히려 깡패 처럼 무식한 사람들은 범인이 아니고 말이에요. ‘오맨’이나 ‘엑소시스트’가 무서운 이유는 우리가 순수한 걸 기대했던 아이들로부터 반전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그래서 제가 순진해 보이는 아이들을 많이 그리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사악함이나 순수하지 못한 면들도 다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치의 오차도 없이 깔끔하게 맞아떨어지는 마리킴의 작품은 드로잉 작업을 거쳐 컴퓨터에 의해 탄생한다. 호주 멜버른 공과대학교에서 멀티미디어를, 대학원에서는 애니메이션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전공한 그녀는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그녀에게 가장 잘 맞는 매체로 창조적인 아이디어의 세계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특히나 이러한 창의적이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은 호주에서 보낸 영향이 큰 듯했다. 호주에서 10년, 그러니까 20대를 모두 호주에서 보낸 셈이다. 사람의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는 말이 있듯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타지에서 보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니 궁금할 수가 없었다. 호주이야기를 꺼내기가 무섭게 그녀의 얼굴 빛이 환해졌다.

“재미있었죠. 호주에 있으면서 철이 안들은 거 같아요.(웃음) 학교 끝나면 친구들 만나서 밥 먹고 이야기하고 밤이 되면 집에 가서 영화 한편보고 자는 거, 제 생활은 항상 그랬어요. 예술분야로 대학을 가서 그런지 다양한 성향의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이 너무나 착하고 훌륭했어요. 제가 (학업) 힘들어하거나 부족하다고 느끼면 친구들이 너무나 순수하게 다 도와줬어요.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최선을 다 해서 도와주는 거에요.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말이에요. 아마 그런 경험 다시는 못할 걸요. 지금 생각해 보면 호주에서의 경험들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들이었고, 문화적으로도 너무나 충만했던 시기였답니다.
대학원에서는 처음에 그림을 잘 못 그렸어요. 교수님들이 ‘넌 왜 그림을 그렇게 그리냐’ 했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지도 모르죠. 제가 사람의 얼굴과 눈을 왜곡되게 그리는 성향이 강했는데 ‘집은 너무 똑바로 그린 게 아니냐, 집도 이 사람처럼 왜곡되게 그려보면 좋지 않겠느냐’하는 식의 조언을 들으면서 배웠죠.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어주는 그런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sweet sweet liffel thing 108 x 108cm c-print 2009

이제는 본인 스스로가 그러한 교육을 전달하고자 노려하고 있는 마리 킴은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와 카톨릭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만약 아티스트가 아니었다면 영화 리뷰 하는 사람이 해보고 싶을 정도로 영화를 끔찍이도 좋아하는 그녀는 최근 감명 깊게 본 영화로 코엔 형제의 시리어스 맨(A Serious Man, 2009)을 추천했다. 앞으로 작업하는데 있어서 보고, 접하고, 느끼는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좀 더 많은 문화 생활과 여행을 하기를 원한다는 마리킴, 그녀의 눈에는 건강한 에너지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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