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작가

작가 인터뷰

이두한
화분의 의미
2010.05.17

인터뷰 날짜 : 2009.11.01
인터뷰어 : 나비
글 작성자 : 나비

수원미술전시관은 수원의 현대미술을 이끌어 나갈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를 2004년부터 연례적으로 기획해 왔다. 수원 및 경기남부지역을 근간으로 두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수원미술의 현재를 짚어보고 나아가 한 시대의 조형담론을 예견해보는 이 전시는 지역과 연계된 일종의 아트 프로젝트로써 의미가 크다. 올해는 ‘2009 통과의례: 소소한 일상의 기록’이란 전시로 역량 있는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이 소개되었다. 전시 마지막 날, 본 전시에 참여한 이두한을 만났다.

화분8 고래 72.7 x 60.6cm 캔버스에 아크릴 2009

이두한의 작품 소재는 화분이다. 예쁘고 보기 좋은 그런 화분이 아니라 조금은 섬뜩하고 그래서 더 낯설게 느껴지는 화분이다. 우리는 한 번도 화분을 이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왜 유독 그에게는 다르게 보였을까?

“화분이란 도구는 사람들이 만들어 냈고 그 안에 자연을 담고자 하잖아요. 그런데 화분 속에 자연을 담으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욕망이잖아요. 자연스럽게 자라난 식물 같지 않고 그 작은 공간에서 벗어나려는 것 처럼 느껴지고, 화분은 그런 식물을 끌어당기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약간의 대결 구도처럼 보였어요. 아파트 정원 같은 것만 봐도 그래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좀만 지나면 무섭게 자라나거든요. 아파트를 뒤집어 삼킬 듯이. 특히 저희 아파트가 그래요. 평소에 주변에서 그런 것들을 자주 보다 보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인간이 추구하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무시되는 자연의 중요성과 소중함. 고로 그는 화분이 사람들의 욕망을 담아내는 것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도구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스타일이나 기호에 맞게 화분(의 식물)을 키우지만 자연이나 환경을 인위적으로 연출한 듯하다고. 화분이 식물을 키울 수 있는 도구적인 역할을 하지만 그렇게 놓여지는 과정에서 폭력적인 부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식물은 본능대로 자라나고 화분은 그것의 공간을 옥죄고 있는 구조를 띄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화분, 화분이 담고 있는 풍경들이 비정상인 모습으로 보여졌고 이러한 것들을 그림으로 그려보고자 한 것이다. 그는 화분에 여러 가지 풍경을 담기도 하고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 담아 보기도 하면서 어색한 모습을 연출했다. 그가 이러한 풍경을 그리는 것은 화분을 통해 인간의 양면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화분은 아름다움을 담지만 그것을 지속하기 위한 과정 중에 발생하는 폭력적인 부분은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걸.

이것은 익숙함에 대한 반란이다. 생각해보면 어색하고 이상한 풍경일 수 있는데 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에 대한 반란. 예쁘다, 아름답다 라고 분류되는 현상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작업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는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작업을 하지 않을 때는 환경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종종 보곤 한다고. 작업을 하는데 집중이 잘 되지 않을 때는 편하게 영화를 보기도 하고, 여행을 다녀온다고 한다. 이동하는 시간이나 자기 직전에 무수한 생각들을 한다고 하는데 요즘은 현실적인 고민들을 많이 하게 된다고 한다.

“미술은 고1때 시작했는데 그 때는 어머니가 도와주셨어요. 결국에는 제가 원하는 대로 가서 그림을 그리게 되었죠. 학교 졸업할 때까지 어머니께서 많이 도와주셨는데 제가 점점 나이가 드니까 걱정이 되시는지 ‘돈 버는 일을 해야지’, ‘직장생활을 해야지’ 이런 말씀을 많이 하세요. 항상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갈등이 있긴 하죠. 하지만 이렇게 전시를 하고 도록이 나오고 하면 제일 좋아하세요. 어머니께서 지인 분들께 광고를 더 열심히 하시기도 하고요.”

화분12 116.7 x 80.3cm 캔버스에 아크릴

그는 작업 방향과 주제 안에서 앞으로 어떻게 파고 들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당분간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작업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그의 내공이 깊어졌을 때 즈음, 새로운 작업을 선보일 듯 하다.

“지금은 집중해서 고민하고 내공을 쌓아야 할 시간인 거 같아요. 무언가 억지로 시도하면서 전시를 준비하는 것 보다도 저 자신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거든요. 이번 전시를 하면서도 더 많이, 깊게 생각을 하게 됐거든요. 한동안은 아무것도 안하고 작업에만 집중할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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