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 인터뷰 날짜 : 2009.10.14
  • 인터뷰어 : 나비
  • 글 작성자 : 나비
  • 반주영. 밝고, 맑은 사람이다. 그것은 그녀의 섬세한 작업들이 말해준다. 아름다운 것을 그리고 싶었고, 그것이 바로 삶이었다고. 그래서인지 그녀의 작품에는 삶, 생성하는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그녀가 말하는 삶의 아름다움이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무한히 이어지는 ‘성장’에 관한 것이다. 그녀는 본질적인 자연의 현상뿐만이 아닌 모든 물체간의 보이지 않는 관계의 연결과 확장 또한 성장의 한 부분으로 본다. 이러한 생의 무한성과 연속성은 나무의 나이테가 늘어나듯이 얇고 가느다란 잉크 촉을 따라 무수한 선으로 피어나고 있다. 이 반복적인 움직임은 붉은색으로 패턴화 되어 추상적인 형태가 되면서 무의식의 흐름처럼 유기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seed  91 x 61cm  Ink & Acrylic on canvas  2009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아니 그리는 과정을 상상해보면 그 시간들이 참 소중하리라 생각된다. 한 동료작가는 그녀의 작품을 보고 브룩클린에 도 닦는 사람 한 명 있다고 말할 정도라고 하니 선 하나, 하나에 얼마나 집중하면서 작업을 할지 짐작이 간다. 신기한 것은 힘들수록 작업에 더욱 집중 하게 되고 그것이 그림에 표현 되는 것 같다고 한다. 같은 시리즈 중에서도 사람들이 ‘이 그림은 아파 보인다’고 말한 작품을 보면 힘들었을 때 작업한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하지만 집중하면서 그리는 그 시간들이야말로 그녀 스스로가 치유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창작을 해야 한다는 것은 힘들지만 일단 작업이 시작 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하니 말이다. 그래서 더 아름답다. 마음이 정화되는 시간들이 쌓여서 평온해진 붉은 선들.

    예전에는 ‘블랙 앤 화이트’의 컨셉으로 검은 바탕에 흰 선으로 드로잉을 많이 했지만 ‘삶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로 작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색이 바뀐 것 같다고 한다. 삶의 강렬한 에너지와 생명력을 의미하는 붉은 색으로. 그래서 요즘은 더 붉은 색에 더 눈이 가게 된다고 한다. 옷도 점점 빨간색이 늘어난다면서.

    한국에서는 드로잉을 전혀 안 했었는데 뉴욕에 온 이후 선적인 느낌들이 좋아서 작업도 점점 바뀌었다는 반주영. 선이 갖고 있는 날카로움, 긴장감, 그런 매력들이 좋아서 드로잉을 시작 하다 보니 하나의 패턴처럼 작업이 많이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작은 것이 모여서 큰 것이 되가고, 얇은 선이 모여서 무한한 이미지가 되면서 그녀의 작품은 깊고 고요하게 성장해 가고 있다. 장난스러우면서도 무게감이 있는 드로잉으로, 가벼워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드로잉으로.



    In  66 x 66cm  Ink& gouache on paper  2007

    “예술을 하기 위해서 포기하는 것도 많고 생존을 위해 다른 일도 하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치열한 상황이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바로 지금이 인생의 황금기 아닐까요. 인생을 가장 가치 있게 사용하고 있으니 제일 좋을 때인 거죠. 하지만 생활이 바쁘니까 가끔씩 인식하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아마도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겠죠. ‘지금이 제일 행복한 때구나.’ 앞으로도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겠지만 꿈을 갖고 이렇게 노력 하는 것은 정말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살아가면서 성장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더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른이 되어 서도 마음이 자라고 생각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성장 속에 담긴 아픔까지도 아름답게 받아들이고 있는 반주영은 여려 보이지만 힘있는 선들을 통해 꿈을 안고 무한히 뻗어나갈 잠재적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지금 이순간, 현재를 인식하고 살아있음의 순간을 기록하면서 그녀 역시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다. 아, 살아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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