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작가

작가 인터뷰

박현배
사람의 눈을 그리는 서양화가
2010.03.10

인터뷰 날짜 : 2009.11.23
인터뷰어 : 김연숙
글 작성자 : 박태용

이태원에 살던 어린 시절, 파란 눈을 가진 외국 친구들의 눈동자를 보았습니다. 파란색, 초록색의 보석 같은 눈동자를 보았습니다. 사람들의 눈은 보석 같습니다.”

2004년 대진대학교 미술학부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2006년 동대학원 서양화과를 수료한 박현배는 2009년 <관훈갤러리, 인사동>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01년 관악현대미술대전 입선을 시작으로 2006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부분 입선(주최: 한국 미술협회)에 이르는 다수의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고, 2009년 KCAF-제9회 한국현대미술제<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아트페어와, 한국 현대 미술 뉴욕전 (Zc`s Special presentations program part-1) <존첼시 아트센터, 미국 뉴욕> 외 다수의 행사에 참여하면서 10여 년 동안 거의 100여 편의 전시에 참여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08.10.25-09.10.30 130 x 130cm mixed media 2008

박현배 작가가 초기부터 관심을 가지고 일관된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사람의 눈, 눈동자이다. 얼굴을 소재로 눈을 통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평면작업으로 표현하면서 관객과의 또 다른 관계를 공유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눈은 사람이라는 개체의 “방향성”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개체들의 감정, 무의식 또는 의식, 이성, 감성, 경험, 교육, 등 개체가 마주했던 모든 요소들이 합쳐져 “방향성”을 형성한다. 이것은 하나의 개체 속에서 매우 유동적, 변화무쌍한 양태를 나타내며 각 개체의 연속성에 관여한다. 각 개체의 방향성은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개체들의 군집 관계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방향성을 형성한다. 그것은 중재, 변화, 더함, 혹은 나뉨일수도 있다. 그가 작품에서 표현하려는 것은 그런 관계에 대한 긍정 혹은 부정 이전에 객체들이 가지는 방향성의 관계에 주목한다. 때문에 시선이 선명한 것과 대조적으로 그 바탕에는 흐릿하게 보이는 사람 얼굴의 형상 있다. 어떤 경우에는 눈이 빠진 상태에서 체크가 들어 갈 때도 있고, 작가의 의도가 은유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 작품의 얼굴에는 작가 자신의 자화상이, 때로는 현대인들의 자화상이 담겨 있다.
그의 그림에 드러나는 또 하나의 특징은 체크무늬이다. 작가가 말하는 체크무늬는 동양사상의 ‘무‘와 비슷한 개념으로 그의 그림에서 가장 기본단위를 이루고 있다. 점, 선, 면이라는 시각적 기본이 그의 그림에서 힘의 균등분배가 분명한 체크로 전환된다. 보이지 않는 공간, 없는 공간, 또는 무한한 공간, 가득 차 있어서 빈 것처럼 보이는 공간,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는 것이 그가 사용하는 체크의 의미이다. 이처럼 박현배 작가의 작품에는 얼굴, 눈동자, 체크가 주는 다양한 조합이 보는 이에게 미묘한 공간감을 일으키게 한다. 그의 그림은 은근히 입체감을 형성하고 깊이와 파장을 일으켜 관객과의 소통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을 발산한다. 이러한 점이 다수의 수상경력을 만들어 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일관된 스타일로 작업해 왔다고는 하지만 박현배 작가의 그림에도 약간의 변화는 있었다. 군 생활을 하는 동안 잠시 공백 기간을 거치고 2008년부터 다시 활동을 재개하면서 초기 작품에 비해 얼굴이 좀 더 커지고 군집보다는 한 개인이나 두세 명의 얼굴에 집중하면서 좀 더 세밀하게 볼 수 있는 변화를 겪게 되었고 소재도 조금씩 달라졌다. 그가 초기에 작업을 할 때 만화에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에는 흑백영화로터 대부분의 현대 영화까지 심취했다. 한때는 소설책을 좋아하며 ‘알랭 드 보통’에 매료되었다. 요즘에는 철학 서적을 읽으면서 영감 받은 게 가장 크고, 다른 매체에서 얻는 것들을 종합, 정리 해놓은 것 같은 느낌을 즐기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면 현대인들의 다양한 감정들이 마치 자화상처럼 드러나고, 거울을 보고 있는 듯하다. 작품 속에 있는 얼굴이 관객에게 뭔가 얘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분명 이런 영향 때문일 것이다.

박현배 작가가 작품을 제작할 때 사용하는 재료는 펜을 위주로 하고 물감과 코팅재 3가지다. 초기에 그가 그림을 시작했을 때는 패턴 안에 어떤 것이 들어가느냐 보다는 바깥에 하나의 선으로부터 끝까지 연결하는 게 더 중요했다. 그리다가 색상을 쓰는 법을 배우고 조금씩 작품이 진화하면서 눈동자를 나타내는 메시지가 더욱 더 성숙해지게 되었다. 일반 캔버스 위에 펜을 사용하면 캔버스천의 결 때문에 직선이 안그려져 매끄럽게 표면처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젯소를 20번 정도 올려서 평평하게 만든 다음, 하얀색 물감을 5번 정도 올려 변색되는 걸 방지하고 그 위에 바닥 작업으로 붓을 여러 번 사용해서 제대로 색이 나게 한다. 그 위에 이미지를 놓고 그 위에 펜 작업을 하고 마지막에 코팅을 하고 마무리로 오브제를 쓰기도 한다. 보통 그림을 그릴 때 다른 작가들이 투시도를 많이 사용을 하지만, 그가 작업하는 방식은 이처럼 레이어를 이용해 층이 나타나게끔 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밑작업만 하는데 대략 일주일정도 소요되고, 펜을 사용하면서 계속 층을 쌓아 올리는데 보통은 한 달, 길게는 두 달까지도 소요된다. 자신이 사용하는 재료들 자체가 어떻게 보면 공예처럼 표면이 매끄러운데 앞으로는 그런 방식을 탈피해서 회화적인 느낌으로 그리고 싶은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d-63 50 x 20cm mixed media 2009

박현배 작가의 작품제목은 ‘D’로 연결된 번호가 있다. 그것은 그가 자신의 작품을 드로잉이라 생각하기 때문인데, 특별히 어떤 장르를 내세우기 보다는 ‘그린다’라는 자신의 행위,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서양화 ‘그린다’라는 행위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그에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삶, 즐거움, 일, 그리고 행복을 의미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여건이 따르지 않아서 못하다가,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피카소전을 우연히 보고 마음에서 거부할 수 없는 물결이 일어났다고 한다. 집안의 반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훌륭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한동안 힘들었던 때도 있었고, 그럴 때는 자신의 여러 가지 행동에 대해 후회도 해 보았다. 그러나 그런 시련은 누구에게나 있고 예술가에게는 오히려 성장의 계기를 마련해주기 마련인데, 박현배 작가도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극복해내면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후회한 적 없다고 한다. 그의 치밀하고 꼼꼼한 성격과 차분함이 자신의 작품에 드러나면서 작품과 작가가 일체가 된 느낌을 받게 되고, 그에게 작업 자체가 수도승의 수련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에게 영향을 준 작가는 클림트, 디베페도, 바스키아였었지만 요즘은 고흐를 다시 보고 있다고 한다. 광기의 화가라고 하지만 그에게 고흐의 그림은 매우 규칙적이고, 고흐가 보는 시점으로 일반 관객들의 시선을 끌어올려준다는 점을 높이 사게 되었다고 한다. 고흐처럼 그는 자신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 속에서 두근두근 가슴 설레는 느낌을 받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한다. 최근 마놀린(구혜선 갤러리)에서 그는 전시회를 했었고 2010년 3월에는 ‘모아갤러리’에서 그룹전, 8월 중순에는 같은 장소에서 개인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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