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작가

작가 인터뷰

석창우
먹으로 그린 다이나믹 크로키
2009.10.01

인터뷰 날짜 : 2009.10.05
인터뷰어 : 최희경
글 작성자 : 나비

아들에게 새를 그려준 것을 계기로 미술을 시작한 석창우는 먹으로 쓰고, 그리는 화가이다. 그는 서예를 시작으로 필획의 물성과 정신성을 동시에 다루면서 기호와 상징체계를 가시화하는 ‘문자 추상’ 작업을 해 왔다. 이후 누드크로키와 스포츠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인물의 역동적이면서도 유연한 모습을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 먹의 농담과 붓이 주는 우연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그의 작품은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내재되어 있는 듯 하다. 한마디로 그의 작품은 동적인 선, 먹의 독특한 번짐, 여백의 미와 같은 예술적 특징이 모두 반영된 인간적인 작업이다.

회 100x138cm 필묵크로키 2009

석창우화백은 서양식크로키와 동양화의 먹을 결합하여 서예크로키라는 독창적인 화풍을 확립한 작가이다. 먹으로 하는 작업은 정적이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지만 표현하는 먹선은 굉장히 역동적이고 다이나믹하다. 누드 크로키 작업을 할 때와는 달리, 모델이 포즈를 취할 수 없는 더 강렬하고 생동감 있는 것을 스포츠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월드컵을 소재로 스피돔 갤러리에서 전시했던 것을 계기로 경륜 선수들의 스피드한 경기 모습에 매료 되어 테니스, 골프, 스키, 탁구, 럭비 등 많은 종목을 그려왔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선수들의 모습은 그가 좋아하는 스포츠의 ‘종목’보다는 ‘포즈’가 좋아서 표현 한 것들이 대부분이다.특히 경륜 같은 경우는 처음에는 작업할 생각이 없었지만 경기장 필드 안에서 지켜보면서 경륜의 그 쌩쌩 거리는 스피드와 선수들의 힘찬 포즈 등이 좋아서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누드만 그리다 자전거와 함께 있는 사람을 그려야 했기에 기계와 사람의 일치감을 표현 하기 위해서 처음 몇 개월 동안은 경기만 지켜보았던 그다. 주말마다 1년 간 경기장을 다니며 자전거 구조도 익히고 선수들의 모습도 관찰하면서. 그가 완성한 ‘경륜’ 작품들은 불필요한 부분은 모두 삭제되고 간소화되었다. 빠른 움직임의 드로잉적인 부분들만 남아 간결해 보일지라도 그 준비과정에는 치밀한 노력이 숨어 있던 것이다. 현대 문학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서서히 시력을 잃어갔던 보르헤스는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을 두고 ‘늙고 눈 먼 시인이 사람들의 동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일례를 보더라도 우리는 일종의 핸디캡을 지닌 예술가들에게 보다 관대함을 지니게 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다.석창우의 경우도 그렇다. 전기기사였던 그는 감전사고로 두 팔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의 장애를 모른 채 작품을 접했다가 의수화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사람들의 반응은 놀라움이 배가 된다. 그가 두 팔이 있었더라면 과연 이런 반응이었을까? 그는 전시에 앞서 시연회를 갖곤 하는데 처음엔 그도 사람들의 시선이 굉장히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의 신체를 보기 때문이다. 팔이 없는 사람이 서예를 하고, 그림을 그리다 보니 사람들은 예술적인 평가나 감상은 뒤로 한 채 그저 신기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시선들도 적응이 되어버렸는지 사람이 있으나 없으나 그 시선을 무시하고 오직 작업에만 몰두하게 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웬만한 자신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여전히 그리고 있다. 그 무엇 하나 아랑곳하지 하고 계속 그리고 있다. 그것이 바로 그의 꿈이므로.

speedom12 69x69cm 필묵크로키

“석창우의 꿈은 화폭의 기시감으로 반전되어 인물 하나 하나에 생명을 불어 넣어준다. 다양한 자세의 인물들을 바라보는 관람자로 하여금 아물지도 못한 채 마음 한구석에 방치된 자신의 상처를 동감하고 치유(治癒)하도록하는 그 생명력을 말이다.”- 미술사 김민성(5회 개인전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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