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 인터뷰 날짜 : 2009.08.06
  • 인터뷰어 : 김연숙
  • 글 작성자 : 나비
  • `작업을 하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이야기하다 보면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기는 굉장히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약간의 폐쇄적인 시간을 즐기는 편이예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다른 것과 통로를 찾기 위해서 여러 가지 많이 하고 있어요.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독서를 하면서요. 희곡도 즐겨 보고요, 그런 연극 같은 상황들을 좋아한답니다.`

    그래서일까. 전소진의 작품은 마치 한편의 연극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스토리, 정확하게 세팅된 무대, 다양한 상징을 나타내는 소품들...
    그녀의 작품은 이렇게 의도된 시나리오에 의해 구성되고 있는 듯 하다. 게다가 작품에서 보여지는 `등장인물`들은 그녀가 말한 대로 `멈출 수 없는 기계` 혹은 ‘잘 짜여진 연극무대의 배우들’처럼 끊임없이 움직이고 무엇인가에 열중해 있다. 그들이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소화해 낼 때 작품이 완성되는 것일까. 한 장면, 한 장면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연극적인 요소들이 내재해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전소진만의 연출이다.




    영토적 풍경- 선과 운동_부분

    ‘미술공간 현’에서 <영토적 풍경-선과 운동>이라는 주제로 첫 번째 개인전을 마친 전소진. 그녀의 작품은 온통 흙빛이다. 땅의 색깔. 그래서 자칫 단조로울 수 있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존재하는 여러 형상들이 다양함을 전해준다. 그녀가 성장하면서 느꼈던 상황에 따른 역할,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 무의식들로 구성된 작품 안에는 일정한 리듬을 지닌 공동체가 만들어져 있으며 저마다의 역할이 있다. 흙, 즉 대지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공동체는 반복되는 움직임을 가지고 있고 그 움직임은 대지 위, 대지아래, 하늘을 통해 그림으로 표현되면서 시각적 리듬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 그녀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이렇게 각 공동체의 관계와 역할을 이야기와 그림으로 구성했다.

    “영토적 풍경, 공간을 세 가지로 분화 시켰어요. 하늘, 땅, 땅속. 이렇게 세 가지로 분화해서 계속되는 움직임이 있다고 가정을 했거든요. 남자나 여자, 어른과 아이, 쥐, 새, 동상. 이런 식으로 몇 가지 이미지를 정해서 거기에 관련된 이야기를 만들었어요. 조금씩 상반되는 특성을 지닌 쥐나 새, 어른과 아이, 남자와 여자가 가지고 있는 미묘한 성격 같은 것을 이용했어요.”

    전소진이 생각한 영토적인 풍경은 지도의 등고선처럼 밧줄이 이어져 있고 각 영토마다 하나하나씩 영역이 구분되어 있다. 이 영역 안에서는 공동체적인 삶이 가능해 보인다. 일상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행동 양식으로 살아가면서 삶의 모습이 조금씩 다르지만 같은 영토 안에 산다는 것에 있어서는 공감대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각 영토마다 다양한 상징물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상’은 영토 구성원간의 공통된 약속에 의해 공공의 장소에 세워진 역사적 영웅이나 인물로, 가만히 서 있기는 하지만 결국은 우리를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고, 영토를 상징하고 대변할 수 있는 그런 존재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 밖에 새와 쥐 등 동물적인 상징도 종종 보여지는데 쥐를 선택한 것이 참 흥미롭다.

    “우리나라 정서상으로 쥐는 더럽고, 구석진 곳에서 살고, 안 좋은 이미지로 받아들여지지만 풍속적으로 봤을 때 쥐는 그렇게 나쁜 동물이 아니라고 해요. 뭔가 비밀스러운 행동을 하긴 하지만 그러면서도 복을 불러온다고 들었거든요. 문학적인 상황에서 쥐는 땅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 중에 하나잖아요. 살림꾼 같은 느낌도 있고요. 동화 속에도 쥐가 많이 나오는데 이야기를 전해주고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하죠. 사람들이 제 작품을 조금 무서워하는 이유 중에 하나도 쥐가 등장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쥐가 약간 깨끗한 느낌이 아니잖아요. 만약 다른 동물이었으면 또 그 느낌이 달랐을 텐데 말이에요.”



    쥐와 새의 우화-나무  203 x 135cm  장지에 채색  2008

    전소진의 작품 중에는 자신의 표정이 아닌 상대방의 표정을 그려주고 있는 유쾌한 그림이 있다. 이것은 그녀가 사람을 만나면서 상대방의 표정에 굉장히 신경이 많이 쓰이고 그것에 따라 자신의 감정이 많이 좌지우지 된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내 표정은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표정을 웃는 얼굴로 변화시킨다는 것은 참 어려운 법이다. 만약 타인의 표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항상 웃는 모습으로 그려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다는 그녀는 참으로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연출가 같다. 그녀의 그림에서만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정말 이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해도 너무나 즐거운, 그런 상상 아닌가!

    “나의 예술은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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