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작가

작가 인터뷰

김규식
위트 있는 사진을 찍다
2009.10.21

인터뷰 날짜 : 2009.07.28
인터뷰어 : 나비
글 작성자 : 나비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 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헌법 제 2장 중에서 제 39조 2항의 조문이다. 과연 헌법에 명시된 단 한 줄의 문장으로 개인의 불이익에 대한 통제가 가능할까. <39조 2항>이라는 동일한 제목으로 2008년에 진행됐던 아트선재센터에서의 전시는 한국 사회에서 드러나고 있는 다양한 모순과 갈등 중에 하나로 군사문화와 전쟁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이 전시에 참여했던 김규식은 당시의 전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39조 2항>의 전시 작품 중에서 에어 쇼에 나왔던 군사무기들을 찍은 것들이 있는데 작품에 등장했던 실제 물건이 있는 거예요. 굉장히 작은 미사일이었는데, 그것은 마치 미니어처처럼 느껴졌고 가짜인 제 작품이 오히려 더 실재처럼 보여지고 있어서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그때 작품이 서로 마주보고 있었거든요. 가짜가 더 실재처럼 느껴지면서 누군가에게는 아름답게 보이거나 누구가에게는 또 기이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리고 형태의 어떤 부분들을 잘라나면 보는 사람들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 다른 이미지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런 측면에서 그 작업이 굉장히 애착이 가고 재미있었습니다.”

Wing of Tomcat 108 x 90cm Inkjet Print 2007

김규식은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2004, 2006, 등 두 차례의 개인전을 열었다. 무당, 아파트 건축물, 그리고 장난감 무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상을 소재로 아날로그 기법과 디지털 기법을 혼용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선보이고 있는 판타스틱 플라스틱 같은 경우는 군사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이 작업의 시작은 아이들 놀이에 대한 관심이었다. 그것은 물론 그가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던 혹은 보았던 것들 이기도 하다. 어느 날, 이 사소한 장난감들이 굉장히 충격적으로 느껴지면서 그것들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어른들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어떠한 특정 방식으로 교육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프라모델이었는데, 그는 이러한 군사무기나 전투기 동체의 일부분을 크게 확대시켜 새로운 느낌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실물을 복제하여 만든 축소된 모형들이 다시 사진에 의해 실물크기로 재현 되면서 실재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딱딱하고 강한 이미지의 원형은 이렇게 판타스틱 플라스틱으로 재탄생했고, 부드러운 곡선의 아름다움과 함께 오히려 풍경사진보다 더 서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기묘한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예전 작업이었던 ‘무당’에 대해서 그는 정말 할 말이 많은 듯 했다. 처음 무당을 만나러 갔을 때 당황스러웠던 것은 평소 생각했던 무당의 이미지와 너무 다르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는 난감했다, 무당이 무당처럼 안 보이면 어떻게 하나. 무당의 특징적인 정체성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던 터라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일단 찍어 온 무당의 사진을 컴퓨터에 옮기며 곰곰이 들여다 보니 뭔가 기분이 묘했다고 한다. 과연 이것이 무엇일까, 어디에서 이런 느낌이 오는 걸까. 처음에 느껴지지 않았던 기운이 느껴지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점집’이라는 화려한 공간이 무당스러운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그는 느꼈다. 그 공간에는 무당을 무당으로서 보여지게 하는 중요한 장치들이 존재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 직업을 표현 해 주는 주변의 도구나 배경을 모두 지운 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고 한다. 아무 배경없이 무당의 초상화스러운 사진을 보여주면서 ‘뭐 하는 사람 같아?’하고 물어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반인과는 조금 다르게 보여진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이 작업을 해봐야겠다고 마음 먹었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제 작업은 무당이 정면을 보고 있어요. 관람자가 들어오면 그 무당이 다 본인을 보고 있는 거죠. 그래서 정면을 보게 한 거예요. 어디를 마주쳐도 눈을 피할 수 가 없는 거죠. 사실 관객이 무당을 이렇게 똑바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라고 생각 했거든요. 사실 반대잖아요, 무당이 관객을 뚫어지게 보는 구조잖아요. 그런데 서로 대등하게 만들었어요. 시선과 높이를 맞춰서 그런 기회를 준거죠.”

강신1 150 x 120cm Lambda Print 2006

그는 항상 작업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서 그런지 카메라를 놓고 있으면 불안하다는 그다. 기계적인 매력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는 작업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굉장히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 ‘위트’있는 작업을 꾸준히 하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바램이다.

“나의 예술은 위트다. 위트는 예리함과 교묘함을 동시에 포함하죠 진지하기만 한 작업은 사진을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재미가 덜해요. 진지함도 필요하지만 잠시 덮어두고 즐기다 보면 위트가 생기지 않을까요 말하고 보니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예술은 역시 어렵네요 그래도 자꾸 머릿 속에 맴도는 건 그 한단어네요. 위트...`

MYA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