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작가

작가 인터뷰

김민수
福을 그리는 작가
2009.10.08

인터뷰 날짜 : 2009.10.05
인터뷰어 : 최희경
글 작성자 : 나비

“나의 작업은 우리 한국의 전통 민화를 보다 현대적인 시각으로, 포스트모던 미술의 다양한 표현방식을 도용하여 표현 하고자 하였다. 다양한 유형으로 이루어진 민화는 생활형식의 오랜 역사와 밀착되어 내용이나 발상 등에는 한국적인 정서가 짙게 내재해 있다. 익살스럽고도 소박한 형태와 대담하고도 파격적인 구성, 아름다운 색채 등은 한국적 미의 특색을 강렬하게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저 전통을 답습하는 작품을 하지 않는다. 전통이 그 시대에 맞게 변화 해석되어야만 진정한 전통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통에 대한 재해석, 현대적인 시점에서의 재해석. 김민수가 그리는 민화는 그렇다. 그녀는 전통에 근간을 둔 민화라는 모티브를 통해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내고 있는 작가다. 일상적이면서도 상징적인 그림인 민화는 그녀의 손을 거쳐 다양하게 표현된다. 붉은 색과 더불어 원색의 이미지들이 가득하기도 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숨어있기도 하다. 복숭아, 물고기, 명품가방, 신용카드......전통적인 것에서 현대적인 것까지, 소재도 천차만별이다. 바탕이 되는 재료는 캔버스뿐 만이 아니다. 비단이나 무명천 등을 이용하기도 하고, 패널에 직접 천을 올려 그 위에 채색하고 이미지를 그리기도 한다. 이러한 흥미로운 작업은 그녀가 민화를 어떻게 재조명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결국 민화의 조형성과 예술성을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낭만 호랑이 각 60x35, 50x35cm mixed media 2009

“붉은 색은 모든 것의 에너지의 근원이다. 붉은 색은 벽사, 부귀, 탄생의 색을 의미한다.
나는 하얀 바탕 위에 붉은 색을 입혀내면서부터 복을 담기 시작한다.
그렇게 여러 번을 반복한 붉은색 바탕 위에 길상적인 의미들을 담아내기 시작한다.”

시선을 사로잡는 색. 기와 활력을 돋는 색. 따뜻하면서도 열정적인 색.
작품의 바탕이자 근본이 되는, 붉은 색. 그녀의 작품은 이 붉은 색이 관건이다. 그녀는 새하얀 캔버스에 빨간색을 바르며 복을 입힌다. 붉은 색의 복 위에 또 다른 복이 그림으로 얹어지는 셈이다. 빨간색 같은 경우는 아크릴 물감을 쓰면 어두워지고 바르면 바를수록 어두워 지기 때문에 힘든 점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복을 담는 마음으로 무수히 반복한다. 말리고 칠하고, 다시 말리고 칠하고. 그리하여 그녀는 복에 가까워진다. 화사하고 맑은 빨간색. 그것이야말로 그녀가 원하는 복이다.

“징크스 같은 게 있어요. 다른 거 할 때는 별로 안 예민해요. 그런데 유난히 빨간색을 바를 때는 예민해요. 빨간색 바를 때 전화오면 받지도 않아요. 빨간색 바를 때 누가 와서 말 걸면 정말 화가 많이 나요. 빨간색을 바를 때는 마음에 도를 닦듯이 바르는 거예요. 그걸 바를 때는 아무 생각도 안 해요. 무슨 그림을 그릴지 제목도 모르지만 제일 먼저 복을 입힌다는 생각이 있어요, 빨간색을 바르는 것은. 그래서 빨간 색 바를 때 방해가 되면 부정 타는 것 같아서 싫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때는 급한 전화가 계속 오면 받고 그날은 에이~ 하고접는 거예요. 바탕 칠하는 것이 제일 그래요. 바탕 바르는 것은 날씨에 따라서 다 달라요. 완벽하게 마음에 들 때까지 아침에 발랐다가, 저녁에 또 발랐다가 그러죠. 그 다음날 될 때까지 하루 꼬박 걸리는 경우도 있어요.”

행복한 이야기-09-c 89 x 35cm acrylic on canvas 2009

그녀의 작품에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상징물들이 등장한다. 사랑의 의미, 사랑의 결실로 해석되는 복숭아가 있는가 하면 장수의 의미가 담긴 천도복숭아가 있다. 출사길, 즉 관운을 뜻하는 잉어 역시 그녀의 작품에 종종 등장하는 소재다. ‘현대의 부귀영화’ 시리즈에 등장하는 소재들도 참 흥미롭다. 현대의 ‘부’를 상징하는 명품 가방들, 현대를 살면서 졸지 말고 각성하라는 의미가 담긴 커피, 다양한 사람들의 달콤한 행복을 뜻하는 초콜렛… 옛날 책거리 그림에 등장하던 나침반을 대체해서 망원경을 그렸넣기도 했다. 멀리 내다보면서 정확한 지표를 찾아 자신의 앞길을 잘 찾아가는 의미로.

하나 하나의 작은 소재들이 모여 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그녀의 민화. 이것이 김민수가 그려낸 민화의 매력인 것 같다. 그녀는 현재, 그동안 민감한 부분이라 고심했던 종교적인 이미지를 섞는 것 이외에 서양의 이미지와 동양의 이미지를 혼합하는 작업을 구상 중이다. 한국적인 이미지로 많은 복을 그렸으니, 한국이 모태가 되어 그 복들이 세계 속으로 점점 녹아 들길 빈다. 더불어 그녀도 넘치는 복을 얻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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