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ARTS
  • 인터뷰 날짜 : 2009.10.05
  • 인터뷰어 : 나비
  • 글 작성자 : 나비
  • Insane Park. 힙합을 좋아하는 그에게 참 어울리는 이름이다. Insane. 이름에 대한 사연을 물었더니 평소엔 조용한 편이지만 작업할 때만큼은-미친 것처럼-부끄러움 없이 자신감 있게 하겠다는 의미라며 당당함을 내비쳤다. ‘제 정신이 아닌’ 그가 지난 4월 첫 번째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은 케이블전선을 이용한 대중적인 이미지들이었다. 마치 흑백 TV를 틀어 놓은 것만 같은 그의 작품에는 마릴린먼로, 체게베라, 빈라덴 등 누구나 다 알만한 명사들의 얼굴로 가득하다.
    물론 그가 좋아하는 Dr.dre, 에미넴, 듀스도 있다. 이러한 이미지를 수용하게 해 준 것이나 다름없는 케이블전선이 작품의 재료로 탈바꿈한 흥미로운 아이러니 앞에, 한편에서는 ‘또 팝아트네?’라며 식상하게 생각한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으나, 대부분의 관객들은 마냥 신기해 하는 눈치다. 무엇보다도 작업과정이 궁금하겠지만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한 작가의 요청에 의해 일단, 비밀에 부쳐두기로 한다.




    모나리자  172 x 92cm  케이블 전선  2009

    예전 작업을 살펴보면 다양한 이미지를 다룬 회화 작품들과 이를 이용한 실험적인 작업을 시도하려 했던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시온안료를 사용하여 온도에 따라 이미지가 변하도록 설치했던 열판 작업은 ‘이미지와 시간성’이라는 주제를 담은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이미지가 나타날 때까지-대략 5분 정도 소요되는데-상대적으로 긴 시간이었는지 관객들을 잡아 둘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잠시 보류 상태.

    그는 최근 작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미지에 관한 작업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특히 종교, 예술 그리고 ‘아름다움’과 ‘추함’에 관한 담론들이다. 상징적인 아이콘이 만들어졌을 때 이것은 그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강요와 학습에 의해 받아들여진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다. 이러한 이미지를 수용하는데 있어서 미디어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케이블 전선 작업으로 발전했다.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 보다는 기존의 이미지에 대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바꿔주는 것이 작업의 가장 큰 목적이기에 유명한 이미지들을 차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편, 미술을 하면서 강하게 다가왔던 이미지가 작품이 되기도 했다.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패러디한 ‘신의 사랑을 위하여’의 경우,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는 그냥 ‘해골’로 보일 수도 있지만 작가들이나 미술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대중적인 이미지이다. 극과 극처럼 여겨지는 ‘소라 아오이’와 ‘마더 테레사’를 한 화면에 연출한 작품은 聖女 혹은 性女라는 개념에 대한 언어 유희이
    다. 누가 더 ‘성녀’인지 평가 하는 것은 그저 무의미할 뿐. ‘요셉 보이스’와 ‘밥 로스’ 역시 극단적인 이미지의 대비라고 볼 수 있다. 태어나서 처음 본 작가가 ‘밥 로스’ 였고, ‘밥 로스’가 진행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란 그에게는 상당히 소중한 작가이다. 하지만 테크닉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미술사적으로는 그리 인정 받지 못한 반면 개념미술의 대가, ‘요셉 보이스’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여기는 점을 보면서 ‘시각적’인 것과 ‘개념적’인 것에 대한 상반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게 되었
    다고 한다.

    물론 그도 대중적인 이미지를 소재로 선택하면서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 했지만 ‘개념적’인 작업의 필요성도 느낀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기 보다는 두 가지 모두 균형이 잘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작업에서는 이 두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룬 작품들을 기대해 본다.

    이번 전시에서 얼굴작업이 주가 되었다면, 팝아트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오늘날 가정을 그토록 색다르고 멋지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작품처럼, 앞으로 그는 아이콘 아닌 하나의 대중화된 장면(scene)들도 표현해 보고자 구상 중이다. 뉴스에서 다루어지는 사건들을 눈여겨보라. 언젠가 케이블전선으로 놀랍게 탄생할 테니.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 여러 가지 시도 하다 보니 일관성이 없다는 일부 지적이 있었지만, 케이블전선 작업을 하면서 ‘Insane Park’이라는 작가로써 인지도를 얻게 되었듯 그는 한동안 이 작업을 계속 하되 예전에 진행했던 실험적인 작업들에 대해서도 재정비 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사마 빈라덴  121 x 89cm  케이블 전선  2009

    앞으로 계속 새로운 것을 추구 하면서 도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이러한 그의 노력이 인정되어 그 자신이 유명한 ‘이미지’가 된다면 케이블전선으로 만든 그의 자화상도 곧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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