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작품 속 겹겹이 이어진 산을 통해 다양한 풍경과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작가님에게 산은 어떤 의미인가요?

A. 한국화에서 산이라는 주제는 가장 흔하고 많이들 택하는 소재잖아요. 그런 산이 저에게는 삶에서의 희망과 같이 느껴져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시골에서 자라 자연이라는 공간에 많은 위로를 받고 편안함을 느껴요. 특히 산에 올라 그 정상에서 밑을 내려다볼 때 그 쾌감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희열을 느끼잖아요. 삶을 살면서 갑갑한 도시에서 빼곡히 들어선 빌딩들 사이를 걸을 땐 절대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이죠. 도시생활에 익숙해진 사람들, 관람객들이 제 그림을 보고 그런 산속에서 마시는 약수 한 모금 한 듯 시원하고 상쾌함을 작품에서 느껴 다시 삶을 살아가는 힘과 희망을 얻고 갔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Q. 작가로 활동 중이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접할 기회가 많으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금도 많은 영향을 받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아버님과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시나요?

A. 많이 듣는 질문인데, 사실 작업에 관련돼서 아버지와 많은 대화는 나누지는 않습니다. 아버지가 작품활동 하시는 모습을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랐기 때문에 제가 지금의 길을 걷게 된 가장 큰 영향이 아버지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자라면서 아버지의 그늘에서 성장하고 성공하고 싶지 않다는 부담감이 좀 강해서 성격이 독립적이고 자립적으로 변했습니다. 그래서 주로 일을 저지르고 아버지에게 보고하는 형식이지만, 아버지도 그런 절 아시는지 무엇을 해라 지시하시기보다는 격려해주고 힘이 되는 말씀을 주로 해주세요. 하지만 요즘은 예전보다 많이 아버지에게 조언이나 상담을 구하는데 아무래도 아버지가 쌓아오신 연륜의 힘을 무시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순간에 아버지의 말씀 한마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실 때가 많아요.

Q. 설 박이라는 이름은 본명이신가요? 어떤 뜻이 담겨있나요?

A. 본명은 박설이에요. 사실 의미를 두었다기보다는 성과 이름을 바꿔서 서양식으로 부른 거에요. 한국화를 전공하다 보니 제 사고 자체가 약간 보수적이고 억제된 행동을 한다는 생각이 많이 했어요. 그런데 작업할 때는 그런 사고들이 독이더라고요. 더 자유롭게 사고하고 상상하는 것을 저 스스로 얽매고 있는 것 같아서 ‘그래, 항상 사고의 전환을 하자, 거꾸로 생각하자.’라고 많이 다짐해요. 그러다가 장난삼아 이름도 이렇게 썼는데 주위작가들이 어감이 좋다고 해서 지금은 모두 이렇게 부르고 있어요.

Q. 작가라는 직업의 특성상 자기관리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시간관리와 건강관리, 또 일정관리 등 자신만의 비법이 있으신가요?

A. 건강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가장 중요한 게 규칙적인 생활과 식사라고 생각해요. 사실 아침잠이 많은 편이라 아침이 일찍 일어나진 못하지만, 아침밥 꼭 먹고 점심과 저녁은 거르지 않는 게 제 건강의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작업실에서 주로 혼자 밥을 해먹는데, 예전엔 요리가 너무 싫었지만, 요즘은 요리에 재미를 붙여서 매끼 간단하게 요리를 해서 먹는 편이에요. 인스턴트 음식을 좋아하지만, 자주 먹지 않고 간식도 잘 안 먹어요. 매끼 건강한 음식, 믿을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해요.